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화제의 카메라 앱 ‘구닥’ 제작한 스크루바 제작자들을 만나다

▲ 스크루바 강상훈 대표, 조경민 이사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아날로그 감성 통했다…디지털 세대가 빠진 앱 ‘구닥’
전 세계 100만 다운로드, 16개국 앱스토어서 1위 차지

스크루바 “흥행비결=이야깃거리+카메라 앱 충실+재미”
“후발주자 경쟁사로 생각 안 해…접근 방식 우리와 달라”

【투데이신문 윤혜경 기자】 왜 디지털 세대라 불리는 20~30대 젊은 층들은 이다지도 불편한 카메라 앱에 열광할까.

몹시 작은 뷰파인더와 제한된 촬영 컷 수, 그리고 인화되는데 소요되는 3일. 몹시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 속에서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는 카메라 앱 ‘구닥’에 20~30대 젊은 층들이 매료되고 있다.

실제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각종 SNS에서 해시태그로 ‘구닥’ 혹은 ‘Gudak’을 검색하면 적게는 약 15만 개 많게는 17만여 개의 게시물이 검색될 정도로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7월에 첫선을 보인 구닥은 현재까지 16개국 앱스토어 전체 카테고리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게다가 1.09달러(한화 약 1300원)를 지불해야 하는 유료 앱임에도 불구하고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국가를 막론하고 각 세계의 젊은이들이 불편하면서도 느리지만,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자랑하는 이 카메라 앱에 제대로 ‘취향 저격’ 당한 것이다.

<투데이신문>은 지난달 28일 압구정역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화제의 앱 구닥을 만든 스크루바의 조경민 이사를 만나 아날로그 카메라인 구닥을 출시하게 된 배경을 시작으로 그들이 추구하는 스크루바 미래의 청사진을 들어봤다. 인터뷰 끝자락에 만난 스크루바 강상훈 대표와는 그의 철학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 스크루바 조경민 이사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Q. 독자들을 위해 간단한 본인 소개 및 회사소개 부탁드린다.

저는 일회용 필름카메라 앱 구닥을 만든 스크루바의 CMO 조경민이다. 처음에 스크루바는 디자인 아티스트 프로젝트팀 개념에서 나아가 디자인 어워드에 진출하는 목표로 꾸려졌다. 현재는 정말 재미로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날 겸 만날 때마다 조금 더 가치 있는 일을 해보자는 목표로 일하고 있다. 스크루바의 특이한 점은 직원 모두 ‘본업’이 있다는 점이다. 강상훈 대표는 현재 미술학원을 운영하고 있고, 저는 온라인 마케팅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프리랜서다. 그리고 개발을 하시는 분은 본업도 개발자이고, 생산‧제조‧유통을 맡는 분은 의류유통을 본업으로 두고 있다.

Q. 본업이 있는 상태에서 스크루바 업무도 병행하면 일이 매우 많을 것 같은데.

재미로 시작한 일이었는데…최근에는 일이 너무 많긴 하다(웃음).

Q. 구닥을 출시하게 된 비화가 궁금하다.

스크루바 멤머들과는 일주일에 한 번씩 카페에서 만나 잡담을 나눈다. 근데 한 날은 강 대표가 “요즘은 사직 찍는 게 너무 쉽다. 사람들이 무수히 많은 사진을 찍는데, 찍는 것보다 사진을 고르는 것에 집중한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행위에 집중할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그 얘기를 시작으로 우리끼리 그렇게 찍혀진 수많은 사진이 그저 하나의 용량이 돼버리는 것 같다는 얘기를 했었다. 사진이 하나의 용량이 아니라 추억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일회용 필름카메라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그렇게 만든 게 구닥이다.

▲ 스마트폰에서 구닥을 실현시켰을 때 모습 <사진 제공 = 스크루바>

Q. 최근 앱스토어 1위 자리를 지키며 큰 인기를 구가하는 구닥은 어떤 앱인가.

구닥은 ‘구닥다리’라는 어원에서 비롯된 ‘구닥다리 일회용 필름 카메라’라는 뜻을 담고 있는 일회용 필름카메라 앱이다. 디자인뿐 아니라 작동 방식도 정말 일회용 필름 카메라같이 구현된다. 정말 작은 뷰파인더를 통해서 피사체를 담아서 촬영하고, 다른 카메라 앱과 다르게 프리뷰나 리뷰 기능이 없다. 또 일회용 필름카메라처럼 한 필름 당 24컷만 찍을 수 있으며, 24장을 다 찍은 순간부터 3일이 지난 후에야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Q. 이런 구닥의 ‘아날로그 감성’이 ‘디지털 세대’에게 통한 것 같다.

