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청년들을 위한 책 <희망마중> 펴낸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전 의원

▲ 은수미 전 의원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정해진 운명 바꿀 수 없는 청년들의 좌절
청년에 희망 없다면 국가 미래도 어두워

재벌 대기업, ‘의자놀이’로 지배 강화
청년들이 권리 성취할 수 있는 제도 필요

모든 세대가 함께한 ‘세월호’와 ‘촛불혁명’
더 많은 이들이 청년들 문제에 공감하길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을 지옥에 비유한 헬조선, 가정 형편이 어려워 경제적 도움을 받지 못하는 흙수저, 연애·결혼·출산 등 이전 세대가 누리던 것을 포기하는 N포 세대, 정규직이 되지 못하고 인턴만 반복하는 호모인턴스, 비정규직·계약직·인턴을 전전하는 비계인, 공무원시험 준비생을 일컫는 공시족. 모두 청년들이 자신의 현실을 자조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청년층 니트의 특징과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니트(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는 2008년 76만2000명에서 지난해 93만4000명으로 17만명 이상 증가했다. 니트는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학생도 취업자도 아니며, 정규교육기관이나 취업을 위한 학원·기관에 다니지 않고, 가사·육아를 하지도 않는 배우자가 없는 15∼29세 청년’으로 정의한다.

학력, 어학연수, 봉사활동 등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가졌다는 청년들이지만 취업시장은 가혹하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 취업을 포기하거나 공무원 시험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부모 세대의 청년시절엔 취업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어디서든 일을 할 수 있었고 ‘노력하면 된다’는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청년들은 이른바 ‘고스펙’을 갖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도 일자리를 찾지 못해 허덕이고 있다. 학교 졸업 후 취업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어려워 졸업을 유예하는 학생들도 많다. 취업에 가로막혀 다른 일은 전혀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과연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희망이 있을까. <투데이신문>은 지난 20일 노동전문가인 더불어민주당 은수미(53) 전 의원을 만나 청년들이 처한 현실과 문제점, 해결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 지난 2016년 2월24일 국회에서 필리버스터 발언하는 은수미 전 의원 ⓒ뉴시스

스스로 운명을 정할 수 없는 사회

Q. 지난해 총선 낙선 후 어떻게 지내시나.

‘월화수목금금금’이다. 한 주의 반은 지역일정, 반은 전국강연 및 방송 및 팟캐스트 출연을 한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Q. 많은 사람들이 ‘필리버스터 의원’으로 기억한다. 이에 대한 소감은.

생각할수록 영광이다. 어느 정치인이 ‘필리버스터’하면 떠오르는 이름으로 기억되겠나. 나는 자칫하면 ‘강성’으로 기억될 수 있는데 필리버스터를 통해 ‘시민과 함께한 사람’으로 기억돼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받은 사랑을 시민들께 돌려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힘이 빠질 때 격려가 되기도 한다.

Q. 최근 청년 문제를 다룬 책 <희망 마중>을 내셨다. 청년들에게 초점을 맞춘 이유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지 않으면 제목을 ‘그래도 희망’이라고 해야 하나 고민했다(웃음). 요즘 우리나라 청년들이 힘들다는 것은 내겐 너무 충격이었다. 나도 청춘이 있었다. 우리 세대를 486이라고 하는데, 그 세대도 힘들긴 했지만 희망에 차 있었고 도전적이었으며 용기가 있었다. 그래서 내 다음 세대는 나보다 훨씬 더 포부도 크고 대담하게 날아오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디지털 세대, 글로벌 세대이지 않은가. 스펙도 가장 뛰어난 세대다. 그런데 전혀 날아오를 수 있는 세대가 아니지 않나. 매우 충격적이면서 미안하기도 했다. 사실 현재와 미래의 주인은 청년 세대다. 미래의 주역들에게 희망이 없으면 나라의 미래도 어두울 수밖에 없다. 때문에 청년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4.19 세대(60~70대), 6.10 세대(40~50대)에게 ‘청년들을 응원하고 세대를 넘어 함께 가자’는 말을 많이 한다. 요즘에는 이에 공감을 많이 해주시는 것 같다.

