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인의(仁義)
[칼럼] 인의(仁義)
  • 이종우 칼럼니스트
  • 승인 2017.05.05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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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맹자가 양혜왕을 알현하였는데, 왕이 이르길, ‘어르신께서 천리를 멀게 여기지 않고 오셨으니, 또한 장차 내 나라를 이롭게 함이 있겠습니까?’라고 하였다.

맹자가 말하길, ‘왕은 하필 이로움을 말씀하십니까? 오직 인의가 있을 뿐입니다. 왕께서 어떻게 하면 내 나라를 이롭게 할까 하시면, 대부들은 어떻게 하면 내 집안을 이롭게 할까 하며, 사·서인(士·庶人)들은 어떻게 하면 내 몸을 이롭게 할까 하여,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이를 취한다면 나라가 위태로울 것입니다. 만승의 나라[일만 대의 병거(兵車)를 동원(動員)할 수 있는 나라라는 뜻으로, 천자(天子)의 나라를 이르는 말. 필자 주]에서 그 군주를 시해하는 자는 반드시 천승을 가진 공경의 집안이요, 천승의 나라[일천 수레의 나라라는 뜻으로, 대(大) 제후(諸侯)의 나라를 이르는 말. 필자 주.]에서 그 군주를 시해하는 자는 반드시 백승을 가진 대부의 집안이니, 만승에 천승을 취하며, 천승에 백승을 취함이 많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만일 의를 뒤로 하고 이를 먼저 하면, 빼앗지 아니하고서는 만족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질면 그 어버이를 버리는 자는 있지 않으며, 의로우면 그 군주를 뒤로 하는 자는 있지 않습니다. 왕께서는 오직 인의를 말씀하실 따름이니, 하필 이익을 말씀하십니까?’라고 하였다.

위의 인용문은 『맹자(孟子)』의 「양혜왕」편의 가장 첫머리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이혜경의 설명에 따르면, 맹자가 활약했던 시기는 중국의 전국시대(戰國時代)로, 한자 그대로 여러 제후국이 중원의 패권을 놓고 끊임없이 전쟁을 벌이던 시기다. 그나마 전국시대 이전인 춘추시대(春秋時代)는 주(周) 왕실을 받들겠다는 대의명분은 지켰지만, 전국시대는 그런 명분마저도 사라진 상태에서 약육강식의 경쟁을 벌였던 시기이다. 이로 인해 사람들의 삶은 피폐해지고, 세상은 혼란스러웠다. 이러한 시기에 맹자가 전면에 내세운 것이 인과 의였다.

국가의 위기 상황에서 인과 의가 등장하는 것은 어쩌면 낯선 현상일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을 밟지 못하면 내가 밟히는 상황에서 어짊과 의로움을 논하면, 자칫 시쳇말로 ‘X선비질’한다는 지적을 듣기 십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역사에서 위기 상황에서 인이나 의를 주장한 경우가 없지 않다. 그 대표적인 예가 안중근 의사의 그 유명한 ‘견리사의(見利思義)’, 즉 ‘이로움을 보면 의로움을 생각하라.’라는 구절이다. 어떻게 보면 나라가 위태로울 때, 그 원인은 인과 의가 무너졌기 때문이고, 당장의 위기에 대한 응급처치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무너진 인과 의를 다시 살리는 것이 문제 해결의 근본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역사는 가르쳐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일컬어진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 등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5월은 갑작스럽게 앞당겨진 대통령선거로 인해서 ‘가정의 달’이라는 말이 조금 잠잠해진 분위기이다.

개인적으로 1987년 직선제 개헌을 쟁취한 이후 대선 정국을 주도한 이슈 가운데 인과 의와 가장 멀어졌던 선거는 1992년과 2007년 대선이라고 생각한다. 1992년 대통령 선거는 종식시켜야 되는 군사정권과 결탁한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2007년 대통령 선거는 인과 의는 없고 오로지 경제적 이득이 가장 우선시 되었던 선거였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인과 의는 과연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까?

다시 전국시대를 얘기하면, 결국 중원의 패권을 차지한 나라는 엄격한 법치를 강조한 진(秦)나라였다. 그러나 인과 의가 없는 법치를 강조했던 진은 결국 오래가지 못하고 멸망했다.

앞당겨진 우리나라 대통령선거에서 가장 화두가 되는 단어 중 하나가 ‘정의(正義)’이다. 현명한 우리 국민들이 궁극적인 해결 방안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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