“북한이 주적입니까” 이 한 마디에 ‘출렁’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뉴시스

북한 주적 발언, 문재인 안보관 흔들흔들
송민순 회고록 2차 파문으로 더욱 흔들려

안보 이슈 띄우면서 보수 후보들은 약진
안철수 안보관 흔들로 힘든 상황 전개 돼

5.9 대선 공식 선거운동 초반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네거티브 공방이라면 초반에서 중반으로 넘어가는 시점은 ‘이념 공방’이 주요 이슈를 잡아먹고 있다. 그야말로 북풍이 대선판을 흔들고 있다. 대선 때마다 안보 이슈가 계속 제기돼왔었다. 그리고 그것이 대선판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 것도 사실이다. 이번 대선도 안보문제가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세차게 몰아치는 북풍이 각 대선후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지, 불리하게 흔들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5.9 대선 공식 선거운동 초반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아들 특혜 채용 논란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부인 김미경 교수의 특혜 채용 논란이 주로 이룰 정도로 네거티브 공방이 치열했다. 두 후보 진영은 하루가 멀다 하고 계속해서 논평을 내면서 화력을 제대로 뿜어냈다. 이에 네거티브 공방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두 후보 진영은 서로에 대해 상처의 말들을 쏟아냈다.

주적 논란 일어

선거운동 판세가 말 한 마디에 완전히 뒤집어졌다. 그것은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지난 4월 19일 실시한 2차 TV토론회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북한은 주적이냐”고 한 질문이었다. 이 질문으로 그동안의 네거티브 공방에서 이념 공방으로 완전히 옮겨 붙었다. 문재인 후보는 대통령 후보로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변을 했지만 이튿날 다른 후보 캠프에서는 십자포화를 날렸다. 

보수언론에서도 대통령이 될 후보가 북한을 주적이라고 말하지 못한다면 군 통수권자의 자격이 없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역시 ‘북한은 주적’이라고 선언했고, 마찬가지로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 역시 북한을 주적이라고 규정했다. 이로 인해 대선판도가 한 방에 뒤집어졌다. 

여기에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지난 2007년 참여정부의 유엔 북한인권 결의안 기권 과정을 담은 회고록에서 당시 정부가 사전에 북한의 입장을 확인했다는 주장을 담은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은 문재인 후보가 2차 토론에서 “당시 북한에 물어보라고 한 것이 아니고 국정원을 통해 북한의 동향을 확인해보라고 한 것”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한 반박인 것이다. 송민순 전 장관이 공개한 문건은 정부가 확인한 북한의 입장을 청와대가 문건 형태로 정리한 것이라고 송민순 전 장관은 주장했다. 이 문건에는 ‘남측이 반공화국 세력의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은 북남 선언에 대한 공공연한 위반으로 어떠한 이유도 정당화될 수 없다. 만일 남측이 반공화국 인권결의안 채택을 결의하는 경우 10.4 선언 이행과 북과의 관계 발전을 바란다면 인권결의안 표결에 책임 있는 입장을 취해주기 바란다. 우리는 남측의 태도를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기록돼 있다. 아울러 문건 하단에는 손 글씨로 ‘18:30 전화로 접수 (국정원장→안보실장)’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송민순 전 장관은 ‘묻지는 말았어야 했는데 문 실장이 물어보라고 해서’라는 자필 메모도 공개했다. 송민순 전 장관은 문재인 후보 측이 진실성에 의심 가는 이야기를 하니 할 수 없이 이 문건과 자필메모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송민순 파문은

그러나 송민순 전 장관의 지난해 발간한 회고록 내용과 이날 공개한 문건에 대해서 당시 청와대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 중 일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2007년 11월 15일 당시 청와대 서별관에서 회의를 가졌는데 문재인 후보와 송민순 전 장관을 비롯해 백종천 당시 안보실장, 이재정 당시 통일부 장관, 김장수 당시 국방부 장관, 김만복 당시 국가정보원장이 참여했다. 문재인 후보와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이날 회의를 거쳐 15일 회의에서 이미 기권하는 것으로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정부의 입장을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송민순 전 장관은 자신의 반대로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송민순 전 장관의 회고록에 따르면 16일 회의에서 결론이 내려지지 않자 그날 밤 10시께 노무현 대통령에게 A4용지 4장에 만년필로 자신의 생각을 담아서 편지를 올렸고 이후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에게 회의를 열어 논의를 해보라고 지시했다. 또한 회고록에는 다른 참석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이미 결정된 사항을 자꾸 문제 삼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고 기술돼 있다.

이에 대해 문재인 후보 측은 16일 이미 결정이 났고, 이후에 북한에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후보는 북한에 기권 방침을 통보하는 차원이지 북한에 물어본 바도 없고 물어볼 이유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에 관한 기록을 갖고 있고, 대통령기록물보호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16일 회의 자료를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송민순 전 장관이 공개한 청와대 문건의 경우 송민순 전 장관은 정부가 표결에 앞서 북한의 입장을 확인하고 그 내용을 국정원이 정리해서 백종천 안보실장에게 전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후보 측은 우리의 입장을 정하고 북한에 문서상으로 통보를 했고, 그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라고 밝혔다. 더욱이 이날 송민순 전 장관이 공개한 문건이 청와대 문건이 맞는다면 위법 소지가 다분히 있다. 공개뿐만 아니라 소지했다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이다. 또한 공무상 기밀누설에 해당한다.

