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카멜레온 vs. KB국민카드 알파원

▲ 좌측부터 현대카드 카멜레온 카드, KB국민카드 알파원 카드 ⓒ공식 홈페이지 캡쳐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 현대카드가 최근 선보인 새 카드를 놓고 베끼기 의혹에 휘말렸다.

논란이 되고 있는 카드는 현대카드의 카멜레온 카드와 KB국민카드의 알파원 카드로 두 카드 모두 앱카드와 실물카드를 실시간 연결하는 핀테크 기술을 적용한 플랫폼 카드이다. KB국민카드가 해당 카드를 출시한 것은 지난해 9월, 그런데 현대카드에서 올 4월 같은 기술이 적용된 카드를 출시하면서 표절 논란이 일고 있는 것.

앞서 현대카드는 KB국민카드를 비롯해 삼성카드, 우리카드에 표절 의혹을 제기한 적이 있는 바 이번엔 역으로 표절 의혹을 당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카드 카멜레온, KB국민카드 알파원 표절 의혹

1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지난 4월 신상품 ‘카멜레온 카드’를 출시했다. 이 카드는 여러 장의 카드를 한 장에 담아 자유롭게 혜택을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이 개인 SNS를 통해 적극 홍보하며 주목을 받은 카멜레온 카드는 가맹점에서 가장 혜택이 큰 카드를 현대카드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실시간으로 선택해 결제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문제는 이 카드가 지난해 KB국민카드가 내놓은 ‘알파원 카드’와 유사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는 지난해 초 핀테크형 카드 출시를 목표로 상품 개발에 돌입, 직원들을 상대로 베타테스트를 거쳐 지난해 9월 알파원 카드를 출시했다.

이 카드는 KB국민앱카드인 K모션에 본인이 사용하는 카드를 등록해두고 결제 시점에 최적의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를 앱으로 선택하면 혜택이 적용된다. 알파원 카드는 출시 이후 5만500좌가 판매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앱카드를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많아 앱카드과 플라스틱 카드를 연계하는 방법을 개발해서 (KB알파원 카드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두 카드는 앱카드와 실물카드를 실시간 연결하는 핀테크 기술을 적용한 플랫폼 카드로 기존에 사용하던 카드를 연결해 플랫폼 역할을 하는 만큼 기존 회원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또한 두 카드 모두 연회비가 없다는 점도 같다.

반면 현대카드 측은 해외에서도 많이 활동하고 있는 모델이며 KB알파원 카드를 베끼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KB알파원 카드가 나오기 전부터 해외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던 방법”이라며 “KB 측이 이를 국내에 먼저 도입했다고 볼 수는 있겠지만, KB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방식을 우리가 카피한 것은 아니다. KB알파원 카드를 표절했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해명했다.

▲ 좌측부터 KB국민카드 알파원 카드, 현대카드 퍼플카드 ⓒ공식 홈페이지 캡쳐

현대카드와 KB국민카드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두 카드사는 알파원 카드의 디자인으로 한 차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이번 경우와는 반대로 지난해에는 현대카드가 KB국민카드를 카피캣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현대카드는 KB국민카드의 ‘알파원 카드’가 자사의 ‘퍼플카드’와 디자인이 유사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현대카드는 퍼플카드를 출시하면서 상위 5%를 위한 카드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는 특별한 색’이라고 홍보, 카드에 보라색 단일 색상만을 적용했다. 또한 카드 앞뒤로 보라색을 사용해 앞면에는 브랜드명과 고객명만을, 뒷면에는 카드번호와 유효기간 등을 넣어 깔끔함을 강조했다. 이런 방식은 업계에서 최초였다.

KB카드의 알파원 카드 역시 보라색을 메인으로 해 카드 앞면에 브랜드명과 고객명, 뒷면에는 카드번호와 유효기간을 새겼다.

이에 현대카드 측은 퍼플카드의 VIP카드로서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고 불만을 제기했으나 KB국민카드 측은 보라색은 핀테크와 아날로그의 결합을 의미하는 것일 뿐이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 좌측부터 현대카드 ZERO 카드, 삼성카드 삼성카드 4 ⓒ홈페이지 캡쳐

삼성카드와 표절 진실 공방…내용증명까지

이렇듯 카드업계의 베끼리 논란은 해마다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다. 앞서 2012년에는 현대카드가 삼성카드의 숫자(삼성카드 4)카드와 자사의 숫자카드(현대카드 ZERO)를 모방했다며 공방이 벌어졌다.

삼성카드가 삼성카드 2, 삼성카드 3 출시를 알리는 TV광고 하루 전에 현대카드 정태영 사장이 SNS를 통해 숫자카드인 ‘현대카드 제로’ 출시를 밝히면서 싸움은 시작됐다.

당시 현대카드는 ‘삼성카드 4’가 ‘현대카드 ZERO’를 모방했고, 현대카드의 숫자 작명 체계를 본떠 ‘삼성카드 2’, ‘삼성카드 3’을 출시했다고 주장, 삼성카드를 상대로 내용증명을 보낸 바 있다.

이에 삼성카드는 내용증명에 대한 답변을 내용증명 형식으로 보내며 현대카드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또한 그해 4월 삼성카드는 그룹 내부 게시판에 현대카드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는 글을 게재했다.

당시 금융감독원의 중재로 실제 소송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두 카드사 간 감정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 좌측부터 현대카드 챕터2 카드, 우리카드 가나다 카드 ⓒ뉴시스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 우리카드 비난하더니

현대카드는 2014년에도 우리카드와 한바탕 표절 논쟁을 벌였다. 현대카드는 같은 해 3월 31일 우리카드가 선보인 ‘가나다’ 카드의 콘셉트가 2013년 7월 자사가 내놓은 ‘챕터2’와 비슷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챕터2 카드가 크게 포인트와 캐시백을 주축으로 한 투트랙 전략을 사용한 것과 가나다 카드가 할인과 포인트로 투트랙 전략을 구성한 것이 유사하다는 것.

당시 현대카드 정 부회장은 자신의 SNS에 “한 개인일 뿐인 아티스트도 앨범 발표 전에 표절논란을 피하기 위해 수많은 곡들과 대조를 한다고 한다”며 “그런데 막상 큰 조직이 움직이는 다른 분야에선 그런 건 염두에 조차 없다. 차라리 적당해서 못 본체라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 부회장은 현대카드 페이스북을 공유하며 “복잡하고 머리 아픈 카드생활을 할인과 포인트로 심플하게 정리한 현대카드의 투트랙 체계를 우리카드에서 정확하게 이해해 주셨습니다”며 우리카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현대카드는 페이스북을 통해 “365일간의 프로젝트 기간, 21만시간 인력 투입, 인사이트 트립 9만 마일, 경영진 회의 160번 등 치열했던 1년의 기록까지 보내드리겠습니다”라며 “누군가에게 카피의 대상이 되는 것 또한 우리의 미션이므로 현대카드가 기준이 되고 그것을 모방하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다”며 불쾌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처럼 끊임없이 타사에 베끼기 의혹을 제기했던 현대카드가 올해에는 역으로 KB국민카드의 것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게 된 상황에 놓이게 됐다.

관련 규정이 없다보니 카드사의 모방은 일종의 관행처럼 굳어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도 카드업계의 표절 논란이 계속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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