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위원장 "갑을 관계서 자진 신청, 누가 보상 받겠나"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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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현대모비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부품 대리점을 상대로 한 물량 밀어내기에 대한 동의의결 신청이 반려됐다. 현대모비스가 제출한 피해자 구제안이 미흡하다는 이유에서다. 

1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전원회의를 개최해 ‘현대모비스의 거래상지위남용행위에 대한 건 관련 동의의결절차 개시 신청 건’에 대해 심의한 결과 오는 10월 27일까지 시정방안을 보완해 제출하면 심의를 속개해 동의의결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동의의결이란 불공정 거래 혐의 사업자가 스스로 소비자 피해구제안과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해 위법성 판단을 받지 않은 채 공정위 조사를 마무리하는 제도다.

공정위는 현대모비스가 제시한 동의의결 시정방안에 미흡한 점이 많았지만 좀 더 개선된 시정방안을 제시하겠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시해 이 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지난 2010년 1월부터 2013년 11월까지(3년 11개월 동안) 매년 국내 정비용 자동차 부품 사업 부문에 대해 과도한 매출목표를 설정했고, 전국의 23개 신청인의 부품사업소 직원들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임의매출’, ‘협의매출’ 등의 명목으로 부품대리점들에게 정비용 자동차 부품을 일방적으로 할당하거나 구입을 요구했다.

심사관은 신청인의 위 행위사실에 대해 구입의사가 없는 대리점들에게 정비용 자동차 부품 구입을 강요한 ‘구입강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이에 현대모비스는 위 구입강제 행위에 대해 동의의결 개시를 신청하면서 아래와 같이 대리점 피해구제와 거래질서 개선을 위한 최종 시정방안을 올해 6월 22일 제출했다.

현대모비스가 제출한 시정방안을 보면 대리점 피해구제를 위해 ▲대리점의 피해구제 신청을 토대로 동의의결 확정일로부터 1년간 피해보상 실시, ▲상생기금 100억 원 추가 출연, ▲전산시스템 관리비 지원, 경영 컨설팅 등 현재 시행 중인 대리점 지원방안을 매년 약 30억 원 규모로 확대 추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본사-대리점 간 거래질서 개선을 위해 ▲ 전산시스템 개선(‘협의매출’ 반품사유 추가), ▲‘협의매출’을 한 직원에 대한 징계규정 제정, ▲실태조사를 통한 ‘협의매출’ 감시·감독 강화, ▲ ‘협의매출’에 대한 신고제도 신설, ▲일선 부품사업소 직원 대상 교육 강화 등의 방안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공정위는 실질적인 대리점 피해구제와 ‘갑을’ 관계 거래구조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는 상당 부분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현대모비스의 동의의결 신청 여부를 결정하는 전원회의가 열린 지난달 30일 마무리 발언을 통해 “동의의결에서 피해 구제의 핵심은 당사자가 아닌 제3자를 통해서 피해구제를 하는 것”이라며 “현대모비스는 대리점을 상대로 피해구제 신청을 스스로 받겠다고 했는데 누가 보상을 받겠느냐”고 했다.

현대모비스는 대리점 피해구제 방안 관련해 신청인은 대리점의 피해사실을 접수받아 동의의결 확정일로부터 1년 이내에 대리점의 피해를 보상해 주겠다고 제시했다.

대리점이 신청인에게 직접 피해구제를 신청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평균 20년 이상 계속적인 거래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는 갑을 관계 구조상 대리점이 신청인에게 제대로 된 피해구제를 신청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제3의 기관을 통한 피해사실 파악 및 구제 방안 마련 등과 같은 방안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객관적이고 실효성 있게 대리점 피해구제가 가능한 것인지를 현 시점에서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갑을관계 거래질서 정상화 방안 관련해 “법 위반 예방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본사-대리점간 바람직하고 모범적인 거래구조 개선 등과 같은 종합적인 개선방안이 필요한데, 단순히 직원 징계 규정이나 직원 교육 등을 통해 향후 법 위반을 예방하겠다고 했다”며 “ 이는 근본적인 시정방안으로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또 김 위원장은 현대모비스의 물량 밀어내기에 대해서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으로 그룹 경영권을 승계하는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그룹 순환출자의 정점에 있는 회사이자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한 회사이기도 하다”며 “현대모비스의 수익성을 올려야 하는 이유가 분명하기 때문에 20조원 매출액 가운데 1조원에 불과한 대리점 간의 거래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현대모비스는 동의의결 개시 여부와 상관없이 자체 시정방안을 진행하겠다는 발표가 있었어야 한다”며 “그럼에도 현대모비스는 구입 강제에 대해 위법성과 강제성을 부인하는 내용만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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