Q. 부제 ‘알바가 시민이 될 수 있나요?’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가.

알바노동자 친구가 나에게 한 질문이다. 이 친구는 편의점 주말 알바를 하는 친구였다. 강연할 때 항상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데 이 친구가 “제가 주말 알바를 하는데 야간 수당을 못 받고 있어요. 그런데 항의도 못하고, 알바 때문에 촛불집회도 나가지 못해요. 시급 6470원을 포기하지 못하는 비겁한 제가 시민, 주인이 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했다. 나에게는 너무도 중요한 질문이었다. 이 질문을 듣고 고민을 많이 했다. 청년들에게 위로를 주고 해결책을 함께 생각하고 싶었다.

Q. 지금 세대의 청년과 486세대 청년의 차이는.

내 청년시절은 힘든 면이 있었다. 그때는 군부독재 시절이었다. 캠퍼스 내에 전경이나 국정원 요원들이 있었다. 학내 잔디밭은 전경들이 차지하고 있어 학생들은 앉을 수 없었다. 그 때 한 여학생이 사복경찰에게 강간을 당하거나, 집회에 참여했던 남학생들이 강제징집을 당하기도 했다. 그런 억압의 시절이긴 했으나 그럼에도 우리의 삶은 사랑, 명예, 헌신, 희생, 도전, 청춘 등의 얘기로 채워졌다. 정규직, 알바, 실직 같은 얘기는 한 적이 없었다. 알바라는 단어 자체도 얘기한 적이 없었다. 가장 큰 차이는 첫 번째, 지금 청년세대에게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엄청난 질적 차이다. 486세대는 희망을 가지고 누렸던 세대다. 희망을 누린다는 것은 대단한 성취다. 윗세대에겐 그것을 지금의 청년들에게 주지 못한 책임이 있다. 두 번째, ‘기가 살아있느냐’하는 것이다. 우리 세대는 우리가 항상 왕이었다. 조직을 직접 만들어 규칙을 세우기도 했다. 기획자이고 장군이었다. 책임자로 훈련된 것이다. 책임자이기에 ‘내 선택’을 과감하게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청년들은 장(長)인 적이 없다. 어딜 가나 어리다는 얘기만 듣고. 청년들을 주눅 들게 하는 사회가 됐다. 이 차이가 너무 크다. 그래서 청년들에게 자기 운명을 자기가 선택하는 기회를 주고 싶다.

희망 없는 세대, ‘국민기본선’ 문제 해결 첫걸음

Q. 지금 청년 세대의 좌절이 어디서 기인했다고 보나.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내가 노력해서 선택하고 도전할 수 없다는 좌절이다. 가난하거나 어렵다고, 실패했다고 반드시 좌절하지는 않는다. 늪을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실제로 못 빠져나갈지라도 희망이 있다. ‘저기까지만 올라가면 빛이 있어’라고 생각하면 오르다 떨어져도 좌절하지 않는다. 그런데 ‘저기까지 올라갔는데 뚜껑으로 닫혀있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절망한다. 뚜껑이라고 표현한 것은 일자리, 학교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비계인, 흙수저로 시작할지라도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으면 걱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세대는 그럴 수 없다. 이게 가장 큰 불안이다.

Q. 어려서부터 경쟁에 내몰린 청년세대를 위한 제도 개선책이 있다면

죽을 때까지 경쟁하는 세대다. 책에서는 ‘의자놀이’라고 썼는데, 의자놀이는 사람 수보다 의자를 적게 놓고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면 탈락하는 게임이다. 의자놀이는 재벌 대기업이 만든 규칙이다. 저성과자 해고, 성과연봉제 등 성과부족을 이유로 의자를 줄여간다. 그러나 우리의 규칙은 의자놀이가 아니라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존엄해야한다’는 헌법 정신이다. 그리고 이를 모두가 알게 하고 싶다. ‘내가 존엄하다’는 사실을 교육받아야 한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해도 이를 알고 있어야 한다. ‘난 존엄해. 그렇지 않다면 현실이 잘못된 것이지 내 잘못이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잘못된 현실에 항의를 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학력, 집안 배경에 상관없이 일정한 수준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국민기본선’이 마련돼야 한다.

