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플 > 인터뷰
화장하는 남자들 “여성에게 화장 강요하는 ‘젠더억압’ 사회 바뀌어야”[인터뷰] ‘화장하는 남자 프로젝트’ 참여 대학생 최기선·조성화·정현수
전소영 기자  |  jsy@ntoday.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7.07.20  14:05:47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 (왼쪽부터) 조성화씨, 최기선씨. 정현수씨 ⓒ투데이신문

‘화남’, 여성의 화장 고충 공감하고자 시작
2주간 최대한 여성과 비슷한 조건으로 생활

화장의 장점, 달라진 외모에 대한 만족감
화장의 단점, 투자되는 시간이 너무 커

화장, 미모를 돋보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해야
한국 사회에서의 화장, 여성에 대한 ‘젠더억압’

젠더억압, 남성과 여성이 가진 권력의 차이
여성도 화장을 안해도 되는 사회로 변해야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오늘도 아침에 일어나 꼼꼼하게 세안을 하고 화장대 앞에 앉는다. 피부에 좋다는 갖가지 로션을 얼굴에 바르고 그 위에 차곡차곡 화장을 입힌다. 선크림, 베이스, 파운데이션, 컨실러, 아이라이너, 섀도, 아이브로, 볼 터치, 립스틱, 마스카라, 하이라이터, 쉐이딩까지. 거기서 끝이 아니다. 하루 종일 땀에 무너진 피부화장을 고치고 밥 먹고 지워진 립스틱을 수시로 바른다. 늦은 밤 집에 돌아와도 끝이 없다. 화장을 한 겹 한 겹 벗겨낸다. 그리고 내일의 화장을 위해 팩을 붙이고 잠이 든다’

확신컨대 화장을 하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일상이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이 화장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떤 이는 자기만족의 이유로, 또 어떤 이는 더 아름다워 보이고 싶은 욕망 때문에 오늘도 얼굴에 분을 바른다. 그리고 분명 원하지 않지만 누군가에 의한 강요로 화장을 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예컨대 여의사에게 생기 있는 얼굴을 위해 화장을 강요하는 병원이나 여자 아르바이트생에게 빨간 립스틱을 강요하는 영화관처럼 말이다.

화장은 분명 성별에 관계없이 자신의 외모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수단에 그쳐야 하지만 우리 사회는 유독 여성의 당연한 ‘몫’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그것은 여성에게 가해지는 하나의 젠더억압이라는 문제를 낳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에게 지워진 대표적인 젠더억압인 화장의 불합리함을 깨닫고자 하는 남성들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2주간 여성들이 평소에 하는 화장을 똑같이 함으로써 그 고충을 직접 느끼고 ‘여자가 화장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고자하는 이른바 ‘화:남_화장하는 남자 프로젝트(이하 화남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지난 8일 <투데이신문>은 화남 프로젝트에 참여한 최기선(21)·조성화(25)·정현수(21)씨를 만나 ‘화장과 여성, 그리고 우리 사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 프로젝트 첫날 화장 강연 <사진 제공 = 화남 페이스북>

Q. ‘화남’ 프로젝트 시작 배경이 궁금하다.

최기선(이하 최): 계기는 특별하지 않다. 함께 수업 듣는 친구 중에 화장을 잘 하지 않는 여자 친구가 어느 날 피부화장을 하고 왔었다. 근데 안경을 착용하니까 코 옆에 안경 자국이 남아 화장이 지워지더라. 그래서 말을 해줬는데 굉장히 민망해했다. 그 순간 ‘나는 이런 고통을 느껴본 적이 없는데 여성들은 일상처럼 겪고 있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일종에 ‘억압’이라고 생각해 남자도 화장을 해봄으로써 공감하자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됐다.

