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어린이 전문 프로덕션 ‘노래친구들’ 이민숙 음악감독

▲ 이민숙 음악감독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대한민국 대표 어린이 프로그램 ‘뽀뽀뽀’
음악감독으로서 첫방부터 종영까지 함께해

국내 최다 동요 작곡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아이돌 등장으로 어린이들이 즐길 무대 사라져

어린이 전문 방송 ‘노래친구들 랄라라’ 선봬
남녀노소가 함께하는 어린이 방송·동요 만들 것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아빠가 출근할 때 뽀뽀뽀~♬ 엄마가 안아줘도 뽀뽀뽀~♬ 만나면 반갑다고 뽀뽀뽀~♬ 헤어질 때 또 만나요 뽀뽀뽀~♬’

어린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매일 아침 온 집안에 울려 퍼지던 이 노래를 기억하는가. 바로 대한민국 대표 어린이 프로그램 MBC ‘뽀뽀뽀’의 주제가인 이 노래는 전국 아빠들의 출근을, 아이들의 등원을 재촉하는 알람 소리였다.

1981년 5월 25일 첫 방송을 한 뽀뽀뽀는 전국의 수많은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당대 최고의 어린이 프로그램으로 이름을 알렸다. 뽀뽀뽀는 2013년 8월 마지막 방송에 이르기까지 32년 동안 어린이들을 위해 쉼없이 달려왔다. 한국 방송사에서 뽀뽀뽀를 앞선 프로그램은 6개월 먼저 시작한 KBS ‘전국노래자랑’ 뿐이라고.

32년간 거쳐간 PD만 100명 이상, 강산이 3번이나 바뀐 세월 동안 유일무이하게 끝까지 뽀뽀뽀를 지킨 이가 있다. 바로 이민숙(57) 음악감독이다. 이 감독은 1회부터 종영까지 총 7754회 동안 뽀뽀뽀의 지휘봉을 잡았다. 뿐만 아니라 MBC ‘어린이합창단' 등을 이끄는 등 오랜 시간 어린이들과 함께하며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 영화배우 류덕환·김새론 등 수많은 실력 있는 제자를 배출해내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현재 국내에서 방송 및 음악 등 어린이 사업은 하락세를 달리고 있다. 점차 대중들의 관심 속에서 사라져가는 것이 현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감독은 국내 유일의 어린이 전문 프로덕션 ‘노래친구들’을 이끌며 음악 작곡 및 편곡, 영상제작, 뮤지컬 기획연출, 음악, 영어교육 프로그램, 영상제작 등 어린이를 위한 콘텐츠 개발을 위해 무던히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유튜브를 통해 온 가족이 함께 동요를 부르고 율동을 따라 할 수 있는 프로그램 ‘노래친구들 랄라라’ 방송을 시작했다. 노래친구들 랄라라는 ‘어린이다운 노래를 어린이가 직접 부르는 어린이 프로그램이 돼야 한다’는 소신을 굳건히 지키며 꾸준한 성장 추이를 보이고 있다. 

온 가족, 온 국민이 함께 따라 부를 수 있는 동요를 만들고 그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싶다는 이 감독. 지난달 22일 <투데이신문>은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위치한 노래친구들 사무실을 찾아 진정한 어린이들의 대통령 이 감독과 함께 어린이 사업(방송·음악)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 이민숙 음악감독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Q. MBC 어린이 프로그램 ‘뽀뽀뽀’ 음악감독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본인에 대해 간단히 소개 바란다.

어린이 프로그램의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는 80·90년대에 뽀뽀뽀 음악감독 및 MBC ‘어린이 합창단’ 단장으로 활동하며 아이들을 트레이닝 해 배출하는 역할을 했다. 현재는 어린이 전문 프로덕션 ‘노래친구들’을 이끌고 있다.

Q. 뽀뽀뽀 음악감독으로 32년을 보냈다. 어떻게 참여하게 됐으며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었던 특별한 이유가 있나.

대학교 졸업 후 교수님의 추천으로 참여하게 됐다. 뽀뽀뽀에서 음악감독으로 작곡을 주로 했지만 당시에는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하는 인원이 요즘처럼 많지 않았기 때문에 미술팀, 음악팀 등 분야가 세분화되지 않았다. 때문에 정해진 인원 안에서 모든 역할을 소화해내야 했다. 나 역시 때때로 편집이나 성우 등 다양한 역할을 했다. 그러다 보니 프로그램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하게 되고 전문성이 생겼다. 그것이 내가 뽀뽀뽀를 오랜 시간 이끌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한다.

Q. 오랜 시간 뽀뽀뽀에 몸담을 수 있었던데는 어머니의 가르침이 많은 영향을 끼쳤다던데.

맞다(웃음). 어머니께서 항상 ‘상사가 집에 가기 전까지는 퇴근하지 말아라’, ‘세 번을 사주면 두 번을 살 줄 아는 사람이 돼라’, ‘회사에서는 힘든 내색을 보이지 말아라’, ‘웃으면서 열심히 일해라’라고 하셨다. 방송계는 살얼음판에 가깝다. 조금 돋보인다 싶으면 서로 끌어내리고 싶어 안달이고 실력이 없으면 밀려난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정말 끊임없이 노력했고 이는 앞서 말한 어머니의 가르침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Q. 당시 타 방송사 어린이 프로그램과의 차별성이 있었다면.

