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2012년 9월 2일 회동 주목하는 이유

▲ ⓒ뉴시스

2012년 9월 2일 MB·朴 회동 이후 많은 변화
국가권력기관 댓글 활동 활발해진 시점이 바로

두 사람의 회동,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가 중요
결국 원세훈 입에 모든 것이 달려 있는 상황

이명박 정부의 국가정보원과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논란 수사가 본격화되고 윤정훈 목사가 이끌던 이른바 ‘십알단(십자군알바단)’이 국정원과 연계됐을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관계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12년 9월 2일 회동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회동은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회동이기 때문이다. 이날 회동에서 과연 무슨 대화가 오갔는가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투데이신문 장승균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난 2012년 대선 연결고리가 점차 구체화되는 분위기다. 지난 2012년 대선에 국가권력기관이 대선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일부 인사들은 법적 처벌까지 받은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연결고리가 이어지지 않으면서 이 두 사람이 과연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점차 드러나는 진실 앞에서 이 두 사람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점차 추정을 할 수 있게 되고 있다.

▲ 위 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전혀 무관합니다. ⓒ뉴시스

십알단의 존재

국가정보원 적폐청산 TF는 원세훈 국정원장 재임 때인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국정원이 민간인으로 구성된 사이버 외곽팀을 구성했고, 4대 포털과 트위터에 친정부 성향의 글을 게재했다고 밝혔다. 또한 2012년 대선 당시 3500여 명에 이르는 ‘민간인 댓글 부대’를 운영해 선거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부대 역시 2012년 대선 당시 선거개입을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이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일이기 때문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연결고리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른바 십자군 알바단이 재조명됐다. 지난 2012년 대선을 엿새 앞두고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를 위한 불법 선거운동 조직이 적발됐는데 윤정훈 목사가 운영하는 이른바 ‘십자군 알바단’이다. 이를 줄여서 십알단이라고 부른다. 십알단은 정식 명칭이 아니고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에서 박근혜 당시 대선캠프에서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댓글부대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폭로하면서 기독교계 댓글부대라는 뜻을 담은 ‘십자군 알바단’이라는 작명이 이뤄졌고, 이를 줄여서 십알단이라고 부르게 됐다. 당시 검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자발적인 선거운동, 박근혜 후보나 새누리당과 무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윤 목사는 선거법 위반으로 법적 처벌까지 받았다. 

하지만 최근에 드러난 사실로 미뤄 볼 때 십알단이 자발적 선거운동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윤 목사와 국정원 직원 간의 통화 내역이 확보됐기 때문이다. 국정원과 검찰은 통화 내역을 분석하면서 십알단이 박근혜 당시 후보를 돕기 위해 나선 정황에 국정원이 개입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 국정원 자금이 십알단 사무실 운영자금 등 활동비로 흘러들어갔을 것이라는 정황에 검찰 수사는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자들에 대한 계좌 추석을 진행하고 있다. 국정원과 십알단이 연결된다는 것은 십알단 활동 자체가 자발적인 활동이 아니라 결국 이명박 정부에서 이뤄진 조직적 선거개입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국정원·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부대 등을 통해 국가권력기관이 대선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증거는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십알단까지 그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연결고리가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MB-朴의 독대

이에 정치권에서는 지난 2012년 9월 2일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청와대 회동을 주목하고 있다. 이날 100분간 독대를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07년 대선 경선 과정을 거치고,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놓고 같은 당 소속이면서 야당보다 더 껄끄러운 관계를 보였다. 특히 2008년 총선 당시 공천 과정에서 친박 인사들이 대거 공천 탈락하면서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런 관계인 두 사람이 100분간 회동을 한 만큼 이날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기에는 충분하다. 물론 당시 청와대는 민생경제, 치안 강화를 주제로 100분동안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집권여당 대선 주자가 대통령과 대선을 앞두고 독대를 했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때문에 두 사람이 이날 회동에서 일종의 합의를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 

다만 이날 회동 이후 많은 변화가 생겼다.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들이 온라인에 넘쳐나는 시기가 이날 회동 전후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일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소장에는 “국정원 직원들은 지난해(2012년) 9월1일부터 12월18일까지 5만5689회에 걸쳐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를 지지·찬양하거나, 민주당과 문재인·안철수 후보를 반대·비방하는 트위터를 했다”라는 기록이 남아있다. 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은 이날 회동의 진실을 밝히라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무실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날 회동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급격히 친해졌다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당선된 이후 당선인 자격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회동을 갖는 등 두 사람의 사이가 언제 싸웠냐는 듯이 친밀도를 유지했다. 이로 인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날 회동에서 두 사람이 모종의 합의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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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종의 합의 실체는

이처럼 두 사람의 회동 이후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모종의 합의 의혹은 꾸준하게 제기돼왔다. 하지만 그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증거가 발견되지 않으면서 의혹으로만 남았다. 그런데 십알단과 국정원의 관계가 점차 드러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연결고리가 점차 구체화되는 분위기다. 물론 아직까지 이 두 사람이 대선에 직접적으로 개입했다는 증거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간의 의혹은 점차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이날 두 사람의 회동에서 어떤 대화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서는 퇴임 이후 안전판을 마련해야 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이라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이날 쉽게 모종의 합의를 이뤄내지 않았겠냐라는 것이 세간의 의혹이다. 그리고 이날 회동 이후 국가권력기관의 대선 개입 양상은 더욱 극심해졌다. 그것이 결국 12월 국정원 여직원의 셀프감금 논란으로 이어지게 돼 더욱 의심의 눈초리는 깊어지고 있다.

결국 이 의혹을 풀 수 있는 연결고리는 원세훈 전 원장이다. 검찰은 원세훈 전 원장을 추가 기소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는 원세훈 전 원장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그 윗선을 겨냥하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이날 두 사람의 회동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두 사람 모두 입을 닫고 있으면 그 진실을 묻히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남은 것은 원세훈 전 원장의 입이다. 그 입을 통해 과연 어떤 이야기가 나오느냐에 따라 이날 회동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나올 수도 있다. 어쨌든 이날 회동은 우리에게 많은 의구심을 낳게 하는 회동이었다. 그 회동의 실체적 진실이 과연 밝혀질지 여부는 검찰의 수사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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