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배의 다이아냐 이수일의 사랑이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뉴시스

새해 예산안 정국에서 실리 챙긴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발끈하고, 국민의당은 사과하고

민주당·바른정당의 정책연대, 누굴 선택하나
둘 다에게 버림받는 박쥐 신세 될 가능성도

국민의당이 새해 예산안 정국에서 실익과 존재감을 확실하게 찾았다. 하지만 이로 인해 바른정당과의 정책공조는 삐걱거렸다. 급기야 바른정당에게 사과까지 하는 모습도 보였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책·선거연대를 하기로 결론내렸다. 이를 바탕으로 통합까지 고려하고 있다. 문제는 국민의당에겐 더불어민주당과 공조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만약 민주당과의 공조를 깨고 바른정당과 정책연대만 고수한다면 국민의당이 잃어버릴 것은 많아진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초록색이 파란색과 하늘색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는 말이 정치권에 나돌고 있다. 국민의당이 민주당과 바른정당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는 뜻이다. 새해 예산안 정국에서 국민의당은 실익과 존재감을 확실하게 찾았다. 호남 KTX의 무안공항 경유, 개헌·선거법 개정 등 당의 숙원사업을 풀었다. 이를 두고 자유한국당은 이면야합 혹은 밀실야합이라면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이에 국민의당은 공룡이 왜 지구상에서 멸망했을까를 되새기라며 오히려 자유한국당을 걱정했다.

▲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왼쪽),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뉴시스

바른정당의 분노

문제는 다른 곳에서 튀어나왔다. 바른정당이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추석 전후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통합론에 휩싸였다. 국민의당은 친안계와 호남계로 나뉘어 아직도 갈등이 현재진행형이다. 두 차례 끝장토론 끝에 일단 바른정당과 정책·선거연대를 하기로 결론 내렸다. 그런데 새해 예산안 정국에서 이 정책연대를 제대로 실현하지 못했다. 국민의당은 바른정당을 패싱하고 실익과 존재감을 챙겼다. 이에 바른정당은 소외감을 느꼈고 결국 국민의당을 향한 분노로 표출됐다. 일각에서는 정책연대가 사실상 깨진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급기야 국민의당은 바른정당에게 사과까지 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그리고 앞으로 진행될 입법전쟁에서 정책연대를 하자 약속했다. 아마도 이번 정책연대는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선거연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종국적으로는 통합까지 이어지기 위한 첫 단추가 이번 입법전쟁에서의 정책연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에게 이번 정책연대는 상당히 의미가 깊다.

문제는 국민의당이 애매한 상태가 됐다는 점이다. 입법전쟁에서 민주당과도 공조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은 오는 11~23일까지 법안 처리를 위한 임시국회를 열기로 했다.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국가정보원 개혁을 위한 국정원법 개정안 처리를 내세우고 있다. 국민의당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송법, 5.18 특별법, 규제프리존법을 내세웠다. 자유한국당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 추진해 왔으나 번번이 야당의 벽을 넘지 못했던 서비스발전기본법과 규제프리존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바른정당도 마찬가지다.

▲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왼쪽)과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 ⓒ뉴시스

국민의당의 고민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바른정당과도, 또 민주당과도 정책연대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민주당과는 호남 KTX 무안공항 경유, 개헌·선거법 개정 등을 약속한 상태다. 민주당은 이 사안들에 대해 실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내세우는 개혁입법이 처리되지 않거나 지연될 경우 과연 국민의당의 숙원사업이 제대로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때문에 국민의당으로서는 민주당과의 정책연대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와 함께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결국 국민의당은 민주당과 바른정당 양측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현재 국민의당 내부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친안계는 바른정당과 가까운 성향이다. 반면 호남계는 민주당과 성향이 가깝다. 친안계는 당 지도부를 장악하고 있지만 원외 인사가 많은 반면 호남계는 원내 인사가 많다. 따라서 당내에서 특정 세력이 강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때문에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를 두고 갈등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호남 초선 의원들이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에도 반대한다는 기자회견을 연 것도 국민의당 내부 사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민의당으로서는 입법전쟁 속에서 민주당이냐 바른정당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 김중배의 다이아몬드 반지냐 이수일의 사랑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심순애의 운명이다. 때문에 국민의당 내부 갈등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실리를 챙기기 위해서는 민주당과 손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명분을 찾으면서 ‘다당제’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바른정당과 연대해야 한다. 이는 국민의당 내부에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친안계가 당을 확실하게 장악해서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를 넘어 통합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호남계가 전면에 나서 민주당과 정책연대로 갈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결국 국민의당은 입법전쟁에서 가장 시끄러운 정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별 의원들이 저마다 자신의 입장을 얘기하며 갑론을박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 과정에서 원색적인 비난과 공방이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

두 마리 토끼는

문제는 실리와 명분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오히려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이나 바른정당 모두 무한정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나 바른정당 모두를 놓치는 상황이 온다면 국민의당은 그야말로 박쥐 신세가 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당에게 선택의 순간은 점차 다가오고 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국민의당 운명이 달라지고 내년 지방선거 및 2020년 총선의 결과도 달라진다. 때문에 앞으로 내부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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