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인수 할 거면 벌써 나섰을 것" 박 회장 재인수 능력 '시큰둥'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뉴시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금호타이어 채권단과 중국 타이어회사 더블스타간 매각 협상이 사실상 무산됐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지난 5일 더블스타와의 협상을 중단하는 안건을 주주협의회에 부의하기로 최종 결론내렸다.

채권단이 협상 중단을 결정한 이유는 더블스타가 인수 가격 추가 인하를 요구해와 협상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주주협의회가 오는 8일 안건을 의결하고 더블스타가 이를 수용하면 매각은 무산된다. 이에 금호타이어 매각건은 또 다시 공전 상태가 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박삼구 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인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더블스타와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이 이뤄졌다면 박 회장이 한차례 포기했던 우선매수청구권도 부활할 수 있었다. 하지만 SPA도 무산됨에 따라 다른 인수 의향자가 나설때까지 지켜보거나 박 회장이 직접 매수자로 나서야 한다.

채권단, 박 회장 재인수? 사정은 여전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서는 박 회장의 매수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과거 자금여력 부족으로 인수를 포기했던 박 회장의 사정이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박 회장이) 인수 자금 여력이 있었다면 (매수자로) 벌써 나섰을 것”이라며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박 회장은 앞서 지난 3월 제3자 자금을 모아 만든 컨소시엄을 구성해 금호타이어 인수에 나섰지만 채권단이 컨소시엄 방식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무산된 바 있다.

이번에도 박 회장의 인수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컨소시엄을 통한 매입을 채권단이 인정해 줘야한다. 

하지만 이 또한 불투명한 상황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아무래도 본인 자금이 아닌 만큼 불안요인이 큰 상황은 마찬가지"라며 부정적인 시각을 노출했다.

도리어 채권단 측에서는 박 회장에게 매각 불발과 경영 책임을 먼저 묻겠다고 나섰다.

채권단은 매각 무산에 대비해 박 회장 등 경영자에게 오는 12일까지 경영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실효성있는 자구계획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자구계획을 제출하지 않거나 주주협의회의 동의를 얻지 못할 경우 경영진에 대한 즉각적인 해임 절차를 진행하는 안건을 결의하기로 했다.

채권단은 더블스타로의 매각이 중국사업 경영악화 상황 조기해결, 광주·곡성 등 노후화된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 지속, 경쟁사 대비 원가경쟁력 확보 등 금호타이어의 근본적 경쟁력을 회복하고 정상화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판단했지만 실적악화 등으로 매각이 무산될 위기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인수 앞서 경영권 지키기 '발등의 불'

이에 박 회장은 한국타이어의 자구책 마련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인수는 커녕 지금 가지고 있는 경영권 마저 박탈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금호타이어 채권단과 더블스타간 매각 협상이 사실상 무산된 것과 관련해 향후 채권단의 요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경영정상화를 위해 채권단의 협조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금호타이어 정상화를 위한 자구안 계획 마련에 착수할 계획이다.

박 회장으로서는 금호타이어 정상화 작업에 성공해야 경영권을 지킬 수 있다. 더 나아가 금호타이어 인수할 수 있는 반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경영 정상화를 넘어 금호타이어 인수 기회를 잡기까지에는 넘어야할 고비가 만만치 않다.

문제는 당장 자금 여력이 없는 박 회장으로서는 채권단 도움이 절실하지만 채권단이 호응해줄지 미지수다.

금호타이어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조3815억원, 영업적자 50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대비 4.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 금호타이어 광주공장ⓒ금호타이어

산적한 잡음·의혹 털기 급선무

박 회장이 인수의 길을 열기 위해선 주주와의 신뢰 회복도 큰 산이다. 매각불발과 관련해 상표권 계약 등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며 갈등 양상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 같은 갈등 기저에는 박 회장 측이 매각 협상을 방해했다는 시각이 기저에 깔려있다.

올해 1월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중국의 더블스타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금호타이어 매각을 진행해하는 과정에서 박 회장은 상표권 사용료 문제를 놓고 채권단과 신경전을 벌였다.

박 회장은 추가로 지불하게 될 상표권 차액을 채권단이 지원하는 채권단 제안을 수용하기로 하면서도 상표 사용 지역을 제한하는 등의 단서 조항을 달면서 매각이 난항을 겪었다.

심지어 금호타이어의 실적부진이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의 몸값을 낮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익률을 떨어뜨린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더해지고 있다. 금호타이어 원재료 가격이 경쟁사보다 보다 높게 책정됐다는 점 등이 의혹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이와함께 박 회장이 공정위 조사 등 당장 직면한 과제도 만만치 않다.

박 회장이 지난 2015년 12월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그룹 계열사 자금을 동원해 부당지원 의혹을 받고 있다. 의혹을 제기한 경제개혁연대가 지난 6월 공정위에 조사를 요청, 공정위는 현재 이를 들여다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16년 아시아나항공이 금호기업(박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를 위해 세운 SPC)에 금호터미널을 헐값 매각했다는 의혹도 박 회장이 털어내야할 숙제다.

한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금호타이어 채권단과 더블스타간 매각 협상이 사실상 무산된 것과 관련해 향후 채권단의 요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삼구 회장은 채권단의 협상 결렬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인 6일 오전 서울 광화문 금호아시아나 사옥에서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어떤 방안이 회사에 도움이 될 수 있을 지 성의있게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박 회장은 “채권단의 협조 없이는 금호타이어의 경영정상화가 불가능하다”며 “채권단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 모르겠지만 함께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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