Q. ‘국민기본선’은 어떤 의미인가.

시민권을 보장하는 기준선이다. 먹고 사는 것조차 어려운 사람은 시민으로서 생각하고 참여할 자유와 권리를 누릴 수 없다. 때문에 헌법에서는 최소한의 국민기본선을 보장한다. 이를 실제 삶의 규칙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정치적 결단이 있다면 가능하다. 책에서는 다섯 가지를 제안했는데, 첫째는 ‘하루 8시간, 1주 5일만 일하기’다. 둘째는 ‘누구나 최저임금을 보장받는 것’이다. 셋째는 ‘실업부조로 최저임금의 80% 이상 보장’, 넷째는 ‘비정규직의 노조가입’, 다섯째는 ‘산재 사망률 반으로 줄이기’다. 여섯째부터는 시민들이 정치에 참여해 정해나가야 한다.

Q. 국민기본선이 실현될 수 있을까. 된다면 얼마나 걸릴까.

국민기본선 실현은 당연하다. 우선 돈이 안 든다. 물론 완벽하게 하려면 돈이 좀 들겠지만 1년 국가예산의 1%만 있으면 가능하다. 1년 예산이 400조원이니까 4조원 정도만 있으면 된다. 그리고 청년부터 우선적으로 시작할 수 있다. 또 실업부조도 예산이 많이 들지 않아 바로 가능하다. 예산이 필요한 것은 바로 가능하지만,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 것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우리나라 노동법은 하루 8시간, 1주 40시간만 일하고 불가피한 연장근로도 1주 12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1주’에 주말을 포함시키면 안 된다고 해석해 주말인 토요일과 일요일 각각 8시간의 일을 시킬 수 있게 했다. 이 해석만 바꾸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최저임금 1만원에 대해서도 완전히 보편화하기 어려운 이유는 중소 영세사업장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을 보완하고 해결하려면 어떤 것은 1년 내, 어떤 것은 다음 정권 내에 가능하다. 어쨌든 다음 정권에서 국민기본선을 기본으로 깔고 이에 대해 교육할 것을 생각하고 있다.

▲ 은수미 전 의원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Q. 책에서 고용문제를 언급하면서 ‘하청사회’라는 표현을 쓰셨다. 어떤 의미인가.

예전에는 근로계약이라도 하고 일을 시켰는데, 요즘은 근로계약조차 없이 자영업, 개인사업자, 배달 사장이라는 말로 포장해 부려먹는다. 돈은 돈대로 안 주고, 책임도 ‘네가 져라’ 하는 식이다. 책에서도 ‘배달 알바’를 예로 들었다. 배달앱이 보편화되면서 배달 알바는 콜을 받아 배달하는 대가로 건당 수수료를 받는 개인사업자(자영업자)가 됐다. 식당이나 배달앱 업체, 배달 대행 전문 업체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것이다.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사고가 나도 산재 신청조차 할 수 없다. 백화점에서 일하는 분들도 ‘매니저’라고 불리는 개인 사업자다. 4대 보험 적용 안 되고, 해고도 마음대로 하고, 퇴직금도 없고, 대출도 못 받는다. 기업 입장에서는 좋을 것이다. 사회보험료 안 들고, 퇴직금 안 줘도 되고, 산재도 부담이 되지 않으니 돈은 더 벌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 노동자들에게 위험이 커졌다. 이를 하청사회라고 표현했다. 우리 청년들은 온 몸으로 하청사회를 경험하고 있다.

