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인간’ 김동식 작가 “독자들이 남기는 댓글이 좋아 글쓰기 시작했죠”
‘회색인간’ 김동식 작가 “독자들이 남기는 댓글이 좋아 글쓰기 시작했죠”
  • 김태규 기자
  • 승인 2018.03.02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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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고시로 고졸 학력 취득한 노동자
‘오늘의 유머’에 올린 글 엮어 소설집 펴내

‘사회적 문제의식 담은 글’ 등 호평 이어져
“‘작가’ 호칭 부담…재미있는 글 쓰고 싶어”
회색 인간,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13일의 김남우 등 3권의 소설집을 펴낸 김동식 작가 ⓒ투데이신문
<회색 인간>,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13일의 김남우> 등 3권의 소설집을 펴낸 김동식 작가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흔히 ‘작가’라고 하면 석·박사 학위를 가진 고학력자, 혹은 정치인이나 사회운동가 등 저명한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최근 한 고졸 검정고시 출신 공장 노동자가 소설집을 펴내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그를 두고 ‘천재’라거나 ‘기발한 상상력을 가졌다’며 극찬하는 사람들도 있다.

10년간 주물공장에서 일하다 최근 3권의 소설집을 발표한 김동식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중학교를 중퇴한 후 글쓰기를 따로 배운 적이 없다는 그는 2016년 5월부터 현재까지 1년 반여 만에 346편의 글을 썼다. 이 글들 중 66편을 선정해 1권 <회색 인간>에 24편, 2권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와 3권 <13일의 김남우>에 각각 21편의 글을 담아 책으로 펴냈다.

<투데이신문>은 최근 출판계를 뒤흔들고 있는 김동식 작가를 지난 13일 만나 글을 쓰게 된 계기와 그가 생각하는 글쓰기에 대해 들어봤다.

김동식 작가가 펴낸 3권의 소설집 ⓒ요다출판사
김동식 작가가 펴낸 3권의 소설집 ⓒ요다출판사

지루한 노동 속 '잡생각' 글로 표현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복날은간다’라는 필명으로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 글을 올리다 책까지 내게 된 김동식이다.

Q. 필명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인가.
영화 ‘봄날은 간다’를 패러디 한 것이다. 특별한 뜻은 없고, 유머 글을 보다가 생각 없이 지었다.

Q. 중학교 중퇴 후 일을 시작한 것으로 안다.
경기도 성남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중학교 1학년 때 중퇴하고 잠깐씩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러다 18살에 바닥 타일 기술을 배우려고 대구로 올라갔는데, 당시 일이 별로 없어 타일 기술은 배우지 못했다. 그래서 PC방 알바를 하며 지내다가 스무살인 2006년 서울로 올라와 성수동의 주물공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 때부터 쭉 한 공장에서 10년 넘게 일을 했다. 일한 지 3년차쯤 됐을 때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에 응시해 합격했다. 2016년 12월 10년간 몸담았던 공장 일을 그만 뒀다.

Q. 공장에서 일할 때는 일과가 어떻게 됐는지.
단순 반복 작업이다. 아침 9시 출근부터 6시 퇴근 때까지 하루 종일 앉아서 기계만 돌리는 일이었다. 업무 중 어디를 오갈 일도 없고 누구를 만날 일도 없다. 바로 앞에 벽이 있고 동료들 간 자리도 멀어서 사실상 혼자 일한다고 보면 된다.

Q. 공장에서 일하던 2016년 5월경부터 글을 썼다. 업무시간이 길었는데 글 쓸 시간이 있었는지.
공장에서 하던 일은 단순 반복 작업이었기에 이런저런 잡생각을 많이 하며 이야기를 구상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쓸 내용을 생각해 둔다. 그리고 퇴근하면 씻자마자 자리에 앉아 밤 12~1시까지 글을 쓰고 난 후에 잠들었다. 그 때 썼던 글들이 공장 그만 두고 나서 쓴 글 보다 더 재미있는 것 같다. 공장 그만두고 나서는 좀….(웃음)

Q. 퇴근 후 글을 쓰는 게 많이 피곤하지 않았나.
업무가 힘든 것은 아니었다. 공장에서 스트레스 주는 사람도 없었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좋았다. 다만 단순 반복 업무라 정신적으로 지칠 뿐이지 육체적으로는 힘들지 않았다.