Q. 화남 프로젝트의 취지는 무엇이었나.

: 우리 사회에는 여성이 화장을 하는 게 자기만족의 문제인가 사회 억압의 문제인가에 대한 논쟁이 존재한다. 나는 사회 억압적 측면이 훨씬 강하다고 생각하고 실제 이로 인해 많은 여성이 고통을 받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화남 프로젝트가) 그 이슈에 대해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공론화되는 장이 되길 바랐다. 주된 목표는 여성도 화장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거였다. 그런데 여성에게 뜬금없이 “화장하지 않아도 돼”라고 말하는 건 지금 사회구조가 그러지 않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여성에게 화장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게 오히려 남성의 젠더권력을 상징하는 거라고 말하더라.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여성의 화장을 지우는 게 아닌 남성에게 화장을 씌우는 거였다. 일종에 젠더권력에 대한 조롱이기도 하다.

Q. 화남 프로젝트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다.

: 지난 5월 25일부터 6월 7일까지 10일 동안 진행됐다. 애초에 모집인원은 15명이었는데 최종적으로 참여한 인원은 8~9명 정도다. 일상생활에서 여성들이 겪는 상황과 최대한 유사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되도록 모든 화장을 다 하기로 했다. 이 안에는 땀이 나서 피부화장이 지워진다거나 밥을 먹고 나서 입술에 바른 립스틱이 지워질 때 수정화장을 하고 집에 귀가해 화장을 지우는 전 과정이 포함된다. 모임 첫날 간단히 취지 설명회를 갖고 참여하기로 한 남성 대부분이 화장이 처음이기 때문에 평소 화장을 잘하는 여성분을 섭외해서 1시간 20분 동안 속성으로 강연을 받았다.

Q. 각자 화남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조성화(이하 조): 지난해 강남역 사건 이후 여성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남성과 여성 사이의 사회적 괴리를 실감하고 ‘어느 한 쪽(여성)이 좀 더 억압받는 구조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실제 내가 그 문제를 겪어봐야만 공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화남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물론 예뻐지고 싶은 이유도 있었다(웃음).

정현수(이하 정):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진 남자들만 있는 사회(남중·남고)에서만 생활한데다 사는 지역이 가부장적인 문화가 강했다. 그래서 여성문제에 대해 잘 몰랐다. 그런데 대학교에 입학하고 새로 만난 지인들과 얘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여성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다 화남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지만 개인적으로 화장은 억압일 수도 있지만 본인이 더 나아질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참여한 것도 있다.

: 나 역시 대학교에 입학한 뒤에서야 여성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고민을 하게 됐다. 고민을 하면 할수록 자기만족보다는 사회구조의 문제라고 생각하게 됐다. 여성은 우리 사회에서 온전한 인격체보다는 상품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이런 사회구조 내에서 여성이 만족스러운 윤택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자신을 더 좋은 상품으로 포장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즉 사회구조가 여성이 화장을 할 수밖에 없도록 하고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 (왼쪽부터) 조성화씨, 최기선씨. 정현수씨 ⓒ투데이신문

Q. 평소에도 화장을 하고 다녔나.

조: 화장을 했다는 기준을 어떻게 나누는지 모르겠지만 선크림까지는 바르고 다녔다.

정: 화장을 한다면 파운데이션까지는 발랐다.

: 프로젝트 이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선크림도 안 발랐다. 내가 제일 심각했던 거 같다(웃음).

Q. 완벽하게 화장을 한 자신의 모습을 처음 봤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조: ‘이렇게 예뻐질 수 있구나’라고 정말 깜짝 놀랐다. 사실 화남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시행으로 옮겨보려고 여동생에게 안 쓰는 립스틱을 얻어 발랐다. 선크림에 립스틱만 발라도 굉장히 달라지더라. 입술이 촉촉하니까 생기 있고 사랑스러운 느낌이랄까. 그러다 피부화장, 눈화장까지 다 하고 나니까 확실히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정: 교내 밴드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기선씨가 보컬이다. 그래서 언젠가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무대화장을 한 적이 있다. 아이라인을 그렸는데 눈이 굉장히 커 보이더라. 그때부터 화장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화남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화장을 하다 보니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더라. 특히 나 같은 경우는 속눈썹이 길어 뷰러로 집었을 때 생긴 컬이 굉장히 만족스럽다.

: 예쁘다는 만족감이 가장 컸다. 처음에는 화장품을 바르기만 하면 광고 속 모델 같은 모습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직접 화장을 해보니까 내 모습과는 너무 다르더라. 완성된 화장을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Q. 나름의 화장 스킬도 생겼을 것 같은데.

