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자림학교 법인인가 취소로 폐교
장애학생 부모들, 특수학교 신설 촉구
“당장에 특수학교 신설은 불투명”
“정부 특수학교 정책 기다려 봐야”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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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지난해 서울 강서구에서 특수학교 설립을 놓고 장애학생 부모들과 지역 주민들끼리 갈등을 빚어 논란이 됐다. 찬·반의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아 긴 갈등이 예상됐으나 서울시교육청의 적극적인 추진으로 오는 2019년 3월 개교가 결정됐다.

당시 장애학생을 둔 학부모들이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무릎까지 꿇는 상황이 벌어지며 한국에서 특수학교가 놓인 현실의 단적인 사례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그런데 최근 전북 전주시의 대표적인 특수학교로 알려진 ‘전주자림학교’가 폐교 수순을 밟게 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사학재단의 비리사건으로 법인설립허가가 취소됨에 따른 결정이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특수학교 설립은커녕 있는 기존에 있는 학교마저 없애면 장애학생들은 어디서 교육을 받아야 하느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3일 전북교원단체총연합회 등에 따르면 지적장애와 정서장애 학생들을 위한 전주시 덕진구 유일의 특수학교인 전주자림학교는 오는 28일 3학년 학생 3명의 졸업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

지난 2014년 자림복지재단에서 이른바 ‘전주판 도가니’로 불리는 원생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자립복지재단은 법인인가가 취소됐고 해당 재단 산하기관인 전주자림학교는 ‘복지재단 법인인가가 취소될 경우 그 산하 기관들은 모두 폐쇄돼야 한다’는 사회복지사업법 조항에 따라 폐교가 결정됐다.

이에 따라 80여명에 이르는 전주자림학교 학생들은 1시간 거리의 지역 내 다른 특수학교로 전학을 가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전주자림학교 대다수의 학생들이 전학을 간 전주은화학교도 이미 236명에 달하는 학생들로 교실이 모자란 상황이다. 특별활동실을 줄이고 교실을 늘리고 있지만 이 마저도 상황은 여의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교총과 전주자림학교 학부모 등은 비리 사학재단 산하 기관인 전주자림학교를 폐교하더라도 장애학생 교육권 보장을 위해 새로운 특수학교가 세워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전북교육청은 전주에 4곳의 특수학교가 있는데 결코 다른 지역보다 적지 않다며 문제를 외면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전북교총은 지난 1일 성명을 통해 “비리재단을 처벌해야 하는 것은 마땅하지만 장애학생에 대한 적절한 대책도 없이 폐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새로운 특수학교 설립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있던 학교마저 문 닫는다면 그 지역 장애학생들은 갈 곳을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의 특수학교를 대책도 없이 폐교해 장애학생과 학부모가 고통받고 있다”면서 “전주자림학교 정상화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공립 또는 도립 특수학교로의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북교육청은 전주자림학교 폐교를 안타까워하면서도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전북 교육청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학부모의 상당수도 폐교는 불가피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폐교를 진행했지만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전주자림학교가) 교육청 재산이 아니기 때문에 마음대로 새로운 특수학교 설립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면서 “그런 문제들이 해결된다면 특수학교 설립을 검토해볼 수 있겠지만 그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어떤 확답도 할 수 없다”고 특수학교 신설 요구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해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이용석 정책실장도 당장에 특수학교 신설은 무리가 있다면서도 향후 반드시 해결돼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본지에 “법인인가 취소에 따른 학교 폐교는 유감스럽지만 당연한 수순이다. 당장 다른 법인에 의해 특수학교가 설립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면서도 “다만 현재 지역별로 특수학교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정부에서 오는 2022년까지 22개의 특수학교를 신설·증설하고 특수학급을 1250개 늘리겠다고 발표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향후 특수학교 관련 정책을 어떻게 계획, 시행해 나갈지 좀 더 기다려 보는 것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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