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뉴시스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과감히 대규모 임원 인사를 실시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임원인사에서 박 회장과 갈등 관계에 있었던 인물들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면서 보복 인사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또한 경찰수사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물갈이 인사를 단행하면서 박 회장이 지배력을 과시하기 위함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은 지난 26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DGB금융지주 노성석 부사장, 대구은행 임환오 부행장, 대구은행 성무용 부행장 등의 퇴진을 결정했다.

이들은 올해 초 박 회장과 함께 DGB금융지주 회장 최종후보 4인에 포함됐던 인물들로 박 회장과 비자금 조성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은 떠나고 유일하게 박 회장만 남게 됐다.

이번 임원인사를 통해 유일하게 박 회장만 지주와 대구은행의 등기임원으로 남으면서 DGB금융에 대한 박 회장의 입지가 더욱 굳어졌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박 회장과 반대편에 놓인 인사들에게 보복인사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이번에 자리에서 물러난 세 명은 대구은행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경찰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박 회장과 갈등을 빚었던 인물들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들이 대구은행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제보한 내부자로 지목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반면 박 회장과 함께 대구은행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임원들 중 일부는 이번인사에서 승진하면서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비자금 조성 의혹에 연루된 대구은행 김남태 상무는 DGB금융지주 부사장보로, DGB금융지주 김태종 전략기획부장은 대구은행 상무로, 대구은행 여민동 상무는 부행장보로 각각 승진했다.

또한 박 회장이 나온 대구상고 출신 인사들도 대거 승진했다.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 인사에서 상무급 이상으로 승진한 임원 18명 가운데 7명이 대구상고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DGB금융 내부 갈등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들 사이에서도 반발이 일고 있다. 지난 28일 대구경실련, 대구참여연대, 우리복지시민연합 3개 시민단체 회원 20여 명은 대구은행 제2본점 앞에서 박 회장의 직무정지와 해임, 구속 수사 등을 촉구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한편, DGB 측은 “보복 인사는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DGB금융지주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번 인사는 인사위원회에서 결정한 사안”이라며 “박 회장님이 단독으로 결정한 것도 아니고 보복 인사라는 말은 맞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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