조: 시간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다. 처음에 다 함께 모여 강연 듣는 자리에서 실습을 할 때는 1시간 20분이 걸렸는데도 결국 다 완성하지 못하고 대충 끝을 내야 했다. 이후에 혼자 화장을 할 때 매일 화장을 하기 위해서 1시간 20분씩 시간을 할애한다는 게 불가능하더라. 항상 시간에 쫓기다 보니 어느 한 과정을 생략한다거나 다른 방법을 시도해본다던가 하면서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했다. 점점 익숙해진 영향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도구보다는 손을 쓰는 편이다. 손을 쓰는 게 시간도 단축되고 더 잘 발리는 것 같다.

정: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화장품 양 조절하기가 어려웠다. 스모키 화장을 한 적이 있는데 결국 판다가 됐다. 그 뒤로는 발라야 하는 화장품의 적정량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스킬이라기보다는 그런 잔재주가 늘어난 것 같다.

강연 날 강사분께서 내 얼굴을 화장해 주셨다. 그때 나한테 어울리는 화장을 알게 됐다. 그런데 그렇게 하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더라. 처음에는 미숙해 1시간이 넘게 걸리기도 했다. 그래도 자꾸 연습하다 보니 확실히 시간이 단축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 프로젝트 기간 중 사용한 화장품 ⓒ투데이신문

Q. 추천하고 싶은 뷰티템이 있나.

조: 사실 아직 제품을 많이 써보지 않아서 뭐가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프로젝트를 하면서 돈을 많이 쓰는 만큼 예뻐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화남에서 받은 제품은 가장 기본적이 것들이기 때문에 화장을 완성하기 어려울뿐더러 나한테 맞지 않는 제품도 있었다. 그렇다고 막 살 수는 없으니 여기저기 물어봐서 구입한 제품이 시세이도의 뷰러다. 화남 시작할 때 나눠줬던 제품은 눈에 잘 맞지 않아서 속눈썹이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는데 해당 제품은 정말 만족스러웠다.

정: 나 역시 아직 추천할 만큼 아는 제품이 없다. 그런데 만족할만한 제품을 갖기 위해서는 그만큼 돈을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제품을 나눠줄 때 기선씨는 파우더를 받았는데 나는 받지 못했다. 그게 너무 탐이 났는데 가격이 비싸더라. 자기에게 맞는 제품, 좋은 제품을 쓰고 싶은 욕심은 큰데 돈 문제가 가장 걸림돌이었다.

: 특정 브랜드 제품보다는 쉐이딩이나 하이라이터는 하라고 추천하고 싶다. 없던 이목구비가 생겨났다(웃음). 좋은 화장품을 쓰려면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 경험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 제가 받은 제품 중에 섀도, 볼 터치, 립스틱 등이 포함된 입생로랑 키트가 있었다. 다른 제품을 사용할 필요 없을 만큼 정말 만족스러웠다. 가격이 저렴하게 나온 로드숍 제품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비싼 제품보다는 덜 만족스럽다는 걸 내가 느낄 정도였다. 여성들이 화장품을 구매할 때 그런 고민들을 많이 할 것 같다.

Q. 화장을 하면서 느낀 장점이 있다면.

: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화장을 하고 강의실에 들어섰을 때 ‘아, 그래도 여기 있는 남자들 중에는 내가 상위권이 아닌가’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화장하는 남자가 잘 없다 보니까 주위의 시선이 더 쏠리는 기분을 느꼈다. 한 번쯤 더 쳐다보게 된달까. 그리고 여성분들과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졌다.

·: 맞다. 여성들이 화장하는 데 얼마나 신경을 썼을지 공감하게 됐다.

Q. 반대로 단점은 무엇이 있을 까.

조: 이거 얘기하면 오늘 집에 못 갈 것 같다(웃음). 가장 불편했던 거는 시간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시간이 오래 소요되다 보니 외출 자체가 비용으로 여겨지더라. 그러다 보니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은 한 번에 몰아서 처리하게 됐다. 예를 들어 약속을 한꺼번에 잡는다던지 화장을 하지 않는 날에는 외출하지 않고 집에만 있다든지. 그런 식으로 점점 습관이 바뀌어갔다.