Q. 공장을 그만 두고 나서는 글 쓰는 것 외에 다른 활동을 하는지.
거의 집에 있고 게시판에 꾸준히 글을 올리며 지낸다. 책 제안이 오기 전까지는 계속 쉬기만 했다. 처음 일을 그만둘 때는 10년간 일을 했으니 여행도 다니고 좀 쉬려고 했는데 막상 일을 그만두고 나니 그게 잘 안 되더라. 책 내고 출판사 분들과 함께 다녀온 여행이 전부다.

Q. 출간 이후 독자들의 반응은.
일단 글을 올리던 오늘의 유머에 출간 소식을 알렸을 때 굉장히 응원해주시고 구매인증도 하는 등 많이 도와주셨다. 또 서평을 보면 좋게 말씀해주시는 분들도 많고, 가끔은 ‘취향이 별로다’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다. 출간을 하고 나니 서평을 계속 검색하게 되더라.(웃음)

Q. 책을 내면서 기대했던 반응이 있다면.
처음 글을 썼던 이유가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독자들이 글을 읽고 남겨주는 댓글 때문이었다. 책이 나오면 댓글보다 더 긴 서평이 나올 것 아닌가.(웃음) 그래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서평이 기대보다는 많이 안 나왔더라.

Q. 그래도 ‘화제가 된 책’으로 많이 소개가 됐는데.
사실 그렇게 화제가 될 줄은 몰랐다. 1권 <회색 인간>은 현재 5쇄를 찍었다. 설날 지나고 6쇄를 찍을 계획이다. 운이 좋았다. 잘 모르긴 하지만, 인터넷 서점에서는 짧은 기간에 폭발적으로 많이 팔리면 순위가 확 오른다고 하더라. 아마 공포게시판에서 댓글 남겨주시는 분들이 구매인증을 해 준 덕이 있지 않을까 싶다. 나머지 2권과 3권은 1권에 비해 잘 팔리지 않아 3쇄까지만 찍었다.

회색 인간,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13일의 김남우 등 3권의 소설집을 펴낸 김동식 작가 ⓒ투데이신문
<회색 인간>,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13일의 김남우> 등 3권의 소설집을 펴낸 김동식 작가 ⓒ투데이신문

포털사이트에 ‘글 쓰는 방법’ 검색해 시작

Q. 처음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오늘의 유머’에 무서운 글을 올리는 ‘공포게시판’이 있다. 공포소설이 자주 올라오는 곳이다. 이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창작 글을 올린다. 자기 전에 이 게시판에서 글을 보던 습관이 있었는데 어느 날 ‘나도 한 번 써볼까’하는 생각이 들어 글을 쓰게 됐다.

Q. 공포게시판에 처음 올렸던 글을 기억하는지. 소개 부탁드린다.
내가 글을 짧게 쓰는 편인데 첫 글은 굉장히 길게 썼다. 지금과는 스타일도 많이 달랐다. 짧게 내용을 설명하자면, 인터넷으로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사람이 있다. 가게를 티 나지 않게 광고해 준다거나 사람의 평판을 좋게 만드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다. 이 사람이 이미 죽은 한 여성의 평판을 나쁘게 만들어달라는 제안을 받고 이를 수락한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여성은 아직 죽지 않았고, 작업이 완료되면 죽는다는 반전이 있는 글이었다. 그 때는 글 쓰는 법도 잘 모르던 때였다. 그렇게 재미있지 않았고 글도 엉성했다. 하지만 다행히 몇 분이 좋다고 댓글을 남겨주셔서 계속 글을 쓰게 됐다.

Q. 첫 글을 올린 뒤 글 쓰는 방법을 배운 것인지.
첫 글 쓸 때는 포털사이트에서 ‘글 잘 쓰는 법’을 검색해 ‘간결해야 한다’, ‘쉬워야 한다’는 등 정보를 보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첫 글은 사실 엉망진창이었다. 그래도 댓글 등 반응이 있어서 계속 쓰게 됐다.
계속 글을 쓰다 보니 독자들이 맞춤법이나 개연성, 문장구성 등을 댓글로 알려줬다. 또 어떤 분은 ‘결말을 다른 식으로 써보면 괜찮겠다’고 제안하기도 해 댓글을 통해 많이 배웠다. 여태까지 346편의 글을 썼는데, 댓글을 통해 글이 꾸준히 발전한 것 같다.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이 내 선생님이다.

