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법 없다⑤] 계속된 지적에도 제자리걸음하는 조영제 부작용 사고

▲ ⓒ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1. 지난 2013년 12월, 기저세포암 진단을 받은 80대 A씨는 수술 전 컴퓨터단층촬영(CT) 촬영을 위해 조영제를 주입받은 후 열감, 오심 등 이상증상으로 응급실로 이송됐으나 호흡 및 심정지로 혼수상태에 빠진 후 사망했다.

#2. 2016년 1월 30대 B씨는 다리 부종으로 자기공명영상(MRI)검사를 받기 위해 조영제 주사를 맞은 후 두드러기와 함께 어지럼증이 나타났다.

이처럼 조영제 부작용으로 인한 사고는 건강보험 급여 확대, 개인 건강검진의 증가 등으로 조영제 사용이 늘어나면서 점차 증가하고 있다.

조영제는 CT, MRI 등 진단 촬영 시 음영을 강화해 조직과 혈관의 상태를 보다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전문의약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이 조영제의 안전성 정보 보고는 2014년 1만4572건에서 2016년 1만8240건으로 급증했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조영제 위해사례도 2014년 37건, 2015년 28건, 2016년 41건으로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조영제의 사용과 위해사례는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소비자의 안전을 위한 정부의 대책이나 가이드라인은 없어 소비자들은 부작용 위험에 노출된 실정이다.

치명적인 조영제 부작용

조영제의 위해사례로는 전신 두드러기·안면부종 등 중등증이 49건, 아나필락시스 쇼크(여러 장기에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급성 알레르기 반응)·심정지 등 심각한 중증이 25건으로 중등증 이상의 부작용이 69.8%를 차지했다.

중등증 사례 49건 중 9건은 조영제 주입 중 혈관 외 유출사고로 조직괴사 등이 유발될 수 있어 투여과정에 의료진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 사례 25건에서는 아나필락시스 쇼크를 동반한 실신이 18건, 사망이 7건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조영제에 대해 소비자들은 사전 알레르기 반응 검사나 관련 설명 등을 받지 않는 경우가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원이 2017년 4~5월간 2·3차 의료기관 15곳에서 당일 조영제를 투여받은 소비자 100명을 대상으로 현장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8명이 조영제 사전검사를 받아본 경험이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병원에서 조영제 투여와 관련한 설명이 없었다는 응답은 14명, 조영제 투여와 관련한 서면동의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소비자도 20명으로 나타났다. 이어 검진 당시 조영제 투여자가 의료인이 아닌 방사선사라고 답한 소비자도 50명에 달했다.

앞서 법원은 방사선사의 조영제 투입은 위법 의료행위라고 판단한 사례도 있다. 위법 논란 해소를 위해 보건복지부는 의사가 환자 각각에 대한 투여 용법과 용량을 처방한 상황에서 방사선사의 오토인젝터(조영제 자동주입기) 조작을 통한 조영제 투여는 가능하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조영제 투여 중에 심정지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고위험군 환자의 경우 시술 중 언제라도 응급처치가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소비자원의 설명이다.

▲ MRI ⓒ게티이미지뱅크

부작용 이력 있어도 확인 어려워

소비자원은 소비자가 조영제 부작용을 경험한 이력이 있어도 다른 병원을 방문했을 경우 해당 병원은 당시 투약한 조영제·응급처치 이력 등의 정보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투여기록 및 부작용 발생 이력 발급 등 조영제 관련 부작용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독일과 대만 등 해외에서는 개인별 건강보험 IC카드에 의약품 알레르기 및 검진정보 등이 저장되도록 해 부작용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일선 병원에 △복수의 조영제 구비 △소비자의 부작용 정보를 고려한 제품 선택 권고했고 관계부처에는 △사전 검사 등 안전사고 예방 방안 △조영제 투여에 대한 정부 가이드라인 △의료기관 간 환자의 부작용 정보 확인 방안 등을 마련토록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적에도 매뉴얼은 아직

이 같은 조영제의 부작용에 대한 지적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지난 2014년 국정감사에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인재근 의원은 지금과 똑같은 조영제 피해 사례를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인 의원은 “조영제 부작용은 사후 조치가 중요한 만큼 위급 상황 발생 시 바로 응급조치가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정부차원에서 매뉴얼 등 안전관리기준을 만들고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정부 차원의 매뉴얼 등 안전관리기준이 없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소비자원에서 준 내용과 관련해 살펴보고 있는 단계”라며 “소비자원에서 의견을 제시한 만큼 이걸 어떻게 정책적으로 구현하는 방법이 있을지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이어 “다만 개별 의료행위의 행태나 방법에 대해선 의료기관별로 상황에 따라 결정하는 것인 점은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조영제 부작용에 대한 지적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아직까지 정부의 대책이나 가이드라인은 마련되지 않아 소비자들은 고스란히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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