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40억 다스 소송비 대납
단순 뇌물 혐의 검토하는 檢

이명박 전 대통령 ⓒ뉴시스
이명박 전 대통령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산관리인인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의 구속영장에 이 전 대통령을 다스의 실제 주인으로 명시하면서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이 점차 임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다스 실소유주 논란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은 거듭 반발하고 있지만, 최측근들이 검찰 수사에 협조하면서 이 대통령은 점차 사면초가에 빠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2009년 삼성이 다스의 미국 소송 대금을 대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혐의 적용 여부에도 관심이 모인다.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2009년 당시 다스는 140억원에 달하는 BBK 투자금 반환 소송을 미국에서 진행하고 있었다. 이 소송 대금을 삼성이 대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17일 KBS 보도에 따르면 삼성그룹 이학수 전 부회장은 15일 서울중앙지검에 ‘MB정부 당시 청와대의 지시로 다스 미국 소송비용을 대납했다’는 내용의 자수서를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검찰 조사에서 삼성 이건희 회장의 승인이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부회장은 삼성이 다스 소송비를 대납하는 과정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등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 2009~2011년까지 수차례에 걸쳐 370만달러(약 40억원) 가량을 미국 법률회사 ‘에이킨검프(Akin Gump)’에 지급했다.

이 과정에서 김백준 당시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소송비 대납을 요청했고, 이를 이건희 회장에게 보고해 승인받았다는 내용도 이 전 부회장의 자수서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이 소송비 대납이 이뤄진 이후 실시된 이 회장의 단독 특별사면이 뇌물의 대가라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회장은 2009년 8월 배임과 조세포탈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에 벌금 1100억원을 선고받은 뒤 4개월 만인 2009년 12월 29일 단독으로 특별사면된 바 있다.

부인하는 MB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이 전 대통령 측은 즉각 강력 부인하고 나섰다.

이 전 대통령 비서실은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이 이 전 대통령 측 요청에 따라 다스의 미국 소송을 대리하는 에이킨검프에 소송비용 40억여원을 대납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 전 대통령은 다스의 미국 소송에 관여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이 사안을 이건희 회장 사면과 연결하는 것은 악의적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당시 이 회장은 2010년 2월 열릴 예정이었던 제122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IOC 위원 자격을 박탈당할 처지였다. 이에 체육계 원로, 여야 의원 등 각계 인사들이 이 회장의 사면을 강력하게 건의했고, 국민적 공감대도 있었다는 게 이 전 대통령 측의 설명이다.

왼쪽부터 삼성그룹 이학수 전 부회장,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뉴시스
왼쪽부터 삼성그룹 이학수 전 부회장,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뉴시스

최측근에 뒤집힌 반박

그러나 이 전 대통령 측의 이런 주장은 최측근의 입에서 다시 뒤집혔다.

20일 KBS 보도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의 집사’라고 불린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검찰에 “이 전 대통령의 지시로 삼성이 다스 소송비용을 대신 냈다”고 진술했다.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전 기획관은 삼성의 다스 소송비용 대납에서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이 전 대통령 측이 삼성이 대납한 다스의 소송 비용 가운데 남는 비용을 받기로 당시 에이킨검프 소속 변호사와 약정한 정황도 나타났다.

20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김 전 기획관과 이 전 부회장으로부터 이 전 대통령 측이 삼성이 대납한 다스 소송비용 40억원 중 10억원을 돌려받으려 한 정황을 포착했다.

김 전 기획관은 당시 에이킨검프 소속 김석한 변호사와 예상되는 소송비용보다 많은 금액을 삼성이 내도록 하고, 남는 금액을 이 전 대통령 측이 회수한다는 내용의 약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기획관은 검찰에 이 전 대통령이 소송비에서 남은 10억원을 회수해오라고 지시해 이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전 기획관과 김 변호사가 삼성이 과다한 소송비용을 대납하도록 공모했으며, 이 전 대통령이 이를 사전에 알고 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해진다.

검찰, 단순 뇌물 혐의 적용 검토

검찰은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 제3자 뇌물 혐의가 아닌 단순 뇌물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자 뇌물 혐의가 성립하려면 부정한 청탁이 입증돼야 한다. 반면 단순 뇌물 혐의는 돈을 주고받은 사이에 직무 연관성이 입증되면 된다.

현재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을 다스 실소유주로 사실상 결론 낸 상태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재산관리인인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의 구속영장에 이 전 대통령을 다스의 실제 주인으로 명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이번 소송비 대납에 대해 단순 뇌물 혐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이 전 대통령을 향한 검찰의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법조계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 시점이 평창동계올림픽이 종료된 이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함께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과정에서 연결고리였던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 김 전 기획관의 진술과 이학수 전 부회장의 자수서와 진술이 이어지면서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뇌물 혐의 의혹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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