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박 감별사였던 최경환이 어쩌다가

▲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1억원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뉴시스

체포동의안 국회 송부, 22일 본회의에서 보고
가결되든 부결되든 최경환 신병 확보 문제없어

정치적으로 부결되면 역풍 거세게 불 듯
최경환의 몰락, 곧 자유한국당 친박의 몰락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의 신세가 말이 아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소위 잘 나가던 최 의원이지만 이제는 국회 체포동의안 문제로 고민해야 할 시간을 맞았다. 검찰은 체포동의서를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발부했다. 공은 국회로 넘겨진 상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최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자유한국당의 정치 상황도 바뀌었다.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세상을 호령했던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이다. 하지만 이제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둔 초라한 신세가 됐다. 최 의원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지식경제부 장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우리나라 경제정책을 쥐락펴락했던 인물이다. 그리고 새누리당 내에서 진박 감별사로 불리며 친박을 감별하던 인물이다. 그만큼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영향력을 행사했고, 당내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한 인물이다. 그런 최 의원은 이제 체포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있다.

최경환 체포동의안

최 의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 1억원을 받았다는 혐의로 현재 체포 위기에 놓였다. 최 의원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면서 ‘할복’이라는 말까지 꺼내 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1억원을 받은 혐의가 있다면서 체포동의안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발부했다. 현역 의원은 불체포특권이 있기 때문에 검찰이 회기 중에 현역 의원을 체포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헌법 제44조 1항에는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하지 않는다’라고 규정돼 있다. 이는 군부독재 시절 정부가 현역 의원을 마구잡이로 체포한 전력이 있기 때문에 군부독재로부터 현역 의원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였다. 하지만 군부독재가 종식된 이후 소위 방탄국회라는 오명까지 만들어낸 것이 바로 이 불체포특권이다. 이제 최 의원은 그 불체포특권 앞에 놓여있다. 헌법 제44조 2항을 보면 ‘의장은 제1항의 규정에 따른 체포동의를 요청받은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이를 보고하고,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한다. 다만 체포동의안이 72시간 이내에 표결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이후에 최초로 개의하는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본회의가 개의되는 오는 22일 정세균 의장은 체포동의안을 보고하게 돼있다. 문제는 12월 임시국회 회기가 그다음날인 23일 끝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본회의 보고 이후 24시간에서부터 72시간 이내에 표결처리 해야 한다는 규정상 23일 본회의를 열어 표결 처리를 할 가능성이 높다.

▲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1억원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이 지난 6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최경환의 심정은

검찰로서는 이날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더라도 큰 상관은 없다. 23일로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기 때문에 그날 이후 최 의원을 체포해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 입장에서는 체포동의안이 부결된다 해도 최 의원의 신병 확보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정치권에는 중요한 문제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느냐 부결되느냐는 정치적 상징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소위 방탄국회라는 오명의 근원이 바로 불체포특권이다. 만약 이번에도 최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된다면 여론은 급속도로 나빠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체포동의안의 부결은 상당한 의미를 부여받게 되는 셈이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경우도 그 나름대로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다. 친박의 몰락을 상징적으로 대변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체포동의안 부결이나 가결 모두 정치적 의미가 상당히 높다. 당장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체포동의안 가결 처리를 주장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친박을 완전히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만약 체포동의안이 부결된다면 민주당과 국민의당에도 그 분노의 불똥이 튀기 때문에 가결 처리를 주장하고 있다.

가장 복잡한 곳은 자유한국당이다. 이미 권성동·김재원·원유철·이우현 의원 등 줄줄이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르고 있다. 최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된다면 이들 의원들의 체포동의안 역시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 닥칠 수도 있다. 다시 말하면 최 의원 혼자 죽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의원이 함께 줄줄이 엮일 수도 있는 것이다. 때문에 최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무조건 가결시킬 수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부결시킨다면 그에 대한 역풍이 상당하다. 때문에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지난 12일 자유한국당 새 원내대표에 친홍계 김성태 의원이 당선됐다. 이는 홍준표 대표 체제가 구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홍준표 대표 체제의 구축은 ‘친박 인적 청산’을 마무리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김성태 원내대표의 당선으로 인해 그동안 미뤄왔던 친박 인적 청산을 이뤄낼 가능성이 있다. 이는 체포동의안 가결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자유한국당 내에서도 최 의원은 두둔해줄 인물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김성태 원내대표는 서청원 의원과 함께 최 의원 출당 의원총회를 열 가능성이 높다. 현역 의원을 출당시키기 위해서는 의원총회를 열어 2/3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 정우택 전 원내대표는 자신이 원내대표에 있는 한 두 의원의 출당 의총을 열 수 없다고 공언했다. 이제 김성태 원내대표가 당선됐으니 두 의원의 출당 문제를 논의하는 의총을 열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체포동의안 부결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선출된 김성태 신임 원내대표가 홍준표 대표와 만세를 부르고 있다. ⓒ뉴시스

돌파구는 없어

최 의원으로서는 현재 돌파구가 없다. 체포동의안 가결의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게다가 당내 입지도 좁아지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천하를 호령했던 그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할복’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면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치권은 그를 외면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체포동의안이 부결돼도 결국 검찰은 신병확보를 하게 돼 있다. 여기에 자유한국당에서는 출당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 그가 비빌 언덕이 사라지고 있다.

최 의원의 몰락은 곧 친박의 몰락이다. 그동안 박근혜 정부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렸던 친박이 몰락하는 것이다. 12일 열린 원내대표 경선은 친박의 몰락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1차 투표에서 과반 이상의 찬성을 얻었다. 친박 시대를 종언하는 표결이었다. 이후 자유한국당 내 친박은 급속도로 몰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 바로 최 의원이다. 때문에 최 의원의 몰락은 곧 친박의 몰락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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