정: 비염이 있어서 콧물이 날 때마다 휴지로 닦아내면 파운데이션이 묻어나 화장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돼 불편했다. 또 아무 생각 없이 눈을 비볐다가 섀도가 손에 묻어난 적도 많았다. 나중에는 공강 시간에 집에 가서 화장을 지우고 다시 하고 나온 적도 있었다.

: 화장을 하려면 피부관리를 위해 좀 더 꼼꼼하고 깨끗하게 세안을 해야 하고 화장품도 더 바르면 더 발랐지 덜 바르지는 않게 되더라. 또 아무리 피곤해도 집에 오면 화장을 지워야 하고. 그러다보니 투자되는 시간이 정말 많았다. 프로젝트를 하는 동안 약속에 정말 많이 늦었다. 여성들 사이에서 집에 가자마자 눕지 않고 화장을 다 지우는 여자는 뭘 해도 성공한다는 말이 있다더라. 그 말을 이제야 이해하게 됐다.

Q.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남자가 화장하는데 선입견이 있는데.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

정: 사실 기성세대에서 남자의 화장에 대해 안 좋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로 학교에서 생활하다보니 그들과 마주칠 기회가 드물었다. 그런데 만약에 제가 고향에 내려가서 화장을 하고 주변을 돌아아니면 친척 어른들이 어떻게 말씀하셨을지 예상이 간다.

: 맞다. 선입견은 예상된 반응이긴 하다. 화장하는 남자를 보는 것 자체가 ‘어떻게 남자가 화장을?’이라는 인지부조화를 일으키는 것 아닌가. 화남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인식의 전환이 일어났을 수 있다고 본다. 아쉬운 점은 ‘원래는 화장을 하지 않지만 프로젝트 때문에 하고 있다’는 시선이었다. 단순히 프로젝트 때문이라고만 생각하는 인식이 안타까웠다.

조: 화장하는 거에 대해 크게 안 좋게 보는 사람은 없었다. 그건 내가 키가 크고 덩치가 작지 않은 탓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만약 굉장히 키가 작고 가녀린 남자가 화장을 하고 다녔다면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위험한 상황에 빠졌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신체 조건이 권력처럼 작용한 게 아닐까 싶다.

: 특히 이런 프로젝트를 남성들이 했기 때문에 떳떳할 수 있었던 것이지 만약 여성들이 화장하지 않는 프로젝트를 했다면 어떤 조롱이 쏟아졌을지 모른다. 남성들이 가진 젠더권력 때문에 조롱당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런 피드백(선입견)이 없어서 씁쓸했다.

   
▲ 프로젝트 기간 중. (왼쪽부터) 최기선씨. 조성화씨. 정현수씨 <사진 제공 = 화남>

Q. 화장이 미모를 더 돋보이게 하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여자는 화장을 해야 해’라는 ‘젠더억압’이 내재돼있는 것 같다.

: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여성은 화장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하고 다니는 경우가 있다. 만약 그런 사람이 예컨대 교수나 선생님, 직장 상사처럼 나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권력에 떨 수밖에 없고 화장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Q. ‘여성에게 화장을 권하는 사회’, 어디서부터 비롯됐다고 생각하나. 왜 하필 여성이었을까.

: 애초에 이 문제의 뿌리는 여성혐오가 확실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여성혐오가 어디서 시작됐나 생각해보면서 세운 뇌피셜(자기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 사실이나 검증된 것 마냥 말하는 행위를 뜻하는 신조어) 학설인데 고대의 경우 농경사회가 시작되고 철기를 만들고 전쟁이 일어났다. 그 속에서 남성의 힘은 강해지게 됐고 그들을 위한 쾌락의 상품으로 여성들이 거래됐다고 본다. 거기서부터 여성혐오적 인식이 인간에게 박히지 않았을까. 또 최근의 자본주의 사회는 남성이 열심히 일 할 수 있고 일에 전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줘야 하기 때문에 그러기 위한 착취의 수단으로 이용된 게 여성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가사노동, 그런 상황으로부터 여성혐오가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정: 기선씨의 말처럼 고대로 돌아가 생각해보면 전쟁을 하려면 힘이 강해야 하고 그게 남성이었다. 남성은 “우리는 나가서 싸운다. 너희는 무엇을 해야 하겠냐”라는 생각에서 여성에 대한 가사노동 등의 강요가 시작됐다고 본다.

