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체제로 빠르게 재편되는 자유한국당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뉴시스

홍준표 무죄 확정, 성완종 리스트 굴레 벗어던져
홍준표-김성태 체제 굳어져, 당내 반발은 어떻게

사당화 논란 잠재울 비장의 무기는 과연 무엇?
홍준표 이미지로 내년 지방선거 치를 수 있는가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2일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날 대법원은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홍 대표의 무죄 확정을 판결했다. 이제 홍 대표는 성완종 리스트의 굴레를 완전히 벗어던지면서 제1야당의 대표로서 역할을 하게 됐다. 이로써 자유한국당은 내년 지방선거를 홍준표 대표 체제로 치르게 됐다. 홍 대표는 이번 판결로 당을 빠르게 장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당의 혁신과도 연결되는 대목이다. 자유한국당의 운명이 궁금해지는 연말연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무죄 확정은 예견된 대목이다. 22일 대법원은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서 홍 대표에게 무죄 확정판결을 내렸다. 홍 대표는 2011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측근 윤모 씨를 통해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는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중간 전달자 윤씨의 진술이 증거로 채택됐지만, 2심에서는 채택되지 않으면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대법원에서도 무죄를 판결받았다.

핵심 쟁점은 성완종 전 회장의 유서 및 언론사와의 인터뷰가 과연 증거능력으로 채택되느냐는 부분과 중간 전달자 윤씨의 진술이었다. 성 전 회장의 유서 및 언론사 인터뷰는 법적 용어로 얘기하자면 ‘전문 증거’, 즉 전해 들은 증거다. 재판부가 증거로 채택하기 위해서는 ‘직접증거’, 다시 말하면 재판정에 나와서 진술하거나 최소한 검찰에서 진술을 해야 된다. 유서를 쓰거나 언론사와 인터뷰했다고 해서 증거로 채택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전달자 윤씨의 진술이 일관돼야 한다. 하지만 윤씨의 진술이 다소 바뀌면서 증거능력으로 채택되지 못하게 됐다. 결국 이로 인해 홍 대표는 무죄 확정판결을 받게 됐다. 일부 누리꾼들은 홍 대표의 무죄 확정판결에 대해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법조계에서는 홍 대표의 무죄 확정판결을 예견했다. 더욱이 최근에는 금품수수, 즉 뇌물죄의 적용을 더욱 엄격하게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홍 대표는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 자유한국당 홍준표(오른쪽) 대표과 김성태 원내대표 ⓒ뉴시스

무죄 확정

홍 대표의 무죄 확정판결은 그에게 날개를 달아준 형국이다. 지난 대선 당시 대통령 후보로 출마할 때도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다면서 대선 후보로의 자격이 있느냐는 논란이 일었다. 당 대표 출마 때도 과연 자격이 있느냐의 논란이 제기됐다. 그만큼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홍 대표의 발목을 잡는 쇠사슬과 같은 존재였다. 홍 대표가 유죄 확정판결을 받는다면 자유한국당 내에서 하이에나처럼 물어뜯으려고 대기하고 있던 존재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 특히 최근 당무감사를 통해 62개 당협위원장 교체 발표와 관련해 해당 당협위원장들이 반발하고 나서면서 당은 상당한 분란에 휩싸이고 있다. 교체 대상에 포함됐던 류여해 최고위원은 홍 대표를 향해 맹렬히 폭격을 가했다. 그러자 홍 대표는 ‘주막집 주모 푸념 들어줄 시간이 없다’면서 류 최고위원을 무시했다. 그러면서 둘 사이에는 감정 섞인 공방이 오가는 등 그야말로 콩가루 집안 분위기가 났다. 이로 인해 최고위원회의도 열지 않는 등 갈등은 커져만 갔다. 더욱이 유기준 의원 등 교체 대상에 포함됐던 당협위원장들은 ‘홍준표 사당화’를 막기 위해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홍 대표가 무죄 확정판결을 받으면서 홍 대표는 날개를 달았다. 이제 당을 장악하는 일만 남았다.