Q. 2016년 5월부터 1년 반여 만에 346편 이상의 글이면 생산량이 어마어마한데.
내 글은 길지 않다. 짧으니 금방 쓸 수 있었다. 또 공장을 그만둬 시간이 많이 남아서 가능한 일이었다. 서울에 올라오면서 부산에 있는 친구들과는 연락이 다 끊기기도 하고, 서울에서는 따로 친구를 만난 적이 없다. 공장과 집만 오가며 생활해 주말에도 사람을 만나러 나갈 일이 없었다. 시간이 많아서 쓴 거지 대단한 건 아니다.

Q. 상상력이나 전개 방식이 굉장히 흥미롭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같다는 느낌도 들었는데.
댓글에 많이 달린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을 본 적은 없다. 그와 비교를 많이 해주셔서 그의 팬들이 나를 욕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웃음)

Q. 좋아하는 작가 혹은 재미있게 읽은 글이 있다면.
특별히 좋아하는 작가는 없다. 책을 가까이 한 적이 없어 평생 읽은 책이 10권도 되지 않고, 그마저도 어떤 책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공포게시판에 레딧(Reddit)이나 2ch(2채널. 현재는 5ch로 이름을 바꿔 운영 중)등 외국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창작 글을 번역해 올려주는 분들이 있어 이 글들을 많이 봤다. 또 최근 독자들이 댓글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를 많이 추천해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읽고 나서 ‘진짜 작가는 다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웃음) 그 전까지는 책 보는 재미를 몰랐다. 다만 최근에 읽었기에 영향을 받았다고 하긴 어려울 것 같다.

Q. 출판을 하게 된 계기는.
글을 많이 올리다 보니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이 꾸준히 책 내기를 원하더라. 사실 전자책(E-book)을 내자던지, 개인출판으로 내자는 등 출판사에서 연락이 많이 오긴 했다. 그때는 ‘내가 무슨 책인가’ 싶어 다 거절했다. 그런데 글이 계속 쌓이다 보니 욕심이 좀 생기더라. 그래서 공포게시판에서 글을 꾸준히 봐주시는 분들을 위해 소장용으로라도 내보는 게 어떨까 싶어 시도했다가 실패한 적도 있다. 그러던 중 지난해 9월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대리 사회>를 쓰신 김민섭 작가님이 출판전문지 <기획회의>의 한 꼭지인 ‘김민섭이 만난 젊은 저술가들’ 인터뷰를 요청하셨다. 그 때는 그냥 인터뷰인 줄 알고 갔는데, 인터뷰 말미에 ‘혹시 책을 낼 생각이 있다면 도와주겠다’고 하시더라. 나는 출판시장을 잘 몰랐는데 굉장히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셨다. 그래서 책을 출간하게 됐다.

회색 인간,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13일의 김남우 등 3권의 소설집을 펴낸 김동식 작가 ⓒ투데이신문
<회색 인간>,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13일의 김남우> 등 3권의 소설집을 펴낸 김동식 작가 ⓒ투데이신문

1년 반여 만에 쓴 글 346편

Q. 현재까지 총 346편의 글을 썼는데 책에는 66편의 글만 실었다. 어떤 기준으로 글을 선별했는지.
커뮤니티에 올린 글은 320편 정도다. 나머지 20여 편 중 책에 실린 글이 7편이고, 이번에 모 플랫폼에 연재를 하게 돼 아직 공개하지 않은 글이 10여 편 있다.
책에 실릴 글은 내가 아니라 김민섭 작가님이 선별하셨다. 책에는 한 가지 흐름이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1권 <회색 인간>에는 ‘디스토피아(현대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들이 극대화돼 나타나는 암울한 미래상)’를 표현한 작품들을 모았고, 2권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에는 요괴나 악마같이 판타지 요소가 있는 작품을 모았다. 그래서인지 2권은 좀 단조로운 것 같다. 3권 <13일의 김남우>에는 내가 가장 많이 쓴 장르인 인간을 다룬 스릴러나 반전 위주의 공포 글을 모았다. 공포게시판에서 활동해 그런지 개인적으로는 3권이 가장 재미있다.

