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성(野性) 못찾은 보수야당, 그 끝은

▲ ⓒ뉴시스

방문진 보궐이사 선임 놓고 국회 파업 선언했지만
여론은 차갑게 식어가고, 상임위는 정상적으로 열려

문재인·트럼프 대통령 국회 연설 앞두고 있어
명분 없는 파업, 복귀하자니 실익 없는 상황

자유한국당이 아직도 야성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갈팡질팡 헤매고 있다. 방송문화진흥회 보궐이사 선임에 반발, 국회 국정감사를 보이콧했지만 벌써부터 국회 복귀라는 여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만큼 실속 없는 보이콧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당 지도부는 강경하다. 하지만 당 소속 의원들은 속이 끓고 있는 심정이다. 회군을 하자니 빈손이고, 그냥 계속 투쟁을 하자니 그것 역시 빈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유한국당이다.

【투데이신문 한정욱 기자】 지난 26일 자유한국당은 국회 국정감사 일정을 전면 보이콧했다. 방송문화진흥회 ‘여당 몫 이사 추천권’을 자신에게 달라고 요구했고, 그 요구가 먹혀들지 않자 국감 보이콧을 선택한 것이다. 이날 MBC 대주주인 방문진 보궐이사 두 명을 선임하자 국감을 중단하고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국감을 전면 보이콧하기로 했다. 방문진은 MBC의 대주주이고 MBC 사장의 임명 권한을 갖고 있다. 방문진 이사진은 방문진법 제6조에 따라 총 9명이며 여권은 6명, 야권은 3명으로 추천된다. 그런데 지난달 방문진 유의선 이사에 이어 지난 18일 김원배 이사가 사퇴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들은 구여권 추천 이사들이다. 이들이 사퇴를 하면서 보궐이사를 인선해야 했다. 이를 두고 자유한국당은 보궐이사이기 때문에 추천권은 자신들이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정권교체가 이뤄졌기 때문에 보궐이사는 현 여권에게 그 추천권이 있다고 해석했고, 결국 현 여권 추천 인사가 이사로 선임됐다. 이로 인해 기존 3대6 구도에서 5대4로 재편되면서 여야 구도가 역전됐다. 이에 구 야권 방문진 이사 3인이 지난 24일 방문진에 제출한 고영주 이사장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 통과가 가능해졌다. 이 안건은 내달 2일 정기 이사회에서 논의된다.

방문진으로 촉발된 파업

이에 자유한국당이 반발, 국감 보이콧을 선택한 것이다. MBC마저 사장이 교체된다면 그야말로 자유한국당은 설 땅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국감을 보이콧한 것이다. 물론 자유한국당의 보이콧으로 인해 곳곳에서 파행이 일어나기는 했다. 하지만 일부 상임위원회는 자유한국당 없이 국감을 진행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국감 보이콧이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도 자유한국당 국감 보이콧에 대해 비판 성명을 이어가고 있다. 여론 역시 싸늘하다. 제1야당이 국감을 보이콧을 한다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역할을 포기한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실 국감은 야당에게는 절호의 기회이고, 여당에게는 무덤 같은 존재다. 야당은 국감을 통해 현 정부의 실정을 낱낱이 세상에 밝힐 수 있고, 특히 야당 초재선 의원들은 국감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 때문에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국감을 보이콧한다는 것은 사상초유의 일이다. 손해 보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국감을 통해 현 정부의 실정을 낱낱이 밝히는 것이 오히려 더 실속 있는 선택인데 그 선택을 버린 것이다. 국감 보이콧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도 한계다. 국감 보이콧의 당초 목적인 방문진 보궐이사 선임을 철회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자유한국당으로서 이제 방문진 보궐이사 선임을 되돌릴 수 있는 파워가 사실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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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효성 방통위원장 해임 촉구결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말 그대로 ‘촉구결의안’이다. 설사 이 결의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실효성이 없는 결의안이다. 그리고 현 국회 상황으로 볼 때 결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절대적으로 협조할 생각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의 현재

결국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는 국감 보이콧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국감 복귀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는 보이콧을 장기전으로 끌고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는 11월 1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기로 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8일 국회에서 연설을 할 예정이다. 국회에 굵직한 행사가 2개나 잡혀있다. 이런 가운데 국회 본회의장에 자유한국당이 빠진다면 모양새가 상당히 좋지 않다. 이를 두고 문재인 정부의 방송장악을 비판하는 여론이 더 우세할지 자유한국당의 국회 전면 보이콧을 비판하는 여론이 우세할지는 아직 여론조사가 나온 것은 없지만 자유한국당을 향한 비난의 화살은 따가울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외국의 대통령이 방한해서 국회에서 연설을 하는데 제1야당 의원들이 전원 불참한다는 것은 모양새가 없다. 때문에 국감 보이콧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한 곧 개혁입법과 새해 예산안 심사 등의 일정이 잡혀있다. 만약 장기전을 계획한다면 개혁입법과 새해 예산안 심사의 주도권은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에게 빼앗길 수 있다. 특히 새해 예산안 심사는 지역구 예산 심사까지 연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현역 지역구 의원으로서는 상당히 민감하다. 때문에 국회에 복귀가 불가피해 보인다. 새해 예산안 심사 일정이 가까워질수록 복귀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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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당내 문제는 더욱 복잡하다. 홍준표 대표와 서청원 의원이 친박 인적 청산을 놓고 막말 전쟁과 폭로 전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국감 보이콧은 뒷전이고, 두 사람의 전쟁에 대해 언론이 주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감 보이콧을 한다면 그에 대해 언론이 주목을 해야 하는데 언론은 두 사람의 싸움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국감 보이콧은 뒷전으로 밀려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 이런 이유로 국회 복귀 여론이 당내 일부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돌아가자니 명분은

문제는 복귀 명분이다. 지금 복귀를 한다면 빈손 복귀가 된다. 자유한국당이 그동안 계속해서 전면 보이콧을 해왔지만 결국 빈손 복귀로 마무리가 됐다. 문재인 정부나 더불어민주당을 상대로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결국 명분 없는 복귀를 해야만 했다. 이번에도 결국 실속 없는 복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방문진 보궐이사 문제도 해결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결국 빈손 복귀를 할 것이면서 보이콧을 한 셈이다. 이런 이유로 당 지도부가 무능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어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지난 5월을 기점으로 야당으로 신분이 전환됐는데 아직도 여당의 습성을 버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야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략과 전술이 부재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어떤 때 보이콧을 하고, 어떤 때 협상을 해야 하는지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무조건 보이콧을 하고, 무조건 비판부터 하자는 식으로 일관하면서 자유한국당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자꾸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보수지지층 사이에서도 자유한국당에 대한 기대가 실망감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보수지지층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그런 전략과 전술이 필요한데 아직도 집권여당의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자유한국당이 하루라도 빨리 야성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 시절 새누리당 박근혜 당시 당 대표가 야당 대표로서 열린우리당과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했던 그런 야성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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