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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윤혜경 기자】요즘 소비자들 사이에서 ‘약산성’ 폼 클렌저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서 약산성 폼 클렌저가 자극이 덜해 피부 개선에 도움 됐다는 후기들이 속속 올라오기 때문이다.

5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건강한 피부의 pH(산성이나 알칼리성을 나타내는 지수) 수치는 약산성을 띄는 4.5~6.5이며, 가장 이상적인 pH 수치는 그 중간인 5.5다. 그렇기 때문일까. 약산성이라 광고하는 폼 클렌저 제품들의 대다수가 건강한 피부의 pH 수치를 벗어나지 않는다.

여러 브랜드의 공식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로드샵 코스메틱 브랜드 미샤의 약산성 폼 클렌저 ‘니어 스킨’의 pH 수치는 5였다. 어퓨의 ‘난코 매스틱 약산성 젤폼’은 pH 5.5, 더샘의 ‘내추럴 컨디션 클렌징 폼’은 pH 5.5, 이니스프리의 ‘블루베리 리밸런싱 5.5 클렌저’는 pH 5.5, 에뛰드의 ‘순정 약산성 6.5 휩 클렌저’는 pH 6.5로 파악됐다.

그런데 본지확인 결과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 네이처리퍼블릭은 공식 홈페이지는 물론 오프라인에도 약산성이라고 광고하는 ‘그린더마’ 폼 클렌저의 pH 수치를 표기하지 않고 있었다.

네이처리퍼블릭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그린더마 제품 제형 설명으로 ‘저자극 순하고 부드러운 약산성 폼 클렌저’라고 했을 뿐 정확한 pH 수치를 명시하지 않았다.

오프라인 매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린더마 테스터 제품 하단에 ‘건강한 피부 pH를 생각한 약산성 폼 클렌저’라는 부가 설명만 있을 뿐 정확한 수치는 없었다.

▲ pH 수치가 없는 네이처리퍼블릭 ‘그린더마’ 폼 클렌징 <네이처리퍼블릭 공식 홈페이지 캡처>

“혹시 약산성 폼 클렌저 있나요?”
“고객님 ‘그린더마’가 약산성이에요.”
“pH 수치가 없는데 약산성 맞는 거죠?”
“……. 약산성 맞아요. 고객님.”

실제 pH 수치를 파악하기 위해 네이처리퍼블릭 한 매장을 방문해 직원에게 문의했으나 매장 직원도 이를 알지 못했다. 해당 제품을 앞뒤로 꼼꼼하게 살펴보던 직원도 끝내 pH 수치를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약산성은 맞다”고 말했다.

이처럼 해당 제품은 pH와 관련해 정확한 표시가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그저 매장 직원의 말이나 테스터 하단에 적힌 문구, 공식 홈페이지에 적힌 설명만 믿고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네이처리퍼블릭 측은 그린더마 제품이 약산성이 맞으며, 표시의무사항이 없으므로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그린더마 마일드 폼 클렌저’의 pH 수치는 6.5~6.8이다”며 “현재는 (약산성과 관련해) 표시의무사항이 없어 별도로 표기하고 있지 않다. 고객이 불편하다고 계속 문의하시면 (표기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

여전히 명확지 않은 ‘약산성’ 표기
소비자단체 “약산성 기준마련 필요”

한편 약산성 표기와 관련해 식약처 측은 약산성이라는 기준이 법적으로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업체들이 제품 pH 농도를 표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업체 본인들이 (pH 수치 등과 관련해) 실증적이고, 과학적인 데이터를 보관하고 있으면 된다”며 “현재 전 세계적으로 마찬가지지만, 약산성, 약알칼리성 등의 유형 분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식약처에서는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민원제기가 돼야 (검토)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소비자들은 제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표기되지 않은 상태에서 오롯이 판매자의 말이나 홍보 문구만 믿고 구매를 결정해야 하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소비자가 약산성이라고 믿고 구매한 제품이 전혀 약산성이 아닌 제품이더라도 법적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보호를 받을 수도, 문제를 제기할 수도 없다는 점이다. 그저 소비자들은 제품 구매하기 전 더 꼼꼼히 살펴보는 게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

이와 관련해 소비자시민모임 윤명 처장은 “현재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소비자들은 업체들의 말만 믿을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들이 명확한 정보를 받을 수 있게 약산성의 기준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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