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윤혜경 기자】인류는 화학물질에 둘러싸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계면활성제가 들어간 샴푸로 머리를 감고, 화학 염료로 염색한 의류를 입고, 식품첨가물이 첨가된 음식을 먹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일상 속에 깊숙이 들어온 화학물질의 관리‧감독은 잘 되고 있을까.

환경부는 현재 국내에 유통되는 화학물질을 4만4000여 개로 추정한다. 그러나 이 중 독성이 파악된 것은 15%에 그친다. 나머지 3만7000여 개의 물질은 독성 파악조차 안 된 상황인 셈이다. 결국, 우리는 독성 유·무를 정확히 모르는 화학물질을 쓰고, 입고, 먹고 있다.

이처럼 화학물질 독성 파악 및 관리가 취약한 점은 소비자 피해로 이어졌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 그리고 살충제 달걀, 생리대 파동이 바로 화학물질로 인한 피해 사례인 것이다.

화학물질 연구자로서 노동자들에게서 발생하는 직업성 암의 원인을 추적하고, 그로 인한 발암물질목록을 만들며 국내 화학물질 관리 체계를 바꾸고자 힘써온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김신범 실장은 책 <화학물질, 비밀은 위험하다>를 통해 우리나라의 화학물질 관리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저자는 책을 통해 모두가 같이 안전해지는 것만이 참된 안전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기업에게 사전에 위험을 파악하고 안전을 입증하라고 요구하는 정책과 체계가 없는 점을 지적한다. 이어 소비자가 제품 정보를 온전히 이해하고 안전과 성능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가 우선시 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우리가 원하는 안전에 대해 함께 목소리를 내자고 제안한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우리에게 지울 수 없는 큰 아픔과 상처는 물론 사회적으로 풀어야 할 숱한 과제를 남겼다. 책 <화학물질, 비밀은 위험하다>를 통해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는지 고민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