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국방부가 9년 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병사의 부모에게 전역처리 지연으로 인해 잘못 지급된 월급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1일 “지난 4월 3일 국방부가 지난 2008년 선임병들의 구타와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을 매 숨진 최모 일병의 유가족에게 초과 지급된 월급 33만5000원과 독촉절차 비용 6만6000원 등 총 40만1000원에 대한 지급명령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초과 지급된 월급은 최 일병 측의 과실이 아니라 국방부가 망자의 제적처리를 4개월 정도 지연시킨 탓이다.

육군 상무대에 근무하던 최 일병은 지난 2008년 6월 23일 부대 내 지하 보일러실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으나, 두 달이 8월 15일에야 일반사망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제적처리도 두 달이 지연돼 총 4개월이 같은 해 10월 20일에야 모든 절차가 완료됐다.

이렇게 절차가 지연되는 동안 군은 최 일병의 급여 통장으로 4개월치 월급 33만5000원을 지급했고 자식을 잃은 슬픔에 경황이 없던 유가족은 이런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4년 뒤인 지난 2012년 3월 국방부는 뒤늦게 초과 지급된 월급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최 일병이 병영 내 부조리로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순직인정조차 받지 못한 유가족은 이를 거부했다.

최 일병은 지난해 4월 19일 국방부 재심을 통해 순직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유가족은 여전히 국방부의 월급 반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 일병의 아버지 최모씨는 “당시에는 자식을 군에서 잃은 것도 모자라 순직처리까지 거부돼 억울하고 분한 심정이었다”며 “군의 실수로 발생한 초과지급 월급을 4년이 지난 뒤에 돌려달라 요구하고 이제 소송까지 제기한 건 유가족을 우롱하는 것 아니냐”라고 토로했다.

이어 “재판 가서도 우리 유가족들은 절대로 못 준다고 주장할 것”이라면서 “금액이 문제가 아니라 국방부가 인간의 가치를 이렇게 무시하는 걸 인정할 수 없어서 못 준다”고 강조했다.

최씨는 오는 6월 14일 관련 재판을 앞두고 있다.

한편 국방부는 최 일병의 월급이 법령상 결손사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유가족이 돌려줘야 한다며 제도 개선도 거부하고 있는 입장이다.

김종대 의원실에 따르면 담당 기관인 국군재정관리단은 최 일병의 월급 반환 문제와 관련해 국방부로 채권관리지침 개정을 건의했지만, 국방부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반영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이에 대해 김종대 의원은 “남의 귀한 자식 데려가서 불귀의 객으로 만든 것도 용서받지 못할 텐데 국방부 실수로 초과 지급한 월급을 부모가 토해내라며 소송까지 제기하는 건 파렴치한 행위”라면서 “꼭 받아야겠다면 내가 대신 낼 테니 자식 잃은 부모님 그만 괴롭히고 국회로 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