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 회장 자녀 지배 계열사, 내부거래로 고공성장...공정위 판단 주목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호반건설이 대기업에 준하는 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지난 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규모 5조원이 넘는 호반건설을 비롯해 네이버, 넥슨, SM, 동원그룹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정부가 자본규모가 10조원이 안 돼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는 지정돼진 않지만 대기업과 같은 수준의 취급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위기는 밝지 않다. 당장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대기업집단과 마찬가지로 비상장사 중요사항과 대규모 내부거래 이사회 의결 등에 대한 공시의무와 함께 일감몰아주기 등을 통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규제가 적용된다.

특히 호반건설은 대기업들이 일감몰아주기 규제로 내부거래를 줄여나가는 추세에 반해 도리어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키워왔다는 점에서 더욱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중견기업으로서 규제를 받지 않아 논란으로만 남았던 일감몰아주기 문제에 법적 잣대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뉴시스

내부거래로 성장한 자녀지배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논란 ‘진행중’

호반건설의 일감몰아주기 논란은 김상렬 회장의 자녀와 부인 등 오너일가가 지배하고 있는 호반건설주택과 호반베르디움, 호반건설산업을 중심으로 제기돼 왔다.

모기업격인 호반건설에 유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으로 분류된 호반건설주택은 김상열 회장의 장남 김대헌 상무가 지분 85.7%, 김 회장의 부인 우현희 태성문화재단 이사장이 14.3%를 보유해 오너일가 지분이 100%인 회사다.

호반건설주택은 지난해 매출 1조2539억원을 기록하며 모회사인 호반건설(1조1815억원)의 매출을 뛰어넘었다. 영업이익도 1959억원으로 호반건설(1791억원)을 넘어섰다. 호반건설과의 내부거래도 매출(28억)보다 매입(420억원)거래가 더크다. 호반건설이 호반건설주택으로부터 돈을 버는 구조인 셈이다.

하지만 호반건설주택의 이 같은 성장이 과도한 자회사의 내부거래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지난해 호반건설주택의 내부거래로 인한 매출은 5468억원 규모로 전체 매출의 43.61%에 달한다. 전년도 매출도 전체 7902억원 중 절반가까이되는 3118억원이 내부거래로 이뤄졌다. 매출과 이익 상승곡선과 내부거래 증가세가 발을 맞춰간 셈이다.

이처럼 얻어진 이익은 100%지분을 보유한 오너일가에게 돌아간다. 지난해 현금배당으로만 50억원이 오너일가에게 지급됐다.

장남이 최대주주로 있는 기업인 만큼 경영권 승계를 위한 일감몰아주기아니냐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다른 오너일가 지배 계열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김 회장의 차남 김민성씨가 90%, 호반베르디움이 10% 지분을 보유한 호반건설산업도 일감몰아주기가 논란이 되고 있다. 호반베르디움 지분이 김 회장의 장녀 김윤혜씨가 30.97%, 김민성씨가 20.65%, 자기주식 48.38%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 호반건설산업도 사실상 오너일가 개인회사로 봐도 무방하다.

호반건설산업도 기업 성장과 내부거래 증가가 맞물렸다. 호반건설산업은 지난해 매출이 6152억원으로 전년도 3701억원보다 66.2%가 증가했다. 내부거래도 크게 증가했다. 지난 2015년 263억원이었던 내부거래는 지난해 2724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는 전체 매출 44.28% 규모로 전년도보다 37.2% 증가한 수준이다. 주주에게 돌아간 배당금도 80억원에 달한다.

김 회장의 장녀와 차남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호반베르디움도 내부거래 비중이 지난해 13.72%(64억원)로 전년도 1.24%(28억원)에서 12.5%포인트 증가했다.

모회사인 호반건설은 내부거래 비중이 31.12%(3812억원)로 전년(3689억)대비 3.2%포인트 줄었지만 여전히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해당된다. 호반건설 지분구조는 김상열 회장이 29.1%, 호반건설주택이 12.6%, 우 이사장이 4.7% 기타 53.6%이다. 김 회장과 우 이사장만 해도 오너일가 지분은 33.8%다. 여기에 호반건설주택의 오너일가 영향력을 더하면 46%를 넘어선다.

현행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따르면 공시 대상 기업 집단의 계열사가 총수 일가 지분이 30%(비상장사 30%)를 넘는 계열사와 연간 거래 총액이 2000억원 또는 평균 매출액의 12% 이상을 넘으면 총수 사익 편취로 과징금 등 처벌을 받는다.

 

일감몰아주기, 건설업종 특수성이 변수?

따라서 호반건설의 경우 현행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하지만 건설사 측은 일감몰아주기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보통 LH에서 제공되는 택지를 모회사가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를 두고 매입해 시행 및 시공을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건설업종의 사업구조상 불가피한 특수성을 고려해야한다는 것이다.

현행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 비용절감이나 판매량 증가, 기술개발 등 효율성 증대효과가 명백하게 인정되거나 기술 또는 정보 유출과 관련해 보안성이 요구되는 내부거래의 경우다. 대기업의 시스템통합(SI) 업체가 대표적이다.

건설업종에서 택지 매입 등을 위한 자회사 운영 구조도 마찬가지라는 입장이다.

호반건설의 김상열 회장 일가가 지배하는 기업별들도 이 같은 이유로 둔 자회사와의 내부거래가 주를 이루는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호반건설주택의 경우 종속회사인 스카이주택, 스타이하우징, 스카이리빙 등 종속회사와의 공사매출이 대부분이다. 전체 5468억 중 종속기업을 통한 매출이 5440억원에 달한다.

호반건설산업도 티에스개발, 티에스건설, 티에스리빙 등 택지 입찰 등을 맡은 자회사 매출이 2724억원으로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아파트 용지 입찰의 당첨률을 높이기 위한 ‘벌떼 입찰용’ 자회사 운용에 대한 논란이 아직 남아있는데다 결국 자회사 등을 통한 이익이 오너일가의 기업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예외 적용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일찌감치 포함됐던 대기업 계열 대형 건설사는 호반건설사와 같은 운영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도 적용 여부를 가늠하기 힘들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개별 사안을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가상의 사례를 가지고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호반건설 측도 일감몰아주기 규제 적용 등에 대해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공시기업으로 지정됐다고 해서 당장 큰 변화를 주기 보다는 향후 공정위가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을 보고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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