Q. <회색 인간>에 실린 ‘손가락이 여섯 개인 신인류’ 등을 보면 인권이나 혐오 등에 대한 통찰도 있는 것 같다.
‘손가락이 여섯 개인 신인류’의 결말은 허무맹랑하고 뜬금없긴 하다. 사실 이 글이 책에 포함될 줄은 몰랐다. 이야기에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책에 들어갔더라. 그래서 ‘사람의 취향은 다 다르구나’하고 생각했다.
인권이나 혐오에 대한 통찰이라기보다는…공포게시판에 글을 올리다보니 무서운 글을 올려야 하지 않나. 나는 귀신이나 괴물 같은 것을 무섭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이 가장 무섭다고 생각한다. 차별이나 혐오, 경쟁 같은 것들이 더 무섭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소재로 사용해야겠다 싶어서 이야기를 발전시켰다.

Q. 인간 내면에 대한 탐구나 사색이 많았던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재미있다. ‘내가 재미있는 글은 독자들도 재미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다. 또 독자들은 그냥 끝나는 이야기보다 여운이 남는 글을 좋아하더라. 여운이 남으면 독자들이 댓글을 달아준다. 나는 누가 댓글을 달아주는 것이 좋다. 조금이라도 댓글 남길만한 여지를 주기 위해 고민하다보니 사람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관찰하게 됐다.

Q. ‘공 박사의 좀비 바이러스’나 ‘신의 소원’처럼 인간의 욕망을 다룬 작품들도 많다.
단편적인 부분만 보고 사람을 평가하는 여론을 이야기 한 것이다. 특히 우르르 몰려들어 욕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면 사실이 아닌 경우가 인터넷에 많다. 그런데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졌을 때 사과를 하는 사람은 없다. 이를 보고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글로 담고 싶어 쓴 글이다.

Q. ‘소녀와 소년,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가?’에서는 핵전쟁으로 폐허가 된 세상에서 생존하기 위해 인류 최후의 지성들이 모여 만든 생존지인 ‘벽 너머의 세상’에 들어가려는 소녀와 소년의 이야기가 나온다. 여기서 자신의 초코바를 굶주린 소년에게 나눠 준 소녀가 초코바 껍질을 바닥에 버렸다는 이유로 구원받지 못한 장면은 ‘도덕성’에 대한 조롱처럼 보이기도 했다.

주로 인터넷 기사를 보고 답답한 느낌을 받았을 때 이런 글을 쓴다. 당시에 본질이 아닌 것을 꼬투리 잡아 논쟁이 벌어진 기사를 보고 이 글을 쓴 것으로 기억한다. 기사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데, 법적으로 처리하면 당시 판결이 맞겠지만, ‘이게 옳은가?’ 싶은 기사였다. 이런 부분을 지적하고 싶었다. 도덕성에 대한 조롱이 반전으로 나타난다.

예상치 못한 반전…“뻔한 결말 피하려 노력”

Q. 예상치 못한 반전이나 상황의 반복, 등장인물들의 말을 비틀어 반복하는 방식의 전개도 많다.
글을 쓰면서 가장 주의했던 부분이다. 공포게시판에는 많은 분들이 창작 글을 올리는데, 종종 ‘이 글 어디서 본 것 같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이런 댓글이 달리지 않게 하자고 다짐했다.

Q. 예상 가능한 결말을 제외해가며 글을 쓰는 것인지.
글을 쓸 때 첫 순간에 결말이 뻔히 떠오르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떠오르는 결말은 내 생각이 아닌, 어디서 봤던 글의 내용일 수 있다. 뻔한 진행을 따라가 뻔한 결말로 맺는 것이다. 바로 떠오르는 결말은 피한다.

