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

▲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 ⓒ원혜영 의원실 제공

거대정당-약소정당 ‘정치적 부익부 빈익빈’
표심-선거결과 불일치…‘정치불신’ 근거돼

권역별 비례대표제, 비례성·지역대표성 보장
국민적 요구 많은 ‘선거연령 인하’ 논의돼야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한국의 선거제도는 소선구제로, 지역구 중심의 승자독식 구조다. 지역구에서 51% 대 49%, 간발의 차이로 패하더라도 49%의 민심은 허공으로 날아가 버린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38%의 득표율로 152석(51%)을 차지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42.8%의 득표율을 기록한 새누리당이 과반이 넘는 152석(51%)을 챙겼다.

반면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은 13%의 득표율을 보였지만 불과 10석(3.3%)의 의석만을 가져갔고, 19대 총선에서 10.3%의 득표율을 나타낸 통합진보당의 경우 13석(4.3%)을 얻는 데 그쳤다.

이처럼 민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국회에선 그간 여러 차례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왔다. 그러나 이해당사자인 국회에서 이뤄지는 정개특위는 국민들의 기대치에 비해 매번 미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 20대 국회도 지난 6월 정개특위 구성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선거제도 개혁을 포함한 정치개혁의 닻을 올렸다. 그리고 8월 22일 열린 첫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은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1년도 남지 않은 내년 지방선거와 교육감 선거, 2020년 21대 총선까지 아우를 선거제도 개혁을 이끌게 된 원 의원. <투데이신문>은 원 의원에게 정치개혁의 당위와 정개특위가 나아갈 길에 대해 들었다.

선거제도 개혁…’비례성’ 강화해야

Q. 국회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에 선출됐다. 소감이나 각오는.

대단히 중요한 자리라 부담감이 큰 것도 사실이지만 촛불혁명을 통해 드러난 국민들의 주권자 의식을 정치에 올바로 반영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평소 선거제도 개혁이 개헌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늘 주장해 온 사람으로서 소신에 맞는 일을 맡게 된 것에 대해서 감사한 마음도 있다. 최선을 다하겠다.

Q. 선거제도 개혁은 왜 필요한가.

우리 선거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민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거 결과에 승복하는 것은 민주사회의 중요한 덕목이지만, 이러한 민주적 질서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표심을 왜곡하지 않는, 다시 말해 ‘표의 등가성’이 보장되는 선거제도를 갖추는 것이 먼저다. 선거제도 개혁은 우리 정치가 새로워지기 위한 첫 번째 과제다. 올바른 선거제도 개혁의 방향은 ‘비례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즉, 표를 받은 만큼 의석수가 배분되도록 해 민심을 왜곡하는 선거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Q. 보다 구체적으로 말해준다면.

예컨대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38%의 득표율로 51%의 국회 의석을 차지했다.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역시 38% 득표율로 53%의 의석을 점유했다. 19대 총선에서도 새누리당은 42.8%의 득표율로 과반이 넘는 51%의 의석을 챙겼다. 반면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은 13%의 득표율을 보였지만 불과 3.3%의 의석만을 가져갔고 19대 총선에서 10.3%의 득표율을 나타낸 통합진보당의 경우 4.3%의 의석을 배분받았다. 국민에게 표를 얻은 만큼 의석을 배분받아야 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그런데 이런 상식이 전혀 지켜지지 않은 채 거대정당은 득표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의석을 가져가고 약소정당은 자신이 받은 표만큼도 의석을 얻지 못하는 ‘정치적 부익부 빈익빈’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 결과 다양성과 소수 의견의 보루여야 할 의회는 거대정당의 전횡이 일상이 됐고, 유권자의 표심과 선거결과의 불일치는 그 자체로 정치불신의 근거가 되면서 사회를 갈등과 분열 속으로 몰아간 것이다.

▲ 지난 6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중진자문회의에서 원혜영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정개특위, 중요도·시급성 따져 우선순위 정할 것

Q. 정개특위의 로드맵은 세워졌나.

이제 2차 회의를 가졌다. 1차에서는 위원장 선임 등 위원회 구성, 2차에서는 중앙선관위와 개헌특위 자문단의 보고를 들은 정도이기 때문에 아직 각 당 간사 간에 충분한 협의를 할 만한 시간은 없었다. 또 정개특위는 합의제 운영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일사불란하게 위원회 운영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주체가 특별히 존재하지도 않는다. 모든 의제들은 각 당 간사들 간의 협의에 따라 논의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역시 많은 의제들 중에 중요도와 시급성을 따져서 우선순위를 결정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원활한 위원회 운영을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합의가 쉬운 부분들부터 해 나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Q. 이번 정개특위에서 가장 중점을 둔 과제는 무엇인가.

중요도로 따지면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것이고, 시급성으로 보면 내년 6월 13일에 치러질 지방자치선거와 교육자치선거 방식을 손질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Q. 정개특위는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해 이견이 없는 사안부터 우선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견이 없는 사안은 어떤 사안인가.

