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권위를 다시 생각한다 ②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칼럼] 권위를 다시 생각한다 ②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 이종우 칼럼니스트
  • 승인 2017.07.2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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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지난 6월 말 논란이 되었던 소위 ‘팔만대장경 스캔 노예 사건’이 있었다. 그 내용은 서울대학교의 모 교수가 대학원생에게 1년 동안 8만쪽이 넘는 문서를 스캔하도록 시킨 것이었는데, 서울대학교에서는 징계 시효를 넘겼다는 이유로 해당 교수에게 인권 교육 이수를 ‘권고’하였고, 이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다고 전해진다.

대학 이상, 특히 대학원의 경우 ‘학생이’ 지도교수를 선택한 것이다. 즉 학생이 해당 학교를 선택하여 진학하지 않았거나, 그 학교에 진학했다고 하더라도 해당 교수를 지도교수로 선택하지 않았다면, 지도교수-학생의 관계는 성립될 수 없다. 그렇다면 교수는 자신의 연구 성과와 역량을 높이 평가한 학생에게 감사하고 열심히 지도함이 마땅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학원에서는 역으로 인격모독, 잔심부름, 폭행, 심지어는 성추행에 이르기까지, 지도교수의 소위 ‘갑질’ 논란이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군사부일체’라는 이데올로기가 깔려있다.

군사부일체는 우리나라의 가부장적 권위의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단어 중 하나일 것이다. 특히 이들 단어들은 ‘유교’, ‘전통’이라는 막강한 근거를 가진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과연 이 단어들은 유교 사상을 기반으로 한 것일까?

일단 유교 경전 어디에도 ‘군사부일체’라는 단어는 없다. 전부 어느 순간 만들어진 한자어에 불과하다. 물론 유교 경전에서 효(孝), 경(敬), 충(忠)을 강조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제에는 부모의 부모다움, 스승의 스승다움, 군주의 군주다움이 깔려있다. 실제로 유교 최고의 스승인 공자도 군신(君臣) 관계나 부자(父子) 관계에서 먼저, 임금이 임금답고, 아비가 아비다워야 함을 강조했다. (『논어(論語)』, 「안면편」, ‘君君臣臣父父子子’)

그리고 효나 경의 전제에는 인(仁)이나 예(禮)와 같은 인간의 기본적 자세나 상호 존중을 전제로 한 행위 규범이 바탕에 있다. 실제 유교 경전에서도 군주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기 전에 항상 ‘군주다 덕으로 백성들을 다스렸으며, 백성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었다’는 식의 전제조건이 깔려있다. 또한 스승을 비롯한 소위 ‘윗사람’에 대한 공경 역시 스승이나 윗사람다운 행동이 전제가 돼있다.

재미있는 것은 효에 관한 것이다. 효를 실천한 자식이나 며느리를 칭송한 비문들을 살펴보면, 대개는 부모가 더 이상 집안의 살림을 돌볼 수 없을 정도로 병이 들었을 때 그 병수발을 한 것에 대한 칭송이 많다. 이것은 부모가 자식을 잘 돌보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오히려 자식이 더 이상 가정에서 역할을 할 수 없는 부모를 돌보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 칭찬받을 일이기 때문이 아닐까?

당연시 되던 권위가 의심을 받는 현대 사회에서 기성세대는 언제까지 유교와 전통을 핑계로 스스로의 권위를 당연시 할 것인가?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며, 인간의 기본을 지키지 않고 지위만을 내세우는 권위는 그 정당성을 상실한다. 공경 받고자 하는 사람은 공경 받을 행동을 했는지 고민해야 되고, 공격받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은 자신의 행동을 먼저 반성해 봐야 된다. 무엇보다도 군신, 사제, 부모는 그 위치가 먼저가 아니라 모두 인간과 인간의 관계임을 잊지 말아야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교육과 연구에 매진하는 대부분의 선량한 스승, 자식의 안녕을 위해 노심초사하는 대부분의 부모, 학문에 매진하는 대부분의 제자, 그리고 부모님을 생각하며 마음 아파하고 감사해 할 대부분의 자식들을 응원하면서, (그리고 유교에 대한 왜곡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담으면서)우리나라 권위주의 문제점을 지적한 글 하나를 소개하겠다.

우리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 하여 부모에 대한 효도를 나라에 대한 충성의 원리나 공경의 원리와 같은 것임을 오랫동안 배워왔다. 그러나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공경하는 법은 배웠지만 진작 윗사람이 가져야 할 덕목과 예의는 들은 적이 없다. 그리고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공경하는게 당연한 것처럼 어른은 아랫사람에게 당연히 공경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언사나 행동에도 이유불문하고서 말이다. -“유교 문화”항목, 『통합논술 개념어 사전』, 청서출판,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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