그런 것 같다. 기존 카메라 앱은 보정 등의 옵션이 굉장히 많다. 옵션이 많을수록 최고의 사진을 건질 수는 있겠지만, 옵션이 많아질수록 하나를 선택했을 때 선택하지 못한 나머지 부분들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 이에 착안해 우리는 옵션을 없애고 사진 찍는 순간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 정말 신기한 게 디지털 세대들이 구닥으로 사진을 찍을 때 “몇 장 안 남았어”라고 말하며 신중하게 그리고 아껴서 찍더라. 참 재밌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따뜻한 감성과 기억이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우리가 사진 확인까지 3일이 소요되게끔 한 이유는 두 가지다. ‘사진관’과 ‘기억’. 첫 번째로는 옛날에 사진관을 가서 사진을 맡기면 “3일 뒤에 찾으러 오세요”라고 했던 그 따뜻했던 추억에 착안했다. 두 번째로는 인간의 망각 시간은 3일로, 3일이 지나면 잊히기 시작한다. 여기서 중요한 게 3일이 지날 때쯤 기억을 상기시켜주면 그 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되기 쉽다. 그래서 장기기억이 추억이 되지 않겠냔 생각에 3일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는 사진이 용량이 아닌 추억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니까. 실제로 고객분들이 “잊을 만 하면 사진이 온다”고 하신다. 이런 요소가 따뜻하게 보이면서 많이들 좋아하시는 것 같다.

Q.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가 많다고.

오늘 데이터로 봤을 때 전 세계 16개국(브루나이, 부탄, 캄보디아, 홍콩, 필리핀, 마카오, 몽골리아, 말레이시아, 키르기스스탄, 한국, 라트비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대만, 태국 등)에서 애플 앱스토어 전체 카테고리 1위를 했다. 사진 비디오뿐만 아니라 게임, 생산성 등 전체 카테고리를 통틀어서 1위를 했다. 사진 및 비디오 카테고리에서는 35개국에서 1위를 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중국이다. 중국 앱스토어 전체 카테고리에서 3위를 기록했다. 기념비적으로 여길만한 대목이라 생각한다.

▲ <사진 제공 = 스크루바>

Q. 다운로드 수는 얼마나 되나.

지난 25일 기준으로 전 세계 다운로드 100만을 돌파했다.

Q. 혹시 앱 가격을 1.09달러로 한 이유가 있다면.

고민하고 한 건 아니었다. 쓸 사람은 분명 쓰지 않겠냐는 생각에 유료로 했다. 그리고 1.09달러로 가격을 매긴 이유는 한국 앱스토어에서 설정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가격이 1.09달러기 때문이다. 앱스토어에 구닥을 출시하기 전까지도 무료로 할까, 유료로 할까 고민을 했던 터라 집행할 수 있는 가장 적은 금액을 하게 됐다.

Q. 그렇다면 수입은 어떻게 되나.

수익은 일절 공개하지 않는다. 그래도 우리가 유료 앱이고, 다운로드 받았던 수를 추산하면 얼추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웃음).

Q. 현재 구닥은 ios에서만 지원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저희가 봤을 때 타깃이 맞을 것 같다고 판단한 곳이 앱스토어였다. 그리고 기술적으로 들어가면 안드로이드는 해킹이 쉽다. 때문에 안드로이드에서 출시하게 되면, 쉽게 해킹이 돼 (구닥 앱이) apk 파일로 만들어져 무료로 배포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열심히 준비한 앱이다 보니 안드로이드 시장에 구닥을 선보이지 않았다.

Q. 그렇다면 안드로이드에서는 구닥을 만나볼 수 없나.

그런데 많은 분이 구닥을 원하고 계셔서 열심히 준비 중이다. 짧게는 한 달, 길게는 한 달 반 안에 안드로이드 시장에서도 구닥을 만나보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 3일 후 현상된 사진의 모습 <사진 제공 = 스크루바>

Q. 구닥이 인기를 끌다 보니 구닥과 비슷한 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맞다. 비슷한 앱이 많다. 그런데 정말 솔직히 말씀드리면 거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경쟁사로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접근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앱스토어에도 필름카메라가 연상되는 앱들이 많다. 우리는 사진을 찍으면서 재미를 주고 싶은 것이지 사진이 보정돼서 잘 나오는 거로 경쟁하고 싶지 않다. 굳이 경쟁사를 찾자면 ‘포켓몬고(poketmon go)’ 같은 게임 앱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재미를 주는 게 목적이니까. 필름카메라 효과를 내는 다른 카피캣들이 많이 있어도 우리는 사진을 찍는 행위에 재미를 주는 게 주목적이기에 신경 쓰지 않고 있다.