어쨌든 송민순 전 장관이 문건과 자필메모 공개한 것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과 공무상 기밀누설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이날 공개로 인해 정치권은 그야말로 발칵 뒤집어졌다. 자유한국당, 바른정당과 같은 보수정당은 물론이고 국민의당도 문재인 후보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문재인 후보가 거짓말을 했다면서 거짓말 하는 지도자에게 국군통수권을 맡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역시 거짓말을 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말이 바뀌게 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김정은과 계속 대화하는 국면에서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연히 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야말로 대선 주자들이 안보 이슈를 최대한 부각시키고 있다.

사실 대선주자들이 안보 이슈를 최대한 부각시키는 이유는 단 하나, 대선판을 흔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은 견고하다. 여기에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답보상태이거나 다소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지지율에 격차를 보이고 있다. 안철수 후보의 주춤거리는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의 지지율은 여전히 답보상태에 빠져있다. 상승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때문에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로서는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잡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 지난 1차 TV토론에서 홍준표 후보는 문재인 후보에게 완전히 밀렸다. 유승민 후보는 TV토론을 잘 이끌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는 보수층이 깨어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및 파면과 구속을 거치면서 보수층은 완전히 숨어버렸다. 어느 누가 물어봐도 자신은 보수를 지지한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보수가 숨어버리면서 보수 후보들의 지지율은 답보상태에 빠지게 됐다. 더욱이 박근혜 전 대통령-최순실 게이트를 거치면서 안보 문제는 완전히 뒷전으로 밀려났다. 보수의 입장에서도 ‘안보’보다는 ‘상식’을 먼저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먼저 생각하게 됐다. 더욱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등에서 안보 이슈를 끌어다가 구야권 세력을 모두 종북좌파로 규정하면서 보수층이 오히려 ‘안보 논쟁’을 먼저 꺼내는 것이 부끄러워졌다.

안보논란의 피해자는

홍준표 후보나 유승민 후보의 지지율은 답보상태가 되고, 반대급부로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사실 보수층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공중에 떠다녔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안희정 충남지사에 이어 안철수 후보에게 안착했다. 그러는 동안 보수는 안보보다는 상식 등으로 인식의 변화가 있었다. 그러다보니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가 “보수여, 돌아오라”고 외쳐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 보수층이 자각하기 시작했다. 

보수의 가장 큰 이슈는 바로 안보 문제이다.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가 문재인 후보의 안보관을 건드리면서 보수층을 자극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을 꺾어 버리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 아니다. 문재인 후보의 안보관으로 공격해서 보수층을 자각시키려는 것이다. 대선판도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안보’라는 점을 부각시켜서 자신들이 안보에 가장 투철한 후보라는 것을 각인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문재인 후보 지지층이 워낙 굳건하기 때문에 안보관을 건드린다고 해서 문재인 후보 지지율이 갑작스럽게 하락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하지만 문재인 후보의 안보관을 건드리게 된다면 보수층은 자각하게 된다. 따라서 대선판도는 크게 요동칠 수밖에 없다.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할 사람은 안철수 후보이다. 안철수 후보의 지지층은 여러 가지가 섞여 있다. 안철수 후보 본연의 지지층에 국민의당 지지층이 있다. 여기에는 호남을 기반으로 한 지지층이다. 이후 대선 경선을 치르면서 안희정 충남지사의 지지층이 합류했다. 그리고 일부 보수층이 합류했다.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안철수 후보의 지지층은 문재인 후보의 지지층에 비해 다소 견고하지 않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념적 스펙트럼으로 봤을 때 진보층도 있고, 중도층도 있고, 보수층도 있다.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가 문재인 후보의 안보관을 건드리면서 보수층의 안보 이념을 자각하게 만들었다. 이는 안철수 후보에게는 치명타이다. 안철수 후보에게 ‘이념’이 무엇인지를 요구하게 만드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후보의 안보관이야 워낙 확고하기 때문에 진보층이나 보수층이 크게 요동치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후보는 지난 2012년 대선을 비롯해 계속해서 이념의 잣대를 갖고 재단을 해왔기 때문에 이번 안보관 논란 역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는 아직까지 이념의 잣대를 갖고 재단해 보지 않았다.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하면 안철수 후보는 안보관에 있어 진보인지 중도인지 보수인지 명확하게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왜냐하면 진보층도, 중도층도, 보수층도 안철수 후보의 이념이 어느 쪽인지 명확히 하라고 요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안철수 후보가 ‘북한은 주적’이라고 발언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안보관 논란이 증폭되면 증폭될수록 안철수 후보는 상당히 곤란해지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보수층에서 안보관이 투철한 보수후보를 찍어야겠다는 바람이 일어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결집시켜 놓은 보수층을 북풍으로 인해 걷잡을 수 없이 와해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차 TV토론 때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계승하겠느냐는 질문에 “햇볕정책의 공과 과가 있다”라는 애매모호한 대답을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안철수 후보의 지지층은 이념적 스펙트럼이 너무 넓기 때문에 이념 문제가 불거지게 되면 하나로 모으기 쉽지 않다. 앞서 언급한대로 햇볕정책에 공과 과가있다는 말 한 마디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지층으로서는 안철수 후보를 어떤 식으로 대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 됐다. 더욱이 북한을 주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진보지지층은 안철수 후보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상당히 곤혹스런 상황에 놓이게 됐다.

문재인 후보는 북한에 대한 입장이 분명하기 때문에 오히려 안보 논란이 일어나도 지지층이 흔들릴 염려가 없는데 안철수 후보는 그러하지 못하다. 이념 문제는 안철수 후보에게 있어 극복해야 할 숙제가 됐다. 바른정당 김영우 의원은 지난 4월 21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안철수 후보가 딜레마에 빠졌다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는 이제 고민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문재인 후보에 대한 안보관 공격이 아이러니하게도 안철수 후보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드는 모습이다. 그렇기 때문에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안보관 논쟁이 장기화될수록 안철수 후보에게는 좋은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프레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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