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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마다 수장 바뀌어…권오준 임기 완주 글쎄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 부정에도 발목 잡히나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 과거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장이 교체돼온 포스코가 문재인 정권에서는 독립성을 보장받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새 정부가 적폐청산을 강조한 만큼 재계에서는 잔혹사가 재현되지는 않을 것이라 보고 있으나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의혹을 받아온 권오준 회장의 앞날이 순탄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권 바뀔 때마다 반복돼온 ‘포스코 잔혹사’

포스코는 2000년 정부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민영화로 전환된 기업이지만 사실상 공기업이라는 꼬리표가 계속해서 붙어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가 이뤄진다는 말이 나왔기 때문. 이와 더불어 정부가 사실상 통제권을 갖는 국민연금공단이 포스코의 최대주주라는 배경도 있다.

역대 정권에서는 포스코 회장 선임과 관련해 직·간접적인 간섭을 해왔고, 자회사 대표이사 선임, 임원 인사 등에도 관여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는 정권마다 포스코 수장이 바뀌는 것을 두고 ‘포스코 잔혹사’, ‘CEO 잔혹사’라고 표현해왔다.

그러자 포스코는 2004년 이사 선임에 있어 집중 투표제를 도입해 소액 주주의 권리 강화에 나섰다. 2006년에는 사외이사들로 꾸려진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가 회장 후보를 결정하고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최종 선임하도록 했다.

그러나 주요 인사 선임과 관련해 정권의 외풍에 시달린다는 얘기는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는 포스코가 주인 없는 회사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 이후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는 민영회사로 국민연금이 11.04%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이 외 포스코 우리사주조합과 포스코가 소유한 자사주를 제외하곤 1%를 넘는 지분을 보유한 곳이 없다.

이처럼 포스코는 대주주가 없는 회사다 보니 정부가 지분이 없으면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쉬운 구조이며, 역대 정부가 이 점을 악용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그동안 역대 포스코 회장들은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검찰 수사와 조기 사퇴를 거듭, 포스코 회장 가운데 3대 정명식, 6대 이구태 회장을 빼곤 줄줄이 기소를 면치 못하고 형사처벌을 받았다.

포스코 잔혹사의 시작은 고(故) 박태준 초대회장이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다툼을 벌인 끝에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시작됐다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포스코를 창립한 박 초대회장은 1968년 4월부터 1992년 10월까지 약 24년 6개월간 회장 자리를 지켰으나 김영삼 정권이 출범한 1993년 회사기밀비 7300만원을 횡령하고 포항제철 계열사와 협력사 20개 업체로부터 39억73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그는 포항제철 명예회장직도 이때 박탈당했다.

박 명예회장은 ‘3당 합당’ 당시 김영삼 민자당 대표최고위원 밑에서 최고위원직을 맡아 활동했으나 1992년 14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내각제 대통령선거 공약화를 요구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박 명예회장은 1994년 11월 뇌물수수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으나 비자금이 발견되지 않아 기소중지 처분을 받았다.

박 명예회장의 핵심 참모 출신인 2대 황경로 회장과 3대 정명식 회장도 김영삼 정권에서 임기를 제대로 채우지 못한 채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먼저 황 전 회장은 1992년 10월부터 1993년 3월까지 약 6개월 동안 회장직을 지내 포스코 역대 회장 가운데 가장 단명한 인사로 꼽힌다. 그는 거래업체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9200만원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3대 정명식 회장은 1993년 3월부터 1994년 3월까지 약 1년 동안 회장직을 지냈으나 박 전 회장의 측근이라는 인식 때문에 일찌감치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의 뒤를 이은 4대 김만제 회장(1994년 3월~1998년 3월)은 김영삼 정권에서는 임기를 채웠으나 김대중 정부 때 중도사퇴하고 말았다. 김 전 회장은 1994년부터 4년여에 걸쳐 회사기밀비 4억2415만원을 유용한 혐의로 1992년 2월 불구속 기소됐다.

5대 유상부 회장은(1998년 3월~2003년 3월) 이른바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중도 사퇴를 했으며, 6대 이구택 회장은(2003년 3월~2009년 1월)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검찰이 정기세무조사 무마 청탁설 조사에 나서자 돌연 중도 사퇴했다.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는 7대 정준양 회장(2009년 1월~2014년 3월)이 중도 사퇴했다. 그는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 2015년 11월 불구속 기소됐다.

▲ 포스코 권오준 회장ⓒ뉴시스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권오준 2기 앞날은?

8대 권오준 회장은 2014년 수장 자리에 올라 올해 3월 연임에 성공, 권오준 2기 체제를 가동 중이다. 임기는 오는 2020년 4월까지다.

권 회장이 그동안의 포스코 수장들과 달리 포스코 잔혹사를 끝낼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새 정부가 적폐청산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재계에서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수장이 교체되던 포스코 잔혹사가 권 회장 체제에서는 재현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그러나 권오준 2기가 마냥 순탄하게 흘러가지는 않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새 정부의 국장농단 재수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최순실 사태와 관련한 권 회장에 대한 의혹 수사가 고강도로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권 회장이 재임기간 중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의혹을 받아온 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권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를 한 자리에서 여자배드민턴팀을 창단해달라는 요구를 받고 16억원 상당의 펜싱팀을 창단해 운영을 더블루K에 맡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권 회장 입장에서는 권력의 요구를 묵살할 수 없었을 것이란 시각도 있지만 정권의 청탁을 받아들인데 대한 대가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또한 2013년 회장 선출 과정에서 권 회장에 대한 최순실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던 점은 여전히 부담이다. 앞서 최순실 특검에서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권오준 회장을 차기회장으로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정황이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지난해 12월 5일 최순실 게이트 국정감사에서 “감도 안 되고 자격도 안 되는 권오준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최순실이 포스코 회장으로 세웠다”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권 회장은 관련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며 강력 부인해왔다.

이 때문에 권 회장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은 곱지 않다. 권 회장이 지난 3년간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높여 지난 3분기에는 4년 만에 분기 ‘1조원 영업이익’을 거두는 등 포스코 체질을 개선시킨 점은 높이 살 만하지만 최순실 의혹 등을 겪은 권 회장이 남은 임기를 잘 마무리할 수 있을지 안팎의 우려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권 회장이 포스코 잔혹사를 반복하지 않고 무사히 임기 완주를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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