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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의 문땡큐, 국민의당 현주소 보는 듯
자강론·통합론 혼재되고 있는 국민의당 내부
내년 지방선거 앞두고 국민의당 전략은 과연
통일된 의견 마련 못하는 국민의당 미래는

【투데이신문 장승균 기자】 국민의당이 현재 난감한 상황이 됐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을 임명하면서 일단 자강론으로 굳어진 모습이다. 하지만 여전히 당내에서는 통합론의 불씨는 살아있다. 아직까지 전당대회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당의 미래를 놓고 당내에서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방향을 제대로 잡고 당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의미 있는 성적표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당내 의견은 분분한 상태다. 아직까지 큰 흐름도 잡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8일 한 라디오방송은 국민의당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방송이었다. 이날 방송에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이 출연했다. 박주선 위원장은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가 각료 후보자들이 모두 통과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에 대해 청문회가 진행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무슨 근거로 판댄해 말씀하신 것인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박지원 전 대표의 단독 드리블에 박주선 위원장이 제동을 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지원 전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계속해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칭찬의 목소리를 내왔다. 박지원 전 대표가 대선 기간 동안 계속해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했고, ‘문모닝’이라는 별칭까지 얻을 정도였는데 대선이 끝나자마자 문재인 대통령을 칭찬하면서 ‘문땡큐’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만큼 박지원 전 대표의 태도 변화가 눈에 띈다. 그것을 당 지도부는 못마땅해 하고 있다.

국민의당 현주소

하지만 이 모습이 현재 국민의당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민의당으로서는 현재 딜레마에 빠져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반면 국민의당 지지율은 한 자리 숫자에 머물러 있다. 특히 호남 지지율은 더욱 그러하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7~8일 전국 성인 1011명을 대상으로 정당지지도를 조사해 9일 발표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를 보면 국민의당의 호남 지지율은 11%에 불과했다. 지난주(14%)보다 3% 포인트 하락했다. 이대로 만약 내년 지방선거를 치른다면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존재감을 완전히 잃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차기 총선에서도 국민의당은 역사 속에 사라져야 할 운명이 될 수도 있다. 지방선거가 총선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지방선거는 광역단체장, 광역의원, 기초단체장, 기초의원을 선출하는 선거다. 그런데 광역의원이나 기초의원이 어느 정당 소속 의원이 되느냐에 따라 다음 총선에서 국회의원의 운명이 달라진다. 예를 들면 A정당 소속 기초의원이 대거 당선이 되면 그 다음 총선에서 그 지역에서는 A정당 소속 국회의원이 배출된다. 왜냐하면 그 총선에서 기초의원들이 선거운동을 뛰어주기 때문이다. 거꾸로 B정당 소속 기초의원 후보자들이 대거 낙마를 하게 되면 B정당 소속 국회의원 후보자는 낙선을 하게 된다. 그만큼 기초의원의 선거가 국회의원에게는 중요한 선거이다. 만약 내년 지방선거에서 특히 호남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기초의원들이 대거 당선이 된다면 다음 총선에서 국민의당 국회의원들이 배출될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다시 말하면 국민의당이 존재감이 완전히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때문에 내년 지방선거가 국민의당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선거가 된다. 그런데 현재 지지율을 보면 국민의당으로서는 빨간 불이 들어온 상태다. 만약 이 상태로 선거를 치르게 된다면 내년 지방선거는 그야말로 패배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혼재된 국민의당

이런 이유로 국민의당은 새로운 돌파구 마련이 필요하다. 아직까지 전당대회 일정은 잡혀있지 않지만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해야 한다. 그리고 그 지도부가 새로운 방향을 마련해야 한다. 자강론으로 가야 하느냐 통합론으로 가야 하느냐를 결정해야 한다. 자강론을 주장해온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이 선출됐지만 말 그대로 임시직이다. 새로운 지도부가 선출돼야 하는데 자강론을 주장하는 인물이 선출될 경우 결국 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주겠다는 것이고, 다른 정당과의 연대 혹은 통합은 없다는 입장이 될 것이다. 그 자강론으로 과연 국민의당이 얼마나 존재감을 갖고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다른 방향은 통합론이다. 통합론에는 더불어민주당과의 통합론이 있고,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이 있다. 더불어민주당과의 통합론에는 상당한 숙제들이 여러 가지 있다. 이미 더불어민주당도 호남 지역 원외위원장을 선출한 상태다. 만약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과 통합을 한다면 호남 지역 당협위원장 자리를 놓고 갈등을 보일 수밖에 없다. 또한 지지자들이 가만히 두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은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대해 극렬 반대하고 있다. 국민의당과 통합을 한다면 여소야대 정국을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이 되기도 하지만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의 분당사태를 경험한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은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비록 집권여당이 과반을 넘기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현재의 더불어민주당이 낫다는 논리이다. 국민의당 지지층 중에서도 역시 더불어민주당과의 통합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다.

일각에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론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이 40석이기 때문에 그 존재감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호남에 매달려 있기 때문에 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이뤄진다면 다당제는 깨진다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하게 된다면 일부 호남 의원들은 그것을 핑계 삼아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국민의당 의원들 중에는 더불어민주당으로 입당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개별 입당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하다. 지난 대선 기간 동안 바른정당을 탈당해서 자유한국당에 입당하는 이른바 바른정당 탈당 사태를 경험한 국민의당 의원들로서는 개별 입당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하다. 자칫하면 철새 소리를 듣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통합한다고 한다면 그것을 핑계 삼아 더불어민주당에 개별 입당할 수 있다. 때문에 내심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원하는 의원들도 있다.

국민의당 미래는

이처럼 국민의당의 속내는 복잡하다. 하루라도 빨리 국민의당이 통일된 의견을 갖고 정국을 주도해 나가야 내년 지방선거도 상당한 의미를 둘 수 있다. 현재처럼 여러 목소리가 혼재돼 있으면 국민의당으로서는 한발짝 나아가지도 못하는 그런 상황이 된다. 국민의당으로서는 상당히 고민스러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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