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는 숨어 있어야 하는가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 2017년 12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 워크숍에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샤이 보수로 지방선거 승리 다짐
실제 여론조사에서 샤이 보수 존재 가능성은

샤이 보수 외치기 전에 당 혁신 먼저 해야
낡은 이미지 벗어내는 작업이 필요한 상황

자유한국당은 올해 지방선거에서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 확신의 배경은 ‘샤이 보수’의 존재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숨어있는 샤이 보수가 투표장으로 나오면 자유한국당이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둘 것이라는 게 당 지도부의 논리다. 그렇다면 샤이 보수는 숨어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 샤이 보수는 과연 지방선거 때 투표장으로 향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볼 수밖에 없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지난해 12월 28일 마지막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론조사 무응답층을 대상으로 한 성향 분석에서 보수우파 지지성향이 진보좌파 지지성향의 2배가 넘는다고 밝히며 샤이 보수의 존재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샤이 보수가 투표장으로 향하게 된다면 지방선거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자유한국당의 지방선거 전략은 샤이 보수를 투표장으로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유한국당은 신보수주의 기치를 내세우고 있다.

홍준표와 샤이 보수

먼저 홍 대표가 이야기한 대로 과연 샤이 보수가 존재하는 것일까에 의문이 든다. 지난해 12월 28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발표에 따르면 국민 3명 중 2명은 현재 여론조사에서 중도와 보수의 표심이 숨겨져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중도는 28.5%, 보수는 28%로, 진보(14.4%)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지지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중도 성향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는 응답이 32.3%로 가장 높았고, 보수 성향 18.6%, 진보 성향 17.1%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유한국당 지지층은 보수 성향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는 응답이 56.1%로 압도적이었고, 중도 성향이 15.3%, 진보 9.0% 순이었다. 국민의당 지지층에서는 중도 성향 45.2%, 보수 성향 24.1%, 진보 성향 11.4% 순으로 집계됐다. 바른정당 지지층은 보수 성향 37.7%, 중도 33.6%, 진보 8.8% 순이었고, 정의당 지지층은 중도 31.4%, 진보 25.2%, 보수 24.3%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를 볼 때 샤이 보수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여론조사의 맹점은 샤이 보수가 존재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즉, 샤이 보수가 막연하게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에 대한 답변이다. 때문에 이 여론조사를 놓고 샤이 보수가 존재한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실제로 이 여론조사에선 오는 지방선거에서 여야 1대1 구도가 벌어진다면 여권 단일 후보를 뽑겠다는 응답이 49%로, 야권 단일후보를 뽑겠다는 응답(24.3%)을 2배 웃돌았다. 이는 샤이 보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만약 샤이 보수가 존재한다면 여권 단일 후보보다 야권 단일후보가 더 많은 지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권 단일후보가 야권 단일후보에 비해 2배를 웃도는 지지를 받았다.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 1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분향하고 있다. ©뉴시스

실제 여론조사에서 샤이 보수는?

이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현재 여론조사에서 어느 성향의 표심이 가장 많이 숨겨져 있다고 보느냐’고 물은 결과 3명 중 2명가량이 중도(28.5%) 내지 보수(28%) 성향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진보성향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는 응답은 14.4%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없음은 10.0%, 모름/무응답 19.1%로 나타났다.

결국 샤이 보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지난 대선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당시 대선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샤이 보수가 존재하며 이들로 인해 대선에서 승리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샤이 보수는 존재하지 않았다. 샤이 보수가 없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문재인 정부는 싫어하지만 자유한국당에 대해서도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시절, 최순실씨 국정농단을 비롯해 탄핵 정국에 이르는 동안 새누리당을 지지했던 수많은 보수들이 숨었다. 이들은 샤이 보수, 즉 홍 대표가 말하는 자유한국당에 투표할 보수가 아니다. 그들은 문재인 정부도 싫지만 자유한국당에 대해서도 상당한 피로감을 느끼는 유권자들이다. 때문에 여론조사에서 야권 단일후보보다는 여권 단일후보에 찍겠다는 비율이 2배를 웃도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유한국당은 과연 미래가 있는가의 문제가 나온다. 지금의 자유한국당은 미래가 없는 게 현실이다. 이대로 지방선거를 치르게 된다면 자유한국당은 필패다. 자유한국당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현재 자유한국당의 모습을 완전히 벗어던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자유한국당은 ‘꼰대’, ‘막말’, ‘낡은’ 이미지가 강하다. 또한 영남에 갇혀있는 이미지고, 보수층도 투표하기 부끄러울 정도의 이미지다. 원래 보수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맞지 않는 이미지인 것이다. 더욱이 20~40대 젊은 유권자들은 자유한국당을 소 닭 보듯 싫어하는 게 현실이다. 자유한국당이 60대 이상 노인층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당으로 계속 유지된다면 자유한국당의 미래는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사에서 열린 사무처 시무식에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뉴시스

낡은 이미지 벗어라

가장 중요한 것은 키를 쥐고 있는 50대 유권자들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50대 유권자들은 새누리당을 찍고 새누리당에 열광했다. 하지만 지금은 자유한국당을 부끄러워하고 있다. 이는 올해 지방선거에서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자유한국당이 미래는 암울하다. 체질 개선을 확실하게 하지 않으면 올해 지방선거는 쉽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홍 대표가 얼마나 체질 개선을 할 수 있느냐다. 벌써부터 공천 갈등이 눈에 보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더욱이 홍 대표 자체가 갖고 있는 이미지도 문제다. 홍 대표가 지난 대선 정국부터 보여줬던 이미지는 막말 이미지다. 이 이미지를 벗어던지지 못한다면 홍 대표 체제로 치르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얼마나 승리를 거둘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점차 지방선거는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자유한국당은 체질 개선, 이미지 개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샤이 보수가 존재한다고 믿는 건 그저 믿음일 뿐이다. 실제로 샤이 보수가 존재하는지는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이 기댈 곳은 이들 샤이 보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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