청년들 정치참여, 일상을 바꾼다

Q. 청년들은 과연 정치가 우리 일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할까.

실제로 이런 생각들을 많이 한다. 강연하면서 학생들에게 물으면 필리버스터를 계기로 인식이 바뀌었다고들 한다. 정치가 단 한 번도 청년이나 약자를 위해 함께하지 않는다고 생각을 하다가 필리버스터하는 의원들을 보면서 ‘우리와 생각이 같은 정치인들이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청년들이 참여한 일들, 야당이 총선에서 이기고, 촛불집회를 하고, 탄핵을 이끌어 내는 과정이 모두 정치였다. 이제는 젊은이들이 ‘광장의 정치가 제도 정치와 결합될 수 있구나’하면서 ‘정치가 세상을 바꾸는 도구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를 확대시켜서 청년들이 더 적극적으로 제도정치든 일상의 정치든 참여할 수 있다면 그 생각이 더 빠르게 바뀌지 않을까 싶다. 이는 설득해서 될 것이 아니라 직접 참여하고 경험해야 하는 문제다.

Q.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는 이유는 어떻게 보나.

청년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없기 때문이다. 외국은 당에서 청년캠프 같은 것을 만들어 끊임없이 정치와 청년을 결합시키거나 지역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해 청년들과의 접점을 만든다. 그러나 한국은 2004년 지구당이 폐지되면서 불법이 됐다. 지역의 청년을 만날 수가 없다. 일상 곳곳에서 청년과 정치가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만들어야 한다.

Q. 청년과 정치가 만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사실 지역에서 시민들끼리 만나기가 힘들다. 그래서 나는 ‘대화가 있는 책방’을 만들 생각을 갖고 있다.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거리를 조성해서 여러 단체가 들어오고 공방 같은 것들이 들어와서 다양한 얘기들이 오갈 수 있으면 좋겠다. 요즘 ‘도시 재생’이 화두인데 집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가 깃드는 거리’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무엇보다 ‘숨은 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시민들이 일상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때문에 우선 국민기본선이 필요하다. 그 다음은 지금부터라도 할 수 있는 사람들끼리 독서회 등의 채널과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아니면 댓글이라도 남겨 의견을 나눠야 한다.

Q. 세대로 편을 가르는 것은 어떻게 보는지.

의자놀이가 심해지면 세대 간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는 부모세대에게 ‘너희들이 정년까지 앉아있어서 청년들 일자리가 없는 거야’라고 말했다. 때문에 ‘재벌들이 내 자리를 가져간 것이 아니라 부모가 내 자리를 빼앗았다’고 여기게 된 것이다. 이는 정치적으로 조장된 갈등이라고 본다. 그리고 매우 현실적인 문제다. 하청사회, 의자놀이가 사라지면 이런 갈등은 없어질 것이다. 

지난 4월 19일 유세하면서 ‘민주주의를 만든 4.19 세대, 6.10 세대, 촛불혁명 세대가 함께 손잡고 5월 9일 투표해 새 나라를 만들자’고 말했다. 실제로 촛불 광장에서 온 세대가 손을 잡았다. 이제는 세대가 손을 잡고 우리의 의자를 가져와야 한다.

Q. 청년들에게 세월호와 촛불을 겪으면서 생긴 변화가 있다면.

세월호 이전이 있고, 세월호와 촛불 사이가 있고, 촛불 이후가 있다고 본다. 세월호 이전의 청년들은 세상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나만 살면 돼’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런데 세월호와 촛불 사이에는 ‘우리 몽땅 망했다’ 집단적인 좌절감이 생겼다. 그 전에는 집단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촛불 이후에는 여전히 좌절감은 있지만 훨씬 더 당당해졌다고 본다. 정치인에 대한 표현을 돌아봐도 세월호 이전에는 ‘정치 관심 없어’였다. 정치 불신이 있었으니까. 세월호와 촛불 사이에는 ‘보기 싫은 정치인들’이었다. 오죽하면 ‘국회의원 수 줄여라’는 말도 많이 했겠나. 그런데 촛불 이후에는 ‘미안해하지 마세요, 함께 해요’라고 한다. 그래서 짧은 시간에 많이 변했다고 생각한다.