홍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 체제는 이제 내년 지방선거를 치르는 지도부로서의 굳건함을 갖추게 됐다. 홍 대표가 만약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면 아마도 자유한국당은 공중분해 되는 위기를 겪게 됐을 것이다. 친박이나 교체 대상인 당협위원장들이 홍 대표에게 당 대표직에서 내려오라는 요구가 거세게 일어났을 것이다. 그리고 홍 대표 역시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죄 확정판결을 받으면서 홍 대표는 이제 당 대표의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게 됐다. 홍 대표는 올해 안에 당 쇄신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홍 대표가 생각하는 쇄신은 크게 ‘인적 청산’과 ‘수혈’이다. 친박 세력을 확실하게 몰락시키는 것은 물론 새로운 인물을 수혈하겠다는 계획이다.

홍준표의 쇄신안

사실 당무감사를 통해 당협위원장을 대규모로 교체하는 것은 인적 청산과 동시에 새로운 피를 수혈하겠다는 홍 대표의 생각이 담긴 것이다. 홍 대표도 이런 상태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치르면 패배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때문에 당을 혁신해야 하는데 혁신의 제1번은 아무래도 인적 물갈이다. 과거와의 인연을 확실하게 끊어버리고 새로운 인물을 수혈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기 때문이다. 문제는 새로운 인물의 수혈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인물이 홍수를 이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반면 자유한국당이나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인물난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현재의 지지율 때문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예비후보들 입장에서도 만약 이 상태의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체제하에서 선거를 치르면 패배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입당을 꺼리는 것이다. 결국 야당으로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줘야 한다. 그 자신감은 역시 지지율에서 나온다. 하지만 현재 지지율을 살펴보면 과연 새로운 인물이 얼마나 영입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결국 내년 1월말까지 홍 대표는 지지율을 상승시켜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문제는 지지율 상승이 생각보다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굳건한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돼 있다. 또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통합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하게 되면 지지율이 자유한국당보다 높게 나타난다고 집계됐다. 문제는 홍 대표가 갖고 있는 이미지 자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돼지발정제’ 논란부터 시작해 최근에는 막말 프레임으로 인해 보수층에서조차 홍 대표를 부끄러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도 홍 대표의 막말 논란으로 인해 반홍 대 친홍 구도로 재편되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는 홍 대표의 무죄 확정판결을 오히려 반기고 있는 모습이다. 그 이유는 홍 대표 체제로 선거를 치를 경우 홍 대표가 내뱉는 말이 오히려 자충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홍 대표 자신은 계산해서 내놓는 발언들이라고 하지만 즉흥적인 발언으로 인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내년 지방선거 과정에서도 만약 즉흥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막말 논란이 불붙게 된다면 내년 지방선거는 상당히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너진 보수층을 되살려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홍 대표 브랜드가 과연 무너진 보수층을 복원시킬 정도의 브랜드 가치가 있는가가 문제다. 이에 대해 정가 안팎에서는 무너진 보수층을 복원시킬 정도의 브랜드 가치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갖고 있지만 홍 대표의 경우 보수층에 있어서도 문 대통령만큼의 브랜드 가치를 갖고 있지 못하다.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아무래도 총선에 비해 낮기 때문에 충성도 높은 유권자들이 얼마나 많이 투표장으로 향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민주당은 충성도 높은 유권자들을 많이 확보하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은 그에 비해 낮은 것이 사실이다.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뉴시스

