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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광풍, 정치권 넘어 문재인 정부 통제하려
가상화폐가 투기인 이유, 통용 수단 절대 없는 재화

새로운 기술 발전과 인간 욕망 결합한 새로운 사회현상
정치권, 사회현상 쫓아가지 못하면 사회는 혼란으로

최근 암호화폐(가상화폐) 광풍과 관련해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가상화폐 거래소의 폐쇄를 검토한다는 발표를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이를 본 청와대는 화들짝 놀란 모습이다. 급기야 정부가 5대 원칙을 내놓으며 수습에 나서고 있다. 암호화폐는 일명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때문에 향후 하이테크 기술이 정치와 사회를 지배하는 시대가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문화지체 현상에 따른 우리 사회가 겪을 소용돌이는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암호화폐(가상화폐)에 대한 뜨거운 찬반 여론과 함께 투기의 광풍이 불어 닥치고 있다. 혹자는 이 광풍을 지난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버블에 빗대고 있다. 실체 없는 것을 쫓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가상화폐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가상화폐에 관심을 두는 세대를 살펴보면 쉽게 짐작이 간다. 가상화폐에 주로 관심 있는 사람들은 20대 청년들이다. 이들은 ‘삼포세대’를 넘어 ‘N포세대’로 불리고 있다. 청년 실업률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고 가처분소득 역시 줄어들고 있다. 이로 인해 희망의 사다리는 끊긴 지 오래다. 부동산 거품인 시대는 지났다. 주식을 통해 돈을 버는 시대도 아니다. 초저금리시대에 은행 적금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열심히 땀 흘려 버는 시대도 아니다. 이런 암울한 시대에 적은 비용을 투자해 상당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누구나 혹할만하다. 가상화폐 투기 광풍이 부는 이유는 이런 인간의 욕심에 기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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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광풍 속으로

누구나 많은 돈을 벌고 싶다는 욕망을 갖고 있다. 가상화폐는 이런 인간의 욕망에 철저하게 부합하는 재화다. 몇십배 혹은 몇백배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누구나 투자하고 싶어진다. 문제는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깨달아야 한다는 점이다. 투자로 이익을 얻는 사람이 있다면 손해를 보는 사람이 반드시 있다. 적은 비용으로 적은 수익을 얻게 된다면 투자라고 한다. 그만큼 손실도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은 비용으로 엄청난 수익을 얻는다면 그건 투기라고 부른다.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손실도 엄청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가상화폐는 투기다. 문제는 어느 누구도 가상화폐의 문제점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술자들은 가상화폐를 ‘4차 산업혁명의 총아’라며 찬양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가상화폐는 신기루일 뿐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화폐는 ‘거래의 수단’과 ‘통용의 수단’이 함께 돼야 한다. 거래의 수단이란 화폐 자체를 갖고 거래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원화로 달러화를 사고파는 것이 바로 그렇다. 그리고 화폐의 절대적 기능이 바로 통용의 수단이 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가상화폐는 통용의 수단이 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존 화폐에 적용시킨다면 충분히 통용의 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비트코인 등과 같은 가상화폐는 통용의 수단이 될 수 없다. 통용의 수단이 되려면 화폐 가치가 안정화돼야 하며 기존 화폐와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가 돼야 한다. 즉 기존 화폐가 갖고 있지 못하는 것을 보완하는 재화가 돼야 한다.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는 절대적으로 기존 화폐를 보완하는 화폐가 아니다. 하루에도 엄청난 급등락을 하는 재화는 화폐로서의 가치를 가질 수는 없다. 때문에 가상화폐는 이름만 가상화폐일 뿐, 사이버상에서 거래되는 거래의 수단에 불과하다. 우리가 금을 화폐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통용의 수단도 있지만 거래의 수단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가 과연 지금의 가상화폐를 화폐로 공식 인정해줄 것인가의 문제도 있다. 만약 비트코인을 화폐로 공인하게 된다면 유사 화폐들 역시 화폐로 인정해줘야 한다. 그렇게 되면 기존 화폐의 가치가 무너지게 되면서 시장질서가 교란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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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란

이런 이유 때문에 가상화폐의 문제점이 계속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현재 가상화폐는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즉, 인간의 욕망이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때로는 블록체인 기술이라는 이름으로 가상화폐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나 거래소를 폐쇄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정부는 화들짝 놀란 모습이다. 지난 15일 정부는 암호화폐 △실명제는 차질없이 추진하고 △과도한 투기와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하지만, △거래소 폐쇄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사안이 없다는 것과 △기반기술인 블록체인을 육성하고 △국무조정실이 컨트롤타워가 돼 대응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 특히 야당들은 가상화폐가 갖고 있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무지하다면서 비판을 가했다.

사실 가상화폐라는 것이 그동안 없었던 기술은 아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싸이월드 도토리’에 익숙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가상화폐라는 개념이 ‘싸이월드 도토리’로부터 기인하고 있다. 하지만 싸이월드 도토리는 통용의 수단으로 훌륭했다. 가치의 하락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싸이월드 도토리는 사회 전반으로 영향을 끼친 부분은 있지만 정치권을 공격하는 수단이 되진 않았다.

문화지체현상에 대해

아마도 가상화폐 논란은 이제 또다시 잠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새로운 기술은 언제든지 다시 나타날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기술은 인간의 욕망이란 것이 덧씌워지면서 새로운 문화 현상으로 발현된다. 그것을 과연 제도권이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것을 사회학적 용어로 문화지체현상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는 신기술이 더욱 빠른 속도로 발전하게 돼 있다. 이것을 제도권이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있다. 제도권이 제대로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게 되면 사회는 혼란에 휩싸인다. 문제는 우리 정치권, 특히 국회가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기술은 더욱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데 정치권이 이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게 되면 결국 우리 사회는 더욱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정치권이 대오각성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기술의 발전 속도와 제도권의 통제 속도에는 어느 정도 간격이 있기 마련이다. 그 간격을 좁히기 위해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기술과 인간의 욕망이 결합된 새로운 사회현상에 통제당하는 세상에 살 것이다. 문화지체현상에 대해 이제는 정치권이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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