▲ 은수미 전 의원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대선캠프, 청년공약에 지속적 관심 가져야

Q. 청년의 현실이 정치에 쉽게 반영되지 못하는 이유는.

본인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빨리 반영된다. 어르신들이 그러지 않나. 투표도 열심히 하고 항의도 열심히 하고 가스통도 들고. 그러니 정치권에서 어르신들의 의견을 빨리 반영하고 눈치를 본다. 또 로비를 잘하는 재벌 대기업의 의견도 빠르게 반영된다. 그런데 아무 소리도 안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반영할 필요가 없다. 주로 청년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았다. 무관심해서라기보다 힘들어서일 것이다. 투표권을 가진 청년들의 투표율이 높아야 한다. 어르신들의 투표율이 높은 이유는 권리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청년들은 투표를 권리라고 생각해 투표장에 가지 않는다.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대리인들이 말을 듣게 하려면 주인이 움직여야 한다. 투표뿐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행동을 해야 한다.

Q. 정치권이 가져야 할 책임과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이번 대선처럼 청년 공약이 많이 쏟아지는 경우는 드물다. 각 캠프에서 이런 관심을 유지해야한다. 청년들이 거리로 나서서 탄핵을 요구하고 대통령을 파면시켰다. 정권교체까지 이뤄낸다면 정치권에서는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질 것이다. 이전에는 정치가 국민들을 계도, 계몽시켰다. 그러나 지금은 정치가 국민들의 목소리에 반응한다. 정치권은 여론이 흐르는 길목을 찾아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시민들은 목소리가 전달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이야기해야 한다.

Q. 현재 후보들의 청년공약 중 관심이 가는 공약이 있다면.

모든 후보들이 최저임금 1만원을 말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심상정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청년고용할당제’가 좋은 것 같다. 전에 ‘청년 3당(할당, 수당, 배당)’을 만들자고 한 적이 있다. 물론 청년 배당은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청년할당과 수당은 공통적으로 공약하고 있는 것 같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청년유니온이나 알바노조 등에서 자유롭게 모이고 발언하게 해달라는 말을 하는데 이에 대한 공약이 부족하다. 청년이 자기 목소리를 내고 권리를 성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Q. 차기 정부에 바라는 점은.

국민기본선을 만들어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 ‘숨 좀 쉬게’ 하자. 그리고 언론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사이버테러방지법’, ‘테러방지법’ 모두 입을 막으려 한 것이다. 입을 트게 해야 한다. 언론이 비판과 풍자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재벌개혁이다. 재벌의 소유 구조를 바꾸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세 가지는 반드시, 빨리 했으면 좋겠다.

▲ 은수미 전 의원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청년들의 시대’ 반드시 온다

Q.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있다면.

우선 정부에서 불러준다면 정책적으로 기여하고 싶다. 불평등을 해소하는데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할 수 있길 원한다.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뭐든지 하겠다. 그리고 불평등의 현실을 알리고 공유할 것이다. 다음 책에서 이를 준비 중인데, ‘재벌이 말하지 않는 돈 버는 비법’이다. 예를 들어 삼성이 정유라에게 준 220억원만 있으면 전국에서 배달알바를 하는 청년 2만명에게 산재보험을 국가가 지원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알리면 청년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구나’ 하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불평등을 해결하는 것은 굉장히 간단한 문제라는 것을 공감하면 좋겠다. 더 나아가 21대 총선에서는 국회에 들어가고 싶다. 초선 때보다 더 열심히 불평등문제 해결에 나설 것이다.

Q. 청년들의 시대가 올까.

분명히 온다. 오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망한다. 청년은 디지털시대의 원주민이다. 아메리카 원주민은 주인이 되지 못했다그러면 그 세계는 망한다. 자기 시대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만약 디지털시대의 원주민인 청년이 자신의 시대를 갖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은 망한다.

Q. 마지막으로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우선 스스로를 믿고, 예뻐했으면 좋겠다. 사실 그러긴 힘들다. 그러나 이 어려움 속에서도 열심히 살고 있고, 촛불을 들어 세상을 바꿨다. 그런데 자신을 믿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한 번도 ‘네가 주인이다. 영웅이다. 소중하다’는 말을 못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단한 일을 해내고 있는 세대다. 존엄한 사람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스스로 일어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은 나 같은 기득권 세력들이 벌어드리겠다. 앞으로 스스로를 믿고 도전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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