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와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동교섭단체 구성관련 원내대표 회동에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와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동교섭단체 구성관련 원내대표 회동에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평화-정의, 공동교섭단체 출범 초읽기
이해관계 맞은 양당…정체성 문제는?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하기로 결정하고 4월 임시국회 전까지 관련 협상을 마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2009년 이후 10여년 만에 공동교섭단체가 등장하게 됐다.

앞서 2008년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은 ‘선진과 창조의 모임’이라는 이름의 공동교섭단체 구성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듬해 자유선진당 심대평 의원이 탈당하면서 교섭단체 구성요건인 20석을 채우지 못해 해산됐다.

평화당과 정의당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나 공동교섭단체 구성 협상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 회동에서 양당은 △이달 말까지 원내 공동교섭단체 구성 협의 완료 △가능한 이번 주 중 협의안 도출 △공동교섭단체의 목표와 방향도 합의 이르는 부분은 협약에 포함 △단체명, 대표선임 등 운영체제에 대해선 협의 완료 후 확정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관련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평화당 이용주, 정의당 윤소하 원내수석부대표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반도 평화실현 △개헌·선거제도 개혁 △특권 없는 국회·합의 민주주의 실현 △노동 존중 사회와 좋은 일자리 만들기 △식량 주권실현과 농·축·수산업의 미래 생명·환경 사업 육성 △골목상권과 중소상공인 육성·보호 △검찰·국정원 등 권력기관 개혁 등을 공동 교섭단체 합의문에 담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다음주 중으로 공동교섭단체명과 원내대표 등에 대한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양당의 공동교섭단체 구성을 위한 협의는 계속해서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평화당 이용주(왼쪽), 정의당 윤소하 원내수석부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동교섭단체 구성 협의 진행사항 중간 경과보고’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평화당 이용주(왼쪽), 정의당 윤소하 원내수석부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동교섭단체 구성 협의 진행사항 중간 경과보고’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공동교섭단체 위해 손잡은 평화당-정의당

양당의 공동교섭단체 구성에 대한 목적은 간단하다. 원내 비교섭단체인 2당이 힘을 합쳐 원내교섭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정의당은 그간 원내교섭에 목말라 있었다. 진보정당으로 원내에서 자리매김하고 있으나 6석의 의석수로 인한 한계, 즉 비교섭단체의 설움을 잘 알고 있다.

평화당도 원내교섭에 미칠 영향력이 아쉬운 상황이다. 평화당 소속 의원 대부분은 과거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의당 등 계속해서 원내교섭단체로서 입지를 구축하고 있었다. 국민의당 분당사태에서도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인원을 모을 수 있는가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통합 찬성파와 여론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평화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14석이었다. 이로 인한 원내 협상력을 잃은 것은 평화당에게는 뼈아팠다.

또한 양당은 다당제 안착을 위한 선거제도 개편 등에 대해서도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이는 개헌 협상과도 맞물린다. 양당은 다당제 구축을 위해 연동형 비례제 등 비례성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이와 관련해 두 당은 먼저 기초·광역 의원 3~4인 선거구제 축소에 반발하는 공동전선을 구축하며 힘을 모으고 있다.

공동교섭단체를 둘러싼 당내 반발

하지만 이 같은 두 당의 이해관계에도 불구하고 공동교섭단체 구성 반대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특히 정의당은 이번 공동교섭단체 구성과 관련해 강한 당내 반발에 휩싸이기도 했다. 양당의 정체성이 극명하게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정의당 여성주의자 모임 ‘저스트 페미니스트’는 13일 논평을 내고 “지난날 평화당 김경진 의원이 국가 인권위법에서 성적지향을 삭제하자는 개정안을 추진한 것과 박지원 의원이 본인의 SNS에서 동성혼 반대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한 것 등을 생각하면,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했을 때 그들이 내는 소수자 혐오의 목소리도 같이 커지진 않을지 크게 우려된다”며 “실익이 있다면 자유한국당과도 손잡을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도부는 당원의 의견을 듣는 어떤 구체적 절차도 없이 논의를 진행하며 그동안 정의당을 지지해준 소수자들을 고려했는지 의심스럽다”며 “당 강령의 ‘누구나 존중받는 차별 없는 사회’가 허울뿐인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민평당 의원들의 모자란 인권 의식에 대한 비판을 먼저 선행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을 이어갔다.

이 같은 당내 반발에 정의당 지도부는 당 대의기구인 전국위원회를 열고 공동교섭단체 추진에 대한 승인을 얻기로 했다. 17일 열린 정의당 전국위는 공동교섭단체 추진을 승인했다.

하지만 이날 전국위에서도 당의 정체성이나 지방선거에서의 혼란 등을 이유로 공동교섭단체 구성에 대한 반대 의견도 나왔다. 일부 당원들은 ‘당원에게 설명하지도 묻지도 않은 민평당과 공동교섭단체 절대 반대’ 등의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공동교섭단체 구성에 대해 반발하기도 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의원단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민주평화당의 공동교섭단체 구성 제안을 논의하기 위해 의원총회를 갖고 있다. ⓒ뉴시스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의원단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민주평화당의 공동교섭단체 구성 제안을 논의하기 위해 의원총회를 갖고 있다. ⓒ뉴시스

공동교섭단체에 대한 우려

현재 양당의 공동교섭단체 구성을 둘러싼 협상 과정에서 양측은 입장차를 드러내고 있다. 공동교섭단체의 명칭, 원내대표와 상임위원장 배분 등을 둘러싸고 서다.

먼저 공동교섭단체의 명칭에 대해서는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과 ‘정의와 평화의 의원 모임’ 중이 후보로 올랐다. 양당은 각자 어느 당의 이름을 앞에 둘지를 두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대표직을 두고서는 각각 장병완·노회찬 원내대표 공동 체제로 합의했으나, 여야 원내대표 회동 등에 참석하는 실질적 초대 원내대표를 누구로 할 것인지, 또 임기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공동교섭단체가 얻게 될 상임위원장 배분에 대해서도 아직 추가적인 협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양당의 공동교섭단체가 구성되더라도 후반기 국회 운영에 영향을 미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의제와 전략그룹 ‘더 모아’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은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과거에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의 ‘선진과 창조의 모임’ 때도 사례가 있었다”며 “공동교섭단체가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의견이 다를 때 논쟁적일 수 있다. 특히 지지자 구성이 상당히 달라 지지자들의 반발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후반기 국회 운영에서의 역할에 대해서도 “교섭단체가 되면 상임위원장 1석정도가 나올 텐데 숫자로 치면 평화당이 하는 게 맞겠지만, 그 경우 정의당은 어떤 실익이 있을 것이냐가 문제”라며 “예를 들어 상임위에서 평화당 1명, 정의당 1명일 때 의견이 다를 경우도 쉽지 않다. 정체성보다는 개별적인 정책에 대한 의견 차이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처럼 평화당과 정의당이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해 기존 3당과 함께 원내 협상에 나설 준비를 하면서 20대 국회 하반기 운영에 어떤 변수가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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