현재의 선거운동방식이 포지티브 방식(할 수 있는 것 이외의 모든 것은 불법)으로 돼 있는데 이것을 네거티브 방식(하지 말아야 할 것 이외의 모든 것은 합법)으로 바꾸는 것, 지구당 부활 문제, 후원회 확대 문제 등 이전 ‘정치발전특위’에서 어느 정도 합의를 이룬 부분들을 우선 들 수 있을 것 같다. 완전하게 이견이 없는 의제는 존재하지 않지만 현재의 다당제 구도에서 2~3개 정당이 유사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의제들도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토대가 마련된 것들이 우선 대상이 될 것으로 본다.

Q. 정개특위에서 2015년 중앙선관위가 선거제도 개혁안으로 제시한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구체적인 안을 설명해준다면.

중점을 두고 있다기보다는 중앙선관위가 선거업무를 관장하는 헌법기관이기 때문에 선거에 관한 전문성과 중립성, 신뢰도 면에서 가장 권위를 갖는 중앙선관위의 제안을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는 게 여러모로 유리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중앙선관위의 제안 역시 비례성의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비율을 200대 100으로 설정하고,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눠 해당 권역에서의 득표율을 기준으로 권역별 비례대표를 배분하는 방식이다. 그러므로 각 정당은 지금처럼 전국 단위 비례대표 후보명단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권역별로 비례대표 후보를 내야 한다. 얼핏 복잡해 보이지만 유권자들은 혼란스러울 것이 없다. 지금도 국회의원 선거에서 지역구 후보에 대한 투표와 정당투표를 병행하고 있는데 똑같은 방식으로 유권자가 투표하면 그 득표율을 전국 단위로 계산하지 않고 권역별로 계산해서 권역별 비례대표를 배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비례성을 강화하면서 지역대표성도 보장할 수 있다.

비례성 강화’ 대원칙부터 논의 시작해야

Q. 각 당마다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해 셈법이 다를 수밖에 없다. 현재 원내 5당의 합의가 가능한 선거제도는 어떤 게 있다고 생각하나.

원내 4개 정당과 비교섭단체인 정의당까지 5개 정당이 완벽하게 일치된 견해를 보이는 선거제도 방식은 없다. 다만 비례성이 강화돼야 한다는 대원칙에 대해 대체로 동의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거기서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Q. 비례대표제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의원 정수를 조정하거나 지역구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양쪽 모두 거센 저항에 직면할 것으로 보이는데 돌파할 방안은 있나.

아주 어려운 난제다. 의원정수를 늘리는 문제는 강력한 국민적 반대정서가 있고, 지역구를 줄이는 것은 도농간 인구편차가 너무나 큰 현실적 문제점과 아울러 해당지역 국회의원들의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대해서는 세비총액을 동결하는 조건으로 의원정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아예 아무것도 건드리지 말자는 주장도 있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도농복합선거구제 같은 것들이 해결방법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쉽게 말해 도시에서는 중대선거구제를 적용해 비례성 강화의 토대를 만들고, 인구가 적은 농촌 등에서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해 지역 대표성을 보장해 주는 방식이다.

Q. 특별시와 광역시의 광역의회와 기초의회를 통합하는 법안이 발의되는 등 기초의회 폐지론이 나오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사람의 건강은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 하나하나가 건강할 때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지방자치가 잘 돼야 중앙정치도 잘 되는 것이다. 기초의회 폐지론은 모든 것이 중앙으로 쏠려 있는 사회문화적 분위기로 인해 지방자치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고 본다. 현실적으로 지방의회에서 어떤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시민 생활과 직결되는 지방자치를 더욱 강화하는 게 우리 과제이지, 지방자치의 한계를 부정적으로만 평가해서 없애자, 줄이자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Q. 선거제도 개혁 이외에 정당법(지구당 부활)과 정치자금법(중앙당 후원회 설치)도 쟁점으로 꼽힌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논의되고 있는 부분은 있나.

앞서 말한 것처럼 이전 정치발전특위에서 어느 정도 합의를 이룬 부분들이기 때문에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는 생각이고, 선거연령 인하 문제 같은 것도 국민적 요구가 큰 부분이기 때문에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 ⓒ원혜영 의원실 제공

정개특위 회의론...대승적 자세로 성과 위해 노력할 것

Q. 그간 정개특위는 매번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비판과 함께 이번 정개특위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선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이번 특위는 다를까.

국회에서 하는 일들이라는 것이 대부분 합의제로 이뤄진다. 합의제라는 것은 51:49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100% 서로가 동의해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기대만큼 큰 성과를 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이번 정개특위는 정치권의 직접적 이해관계인 선거제도 개혁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어려움이 예상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각 당이 우리 정치의 근본적 변화를 바라는 국민적 요구를 잘 알고 있고, 특히 시대적 과제라 할 분권형 개헌과 맞물리면서 강한 필요성이 인정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각자가 조금씩 양보하면서 대승적인 자세로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정개특위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이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국회에서 논의하고 결정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시민사회가 정개특위를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정개특위는 입법권을 가지고 있다. 입법권은 국회의 고유한 권한이기 때문에 시민사회가 그 역할을 대신하는 것은 법률적 근거도 없고 불가능하다. 다만 시민사회의 관심과 참여 없이는 성과를 내는 것도 어렵다. 이미 선거제도 개혁에 관심을 가진 시민사회 쪽에서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면서 정치권을 독려하고 있는데 이점에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일반시민들께서도 이 나라의 주권자답게 이 문제에 대해 각별한 관심 가져주시기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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