뽀뽀뽀는 섭외에 강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가수 조용필, 탤런트 김혜자, 개그맨 주병진 등 타 방송사에서는 가히 섭외하기 어려운 당대 유명한 톱스타들을 섭외했었다. 톱스타들이 출연함에 따라 그들보다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떨어지는 연예인들도 어린이 프로그램에 대해 편견없이 출연을 결심하더라. 뽀뽀뽀가 새로운 스타를 키울 수 있는 산실이 됐다.

Q. 뽀뽀뽀 녹화 중 기억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김혜자 선생님과의 녹화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내가 나가서 뭘 하지’라고 물으시길래 노래 한 곡만 불러달라고 부탁드렸다. 그날 방송 주제에 맞는 새로운 노래를 작곡해 전해드렸는데 녹음이 한 번에 끝났다. 그날 선생님께서 ‘나 100번 연습했다’고 하시더라. 어떤 가수들은 연습을 하지 않아 몇 번씩 NG를 내고 녹음만 30~40분 가량이 소요됐는데 김혜자 선생님은 5분 만에 모든 걸 끝냈다. 역시 프로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Q. 뽀뽀뽀에서만 수천여곡의 동요를 직접 작곡했다던데.

정확하게 기억은 못하지만 5000곡 이상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동요를 작곡해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현장에서 즉흥으로 만들었거나 4마디 정도의 짧은 곡은 별도로 기록하지 않았다. 그런 곡들까지 포함하면 더 많을 것이다.

▲ 이민숙 음악감독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Q. 어린이 전문 프로덕션 ‘노래친구들’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과 호흡 맞추기가 쉽지 않은 것 같은데.

그렇다. 아이들의 트렌드를 쫓아가야 것이 무척 중요한데 쉬운 일은 아니다. 아이들을 나에게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아이들에게 맞춘다. 아이들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면 교육은 발전하지 못하고 항상 같은 수준에 머무르게 된다. 열린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하고 호흡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항상 노력한다.

Q. 교육철학이 있다면.

노래친구들에 와서는 공부하지 말고 놀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이곳에 와서 받는 음악·무용·뮤지컬·토크쇼 수업을 즐기지 않고 배운다고 생각하면 피곤해한다. 또 노래 잘하고 춤 잘 추는 것이 다가 아니다. 아이들은 나쁜 것에는 금방 물이 들지만 좋은 것은 잘 모른다. 그것들을 구분할 수 있는 판단력과 올바른 인성을 길러주는 것 또한 내가 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Q. 과거에 비해 국내에서 어린이 방송이나 음악 등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그 부분에 대해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 현재 어린이 프로그램이나 동요가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는 트렌드가 변화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과거에는 정형화된 어린이 프로그램의 이미지가 있었지만 이제는 트렌드가 많이 바뀌었다. 그에 발맞춰 10대 아이돌 그룹이 넘쳐나고 있다. 아이돌이 부르는 노래도 어떻게 보면 정해진 가사와 리듬이 반복되기 때문에 동요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보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다. 나는 아이다운 순수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어른들이 의식을 갖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줘야 하는데 그 부분이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것이 해결돼야만 어린이 사업이 다시금 활성화될 수 있다고 본다.

Q. 어린이 사업의 미래를 어떻게 예측하나. 과거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어린이 사업에 뜻을 갖고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동참해줬으면 좋겠다. 나 혼자 노력한다고 해서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우리나라에서 어린이 프로그램을 가장 오랫동안 했던 전문가로서 지금처럼 노력한다면 언젠가 누군가는 동참해줄 것이고, 그러다 보면 어린이 사업이 반드시 성장할 것이라 생각한다.

▲ ‘노래친구들 랄라라’ 방송 일부 발췌 <사진 제공 = 이민숙 음악감독>

Q.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최근 ‘노래친구들 랄라라’라는 어린이 전문 유튜브 방송을 시작했는데.

내가 MBC ‘창작동요제’를 맡아서 할 당시에는 동요 붐이 일었다. 대상을 수상한 곡은 다른 방송에 노출되기도 했다. 그런데 ‘서태지와 아이들’처럼 아이돌 그룹이 등장하면서 어린이 프로그램 시장이 죽어버렸다. 아이들이 동요를 부를 수 있는 자리가 사라진 것이다.

아이돌이 부르는 노래는 주로 사랑, 이별처럼 어린이와는 거리가 먼 가사들뿐이다. 어린이들에 맞는 신나는 가사와 리듬이 필요한데 지금 트렌드는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어린이들을 위한 노래와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더 나아가 전 국민이 부를 수 있는 동요를 만들고 싶었다. 기저귀를 찬 어린아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온 가족이 출연해 동요를 부를 수 있는 프로그램 제작이 목표다.

Q.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

현재까지 반응은 좋다. 지난 30년 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아이들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얘기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Q. 노래친구들 랄라라가 어떤 프로그램으로 성장하길 바라나.

공중파 방송사의 경우에는 상업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프로그램 제작에 여러 가지 제약이 따랐지만 그에 비해 유튜브는 상대적으로 제약이 적다. 그런 제약들에서 벗어나 온 가족, 전 국민이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아이들이 소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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