조: 그 원인을 찾기 위해서 어디까지 시간을 돌려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지금 자본주의 사회에서 원인을 찾자면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남자가 소유한 경제적 능력이 압도적으로 높아서라고 생각한다. 만약에 남자와 여자가 소유한 경제적 지분이 50대 50이었다면 이런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사극을 보면 여성과 남성의 성역할이 확실히 구분돼 있지 않는가. 우리가 일본에 지배당하고, 해방되고, 6.25전쟁을 겪는 과정에서 유교사상은 유지되고 그 위에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섞이며 벌어진 상황이 아닐까.

   
▲ (왼쪽부터) 최기선씨. 조성화씨. 정현수씨 ⓒ투데이신문

Q.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성이 존재한다. 때문에 젠더억압을 단순히 여성의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데.

조: 맞다. 젠더억압 문제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성소수자 문제다.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시선은 굉장히 좋지 않다. 옷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최근에 남성용으로 나온 옷들은 실루엣이 비슷하고 단조로워 치마에 도전했다. 치마를 입고, 화장을 하고, 머리를 묶고 지하철을 탔는데 그때 느껴지는 사람들의 시선은 ‘게이’였다. 성소수자에 대한 반감은 사라져야한다고 생각한다.

: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여성의 젠더억압에 집중하다 보니 남성과 여성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성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던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Q.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여성에 대한 젠더억압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보나.

: 전에 어느 책에서 ‘비체(모든 규정성을 뛰어넘는 급진적 존재)’라는 개념을 접했다. 남성성과 여성성, 가부장적 사회가 요구하는 사회구조 안에 존재할 수 없는 존재, 그 예가 화장하는 남자가 될 수 있겠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인지부조화를 일으키는 존재들이 영역을 넓혀가며 균형을 맞춰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 좀 더 평화적인 해결방법을 찾자면 남성이 사회적으로 받는 고통을 여성이 이해하고, 반대로 남성도 여성이 받는 사회적 고통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공감’, 많은 사람이 어떤 문제에 대해 공감하는 게 사회를 바꾸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조: 성별을 떠나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은 누구나 있다. 그리고 화장은 아름다워지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그런데 젠더억압이 작용한다는 게 굉장히 슬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젠더 관념을 뛰어넘는 변화가 곳곳에서 보이고 있지 않는가.

정: 처음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는 이렇게까지 많은 관심을 받을지 예상하지 못했다. 때문에 나 역시 더 예뻐지고 싶다는 가벼운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할수록 화장과 우리 사회 사이에 결부된 문제들에 대해 고민하고 성찰하게 된 것 같아 기쁘다. 많은 걸 배웠다고 생각한다.

: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내가 받고 감수했던 억압이 실제 여성들이 겪는 억압에 비해서는 얼마나 하찮을지에 대해 생각했다. 그것이 아마 프로젝트를 끝까지 이끌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지인이 화남 프로젝트를 ‘새로운 시작’이라고 하더라. 그 말에서 화장뿐만 아니라 모든 젠더문제가 해결될 거라는 희망을 품게 됐다.

전소영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icon인기기사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주)투데이신문사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63로 32 1024호 (여의도동, 콤비빌딩)  |  대표전화 : 02)739-2711  |  팩스 : 02)739-2702
제호 : 투데이신문  |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 02077  |  등록일 : 2012년 4월 18일  |  발행일 : 2012년 5월 2일  |  법률고문 : 법무법인 길도
발행·편집인:박애경  |  부사장:조병권  |  전무:이정수  |  광고국장:장현당  |  편집국장:강지혜  |  청소년보호책임자:박애경  |  이메일:todaynews@ntoday.co.kr
Copyright © 2013 투데이신문. All rights reserved.
투데이신문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 바,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