Q. 구닥의 흥행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첫 번째로 ‘이야기할 거리’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이 앱 안에 이야깃거리를 담을까 고민했다. 사실 지금의 뷰파인더도 작지만 그 전에는 말도 안 되게 더 작았다. 우리는 그 안에 피사체를 넣고 정성스럽게 찍으라는 의도였는데, 고객들이 너무 작아 불편하다고 의견을 주셨다. 그런 말도 안 되게 작은 뷰파인더, 3일 후 현상 등이 모두 이야깃거리였다. 그리고 구닥을 사용해보신 분들은 그런 얘기를 지인에게 한 번씩 하신다. 현재 구닥 홍보를 맡은 사람은 저뿐이지만, 저는 사용자 전부가 마케터라고 생각한다. 인스타그램에서 구닥을 해시태그로 달아 게시물을 올리는 분, 구닥으로 아이디를 만드시는 분, 본인의 일상을 구닥으로만 찍어 올리시는 분 이런 한 분 한 분이 마케터가 아닌가 싶다. 아무래도 100만 명의 마케터가 흥행비결의 첫 번째 요소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일회용 필름카메라 구현’이다. 일회용 필름카메라를 어떻게 하면 디지털화할 수 있을까 엄청 고민했다. 실제로 필름카메라를 사용하시는 사진 작가분들의 의견도 반영하고, 필름카메라를 수천 장씩 인화하고 분석해  화질은 떨어지지 않으면서 필름카메라의 느낌을 낼 수 있게 구현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스크루바 직원 모두 ‘재미’를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다 모두 본업이 있다. 모든 사람이 그렇겠지만 퇴근 후 업무는 스트레스로 생각된다. 그런데 스크루바는 느낌 자체가 다르다. 정말 놀기 위해 친구를 만나러 가는 느낌이랄까. 새벽 2시에도 아이템이 떠오르면 그 즉시 콘텐츠를 만들려고 한다. 모두가 재미를 느끼고 있는 점이 흥행비결이 아닐까 싶다.

▲ 스크루바 조경민 이사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Q. 본업으로 스크루바를 해도 될 것 같은데.

스크루바가 추구하는 것은 ‘재미’다. 그리고 남들도 우리를 기발하고 재밌는 팀이라 느꼈으면 한다. 근데 재미가 있으려면 리스크가 없어야 한다. 지금은 모두 본업이 있기에 스크루바가 망해도 리스크가 없다. 근데 이게 전업이 돼 버리면 우리가 추구하는 것 보다 팔리는 것만 만들어야 해 제한이 많아져 버린다. 부업으로, 재미로 하는 게 우리의 성공요소라 생각하기에 지금처럼 딱 일주일에 한 번, 주말이 아닌 평일에 만나는 이 시스템이 좋다.

Q. 기업에서 협력 요청이 오진 않았나.

사실 대기업에서 구닥과 관련한 협력요청이 많이 와 금전적인 부분에서 솔깃하긴 하다. 그런데 우리는 반짝하는 유행이 되지 않게 하는 걸 중점으로 둔다. 비록 나중에는 (협력요청 거절을) 후회할 순 있겠지만 우리는 오래가고 싶다. 그리고 따뜻함, 추억, 재미라는 브랜딩을 하고 싶어 돈을 아무리 준다고 해도 (협력을) 안 하고 있다.

Q. 또 다른 앱은 언제쯤 볼 수 있나.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 제품 디자인한 것도 있고, 앱 외에도 아이디어가 많아 어떤 것을 할지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확실하게 말씀을 드릴 수 없지만, 현재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사용자께서 “이게 구닥 만든 스크루바가 만든 거야? 재밌는 거 기발한 거 하네”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 (좌)스크루바 조경민 이사 (우)스크루바 강상훈 대표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Q. 구닥을 애용하는 사용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구닥도 구닥이지만 스크루바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Q. 끝으로 성공한 창업자로서 사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하고자 하는 말이 있다면.

(강상훈 대표)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되도록 명분이 있는 사업에 뛰어들었으면 좋을 것 같다. 저는 내가 뭘 개발하고 싶은데, 이미 세상에 나온 것이라면 굳이 후발주자로 나갈 필요가 있나 싶다. 물론 경쟁해서 발전하는 것은 좋지만 아웅다웅하다 보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안 나온다. 한국의 에어비앤비 같은 것을 생각하는 것보다 아예 없는 사업을 하길 바란다.

(조경민 이사) 저희가 감히 한마디 하자면, “그냥 한번 해봐라”라고 말하고 싶다. 제가 좋아하는 가수 타블로가 “내 일상에 하이라이트만 모아서 영상을 만든다면 러닝타임이 몇 분이나 될까”는 말을 한 적 있다. 이를 본 사람들은 “내 러닝타임이 길었으면 좋겠다”라고 반응을 보였다. 근데 축구 등 스포츠 경기에서 하이라이트는 경기 도중에 나온다. 요즘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분들이 많은데, 골을 들어가건 안 들어가건 일단 경기를 뛰어 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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