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적폐청산은 복수’ 발언에 호남 중진 ‘발끈’
지역위원장 일괄사퇴 등 당 내부 문제 곪아 터져

호남 중진 집단행동, 안철수 탄핵으로 이어지나
안철수-유승민 결국 손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호남과 결별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호남 의원들을 향해 당을 떠나라는 요구까지 했다. 이에 호남 의원들이 발끈하고 나서면서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 일각에서는 안 대표가 결국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과 손을 잡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 이상 호남 의원들에게 끌려다니지 않고 중도보수대통합을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그에 따른 정치권의 파장도 예상된다. 정치 지형이 바뀌고 있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호남 중진 간의 갈등은 이제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 단초는 안 대표가 독일에서 ‘적폐청산은 복수’라고 발언한 것이었다. 호남 중진들은 ‘복수’라는 발언에 대해 격노했다. 이명박·박근혜정부의 적폐를 청산하자는 것이 호남 민심인데 그 적폐청산을 ‘복수’라고 칭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호남 민심을 안 대표가 제대로 간파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호남 중진으로서는 안 대표 체제로는 내년 지방선거를 치를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국민의당이 지난해 총선 당시 ‘친문 패권주의’를 내세워 호남에서 의석을 싹쓸이했다. 하지만 호남 민심은 문재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었고, 현재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호남 중진들로서는 문 대통령을 무시하거나 비난을 해서는 결코 호남에서 선거에서 승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때문에 원색적인 비난 대신 정책 부분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안 대표는 문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 비난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명박·박근혜정부에 대한 비판 목소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계속해서 문 대통령에 대한 비판만 이어갔다. 이것이 호남 중진들을 더욱 격노하게 만들었다.

격노한 호남

하지만 국민의당이 분열되는 속내는 따로 있었다. 안 대표가 주도하는 개혁에 대한 호남 중진들의 불만이 쌓여간 것이다. 가장 큰 불만은 역시 바른정당과의 연대 및 통합 시도다. 그리고 지역위원장 일괄 사퇴, 중앙당직자 지방파견 등 안 대표가 추진하는 개혁에 대해 호남 중진들이 불만을 품고 있었다. 이는 호남 중진의 힘을 빼고 친안계가 당을 장악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때문에 호남 중진으로서는 친안계의 힘을 빼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결국 안 대표에게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호남 중진들이 집단행동에 들어간 셈이다. 이상돈 의원이 7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호남 중진들이 모여서 의견 조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 호남 중진들이 집단행동에 들어갔음을 알렸다. 동교동계 원로들도 오는 9일 낮 정대철 상임고문의 주도로 회동을 갖기로 했다. 안 대표와 호남 중진이 충돌하는 시점은 오는 13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당은 13일 의원총회를 열고 예산국회 대응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예산국회를 논의하기 보다는 안 대표의 ‘적폐청산은 복수’라는 발언에 대해 성토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가 원외 당 대표이기 때문에 이날 참석을 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호남 중진들이 안 대표를 성토하면서 탄핵까지 생각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이렇게 되면 국민의당은 분열로 치닫게 될 수밖에 없다. 친안계와 호남이 분리가 되면서 국민의당은 분당 사태까지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국민의당은 현재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이대로 가면 바른정당이 쪼개지면서 통합파가 자유한국당으로 넘어갔듯이 국민의당 역시 둘로 쪼개지면서 새로운 정치 지형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상황은 긴박하다.

국민의당 분당 사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대표는 ‘마이웨이’를 예고했다. 안 대표는 ‘모든 투덜거림에 답할 필요가 없다’고 언급, 자신만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는 내부 이탈자가 생기더라도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뜻이다. 안 대표의 ‘마이웨이’는 결국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의미한다. 호남 중진들이 반발하고 있지만 안 대표는 바른정당과 통합을 해서 중도보수대통합을 이뤄내겠다는 구상이다. 물론 바른정당과의 당장 통합은 힘들다. 유승민 의원은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대해 소극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또한 바른정당은 오는 13일 전당대회를 열어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한다. 새로운 지도부가 선출되면 당을 추스르는데 최소한 2개월 이상은 걸린다. 따라서 올해 안에 당장 통합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정체성 문제도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바른정당은 굳건한 안보를 바탕으로 대북 제재 압박을 이야기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계승하고 있다. 이처럼 정체성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해결이 전제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호남 중진과의 갈등이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당장 통합은 불가능하지만 정책·선거연대를 하기로 이미 결정은 돼있다. 따라서 안 대표는 당장 통합은 아니지만 정책·선거연대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호남 중진들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호남 중진들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불어민주당과 연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적이 되면 호남에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안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문 대통령과 적이 되려고 하고 있다. 때문에 호남 중진들은 더욱 격분할 수밖에 없다.

안철수의 선택은

국민의당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안 대표와 호남 중진들이 다시 손을 잡고 미소를 지을 그런 일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친안계는 바른정당과 통합을 시도하려고 할 것으로 보이지만 호남 중진들은 과연 어디로 가야 할 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더불어민주당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과연 받아줄지는 미지수다.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은 계속해서 국민의당 호남 중진들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전통 민주당 지지층이 이를 용납할지는 의문이다. 전통 민주당 지지층은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분당 사태를 경험했다. 그 분당 사태로 인해 호남 중진들에 대한 반감이 상당히 높다. 그런데 호남 중진들을 다시 받아들인다면 전통 민주당 지지층은 대거 이탈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호남 중진들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호남 중진들은 당분간 당적이 없이 생활할 가능성도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안 대표에게도 ‘팽’ 당하고, 더불어민주당에게도 ‘팽’ 당하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통해 호남 선거에서 의미 있는 성적표를 내자는 계획도 있다. 그만큼 호남 중진들이 갈 곳을 잃어버린 상태다. 국민의당이 둘로 쪼개지는 것은 시간문제이지만 호남 중진들도 방향을 잃었다. 때문에 호남 중진들은 안 대표의 탄핵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대표를 탄핵시켜서 당권을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국민의당 내분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