홍준표의 미래

더욱이 과연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나오지 않고 잘 마무리될 수 있을지도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어느 정당이든 공천 과정에서 반드시 잡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잡음을 얼마나 진압할 수 있느냐가 당 대표의 가장 큰 숙제다. 지난해 총선 공천 과정에서 민주당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임명함으로써 잡음을 사전에 차단했다. 반면 당시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 체제에서 친박과의 공천 갈등이 불거졌고, 결국 김무성 대표는 당 대표 직인을 들고 부산으로 내려오는 이른바 ‘옥새 들고 나르샤’를 시전했다. 이런 공천 갈등이 결국 새누리당에게 지난해 총선 패배를 안겨줬다. 내년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도 공천 잡음은 생길 수밖에 없다. 홍 대표가 이를 얼마나 진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자유한국당은 계파가 상당히 복잡하다. 친박과 비박으로 크게 나뉘지만 친박도 진성 친박과 다소 색깔이 약해진 친박 등으로 세분화됐다. 비박 역시 친홍계와 김무성계 등으로 나뉘어 있다. 계파가 복잡하다는 것은 그만큼 공천 과정에서 목소리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공천 과정에서 목소리가 많아지면 당내 갈등은 반드시 증폭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홍 대표가 당내 반발을 진압하는 데 있어 다소 힘들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류 최고위원의 반발을 어떤 식으로 제압할 것인가다. ‘주막집 주모의 푸념을 들어줄 시간이 없다’며 홍 대표는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주막집 주모는 계속해서 스피커를 통해 발언을 쏟아내고 있고 언론에서도 다뤄지고 있다. 당내 갈등이 계속 내비쳐지는 것이다. 류 최고위원의 반발은 단순히 그만의 반발이 아니라 교체 위기에 놓인 당협위원장들의 반발이다. 이는 결국 자유한국당의 갈등은 더욱 증폭되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홍 대표는 무죄 확정판결을 받으면서 당내 쇄신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그 가속화된 쇄신으로 인해 당내 반발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당내 쇄신도 중요하지만 당내 반발을 어떤 식으로 제압할 것인가도 문제다.

이와 더불어 단단한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어떤 식으로 격파시킬 것인가라는 숙제도 있다. 이 지지층을 격파시키지 못한다면 지지율은 오르지 않는다. 아무리 발버둥을 치고 보수층을 끌어모은다고 해도 집권여당의 지지층과 상대가 되지 않는다. 더욱이 자유한국당 지지층이 60대 이상 어르신들로, 이미 노쇠화 됐다. 물론 이들 지지층은 투표장에 반드시 간다. 하지만 젊은 층, 특히 4050대를 공략하지 못한다면 자유한국당의 미래는 없다. 문제는 4050대 유권자들이 지난 탄핵 정국과 대선을 거치면서 자유한국당을 완전히 떠났다는 점이다. 이를 다시 불러들이게 하기 위해서는 자유한국당, 특히 홍 대표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이는 단순히 문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난한다고 해서 얻는 반사이익이 아니다. 4050대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자유한국당의 근본적인 쇄신이 필요하다. 노쇠한 이미지의 정당을 보다 젊은 이미지로 바꿔야 한다.

더욱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도 예고돼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정당이 탄생하기 전에 자유한국당을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 홍 대표에게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이대로 가면 자유한국당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유권자들의 마음에 쏙 드는 쇄신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인물을 수혈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 대통령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시절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기 위해 1년이라는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분당 위기로 인해 지지율이 급락하고 친문 패권주의로 인해 시끄러웠지만 문 대통령은 1년 동안 차근차근 준비해서 새로운 인물을 영입했고, 분당 사태 이후 오히려 새로운 인물을 전면에 부각시키면서 현재의 민주당과 문 대통령을 만들었다. 홍 대표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인물의 영입이 가장 절실한 숙제다. 이번 무죄 확정 판결로 인해 자유한국당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홍 대표에게 남은 숙제가 과연 얼마나 제대로 이행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다. 이 숙제를 제대로 못 하면 내년 지방선거는 필패할 수밖에 없다. 홍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6곳의 승리를 장담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 중론을 깨부수기 위해 홍 대표가 내놓을 새로운 혁신안이 무엇이 될 것인지 정치권에서는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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