Q. 글의 모티프는 어디서 얻는지.
나는 ‘오늘의 유머’에만 글을 쓰는데, 유머 커뮤니티지만 유머가 아닌 글이 인기글로 올라올 때가 있다. 대부분 그런 경우는 약간 안타까운 사연이나 경악스러운 사건에 대해 사람들이 함께 슬퍼하거나 분노하는,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은 기사다. 주로 이렇게 뉴스 기사나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에서 모티프를 얻는다. 특히 이혼 경험을 털어놓는 분들은 감정의 밑바닥까지 다 보여준다. 그런 글을 보면 공감이 가고 캐릭터에 대한 생각도 떠오른다.

Q. 가장 애착이 가는 글 혹은 책에 담지 못해 아쉬운 글이 있다면.
‘가장’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회색 인간>에 실린 ‘무인도의 부자 노인’을 굉장히 좋아한다. 또 책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쓰면서 많이 울었던 ‘자살하러 가는 길’이라는 글이 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한 이야기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것 같았다. 글을 올리면서도 ‘독자들이 내 의도를 알아줄까’ 싶었는데 많은 분들이 알아채고 ‘글을 읽고 눈물을 흘렸다’는 댓글을 달아주셨다. 이 글에 대한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 있다. 책에 담지 못해 아쉬운 글이 많은데 아마 4, 5권에 담지 않을까 싶다.

회색 인간,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13일의 김남우 등 3권의 소설집을 펴낸 김동식 작가 ⓒ투데이신문
<회색 인간>,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13일의 김남우> 등 3권의 소설집을 펴낸 김동식 작가 ⓒ투데이신문

꾸준히 쓰다 보니 어느새 책까지

Q. 여전히 공포게시판에 글이 남아 있는지.
책을 처음 출판했을 때 절반 정도를 삭제했다. 2월 8일까지는 3일에 한 편씩 꾸준히 글을 써서 올렸다. 그런데 최근 모 플랫폼과 정식 계약을 맺고 14일부터 연재를 시작하게 됐다. 기존에 썼던 글 중 책에 포함된 글을 제외한 나머지를 월~금에 1편씩 올리고, 주말에는 새로운 이야기를 쓰는 조건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동안 게시판에 업로드 한 글을 댓글까지 모두 pdf파일로 저장한 뒤 삭제했다. 다만 무료 공개되는 10여 편의 글은 아직 남겨뒀다. 이제 공포게시판에 글을 올리지 못하게 돼 많이 아쉽다.

Q. 이제 직업적으로 ‘작가’의 길에 들어섰는데.
책을 내기 전까지 내가 작가가 된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 책이 나올 줄 누가 알았겠나. 작가라는 호칭은 부담스럽다. 내가 쓴 글은 누구나 쓸 수 있는 정도다. 인터넷에 댓글 달던 것을 길게 늘인 것뿐이다. 작가는 소위 ‘있어 보이는’ 호칭 아닌가. 깊은 사유가 있는 것 같고, 내면에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분들이 작가인 것 같다.

Q.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출판을 하게 되면서 ‘내가 뭐라고 책까지 냈을까’ 생각한 적이 있는데, 결국 꾸준히 쓰는 게 가장 도움이 됐던 것 같다. 못해도 3일에 한 편씩은 무조건 썼다. 부족하더라도 꾸준히 쓰면 누군가는 알아주더라. 그게 힘이 돼 더 꾸준히 쓸 수 있었고 책까지 나오게 됐다. 또 요즘은 인터넷에 자신의 글을 꾸준히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많으니까 꾸준히 글을 써서 피드백을 받는 것도 굉장히 큰 도움이 된다.

Q. 앞으로 쓰고 싶은 글이 있다면.
항상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다. 깊이 있는 글은 내가 잘 쓸 수 있는 글이 아니다. 가끔 유명한 책과 비교해 호평을 하거나 ‘사회적 문제의식을 담았다’는 등 내가 생각지 못했던 의미를 부여한 서평이 있는데, 사실 내가 쓴 346편의 글 중에 그런 글은 많지 않다. 과대평가 된 것 같아 민망할 때가 있다. 내 글은 자기 전에, 출퇴근길에 가볍게 읽을 만한 글이다. 그렇게 잠깐씩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글을 쓰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