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지난달 8일 실시된 국가직 9급 공무원 시험 행정직군의 경쟁률은 44.5대 1이었다. 4508명을 선발하는데 20만596명이 지원한 것이다. 경쟁률이 가장 높은 기술직군 화공 공업직의 경우 7명 모집하는데 1713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244.7대 1이었다. 이처럼 무수히 많은 청년들이 바늘구멍 통과하기만큼 힘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공무원시험 준비생이 밀집한 노량진을 중심으로 ‘10% 가산점 받는 금수저’라는 제목의 전단지가 배포됐다. 이 전단지에는 5·18 유공자의 자녀들이 국가고시, 임용고시, 기업의 취업시험에서 5~10%의 가산점을 받아 자리를 거의 싹쓸이하고 있다며 5·18 유공자 자녀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이 부당하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국가유공자의 경우 사망 시 유가족이 받는 가산점은 10%가 맞다. 다만 5·18 유공자의 경우 여기에 행방불명자의 가족이 포함된다. 사망이 아닌 부상이나 공상의 경우엔 5%의 가산점을 받는다. 그렇다면 과연 전단지의 내용대로 가산점을 받는 5·18 유공자들의 유가족이 자리를 싹쓸이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이 아니다. 국가보훈처의 지난달 통계에 따르면 가산점 10%를 받는 5·18 유공자 유가족의 수는 182명에 불과하다. 이는 전몰군경 유가족 3만6522명, 순직군경 유가족 1만7128명 등 다른 유공자 유족들의 수에 비하면 현저히 적은 수치다. 5% 가산점 대상자도 전상군경 가족 6만9723명, 공산군경 가족은 1만2853명인데 비해 5·18 유공자 유가족은 427명뿐이다. 국가보훈처는 가산점을 받는 합격자의 수도 전체 합격자의 30%로 제한하고 있다. 5·18 유공자의 가족이 일자리를 싹쓸이한다는 말은 거짓이다.

이 외에도 전단지에는 5·18이 ‘무장 폭동’이라고 하며 당시 북한 특수군이 광주에 침투해 ‘폭동’을 일으켰다는 황당한 주장이 담겨있다.

전단지 배포의 목적은 분명해 보인다. 5·18과 국가유공자 가족 혜택을 왜곡해 공무원시험 준비생들의 분노를 5·18에 대한 반감으로 돌리려는 것이다. 이들은 극우세력을 등에 업기 위해 고엽제전우회 등 다른 국가유공자의 유가족이 받는 혜택은 언급하지 않는다.

과연 이 전단지는 누가 배포한 것일까.

전단지에는 지만원 박사와 홈페이지 ‘시스템클럽’이 소개돼 있다. 시스템클럽의 운영자 지만원 박사는 대표적인 극우논객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5.18을 폄하하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해왔으며, “집회를 여는 위안부 할머니들은 가짜”라는 망언을 하기도 했다. 또 세월호에 대해서도 ‘시체팔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기자는 다른 전단지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스템클럽 홈페이지를 방문했다. 홈페이지에는 관리자가 지난 4월24일 게시한 ‘5.18가산점전단지, 청주유골 전단지 파일(최종)’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있었으며, 같은 제목의 pdf파일이 첨부돼 있었다. 이 밖에도 시스템클럽은 지난해 6월 20일부터 5·18 민주화 운동을 폄하하기 위해 제작한 전단지의 시안, 전단지 확산 요청 글 등이 지속적으로 게시했다.

지 박사는 시스템클럽 외에도 극우언론 <뉴스타운>의 오피니언 코너에 지속적으로 글을 기고했다. 가산점 논란 관련 글을 검색했더니 지 박사가 가장 많이 기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단지를 배포해 논란을 만들고, 언론을 통해 이를 보도해서 다시 논란을 키워나가는 여론 조작을 시도한 셈이다.

지 박사가 본인의 잘못된 논리를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팔아먹고 있다. 더 이상 5·18을 왜곡하는 가짜뉴스를 만들어 선동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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