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연탄가스’ 속에 서로에 대해 ‘부글부글
26일 확대원내대책회의 열었지만 중진 반응 냉담
홍준표 vs 중진, 당권 싸움에서 감정싸움으로 번져
갈등 증폭되면서 2016년 공천 당시 재연될 수도
장기화되면 자유한국당 지방선거에서 망할 수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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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중진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바퀴벌레’, ‘연탄가스’ 등의 발언이 쏟아지면서 홍 대표와 중진의 갈등 골은 상당히 깊어졌다. 26일 그 갈등의 골을 메우기 위해 확대원내대책회의를 열었지만 이날 회의에서는 아무런 성과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자유한국당의 현주소를 읽을 수 있었다. 이 갈등의 골이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야말로 자유한국당은 시끄러운 모습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중진의 갈등은 예견된 갈등이었다. 홍 대표가 최고위원회의를 거의 열지 않고 있으며, 지방선거 공천권을 틀어쥐고 있다. 여기에 홍 대표가 막말 파문까지 이어지면서 당의 지지율은 답보상태에 놓여있다. 외부로는 친문 지지층은 결집하고 있으며 바른미래당이 창당했고,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공동교섭단체 구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에서는 대여 투쟁의 방법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홍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가 보다 강경한 모습으로 대여 투쟁을 하고 있지만 그 약효가 제대로 발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보수 지지층 결집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안보를 내세우고, 개헌 문제에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보수 지지층은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홍준표 vs 중진 대결

이런 가운데 중진들이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 개최를 요구했다. 하지만 홍 대표는 이를 보기 좋게 거절했다. 그러면서 공식 회의는 김성태 원내대표에게 맡기고 자신은 외부 일정만 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의결을 요하는 사안에 대해서만 최고위원회의를 열었을 뿐이지 나머지 회의는 원내대책회의 등으로 김 원내대표가 주재했다. 때문에 기자들에게 매일 날아오는 ‘내일 일정’ 문자메시지에 홍 대표는 ‘통상업무’가 많았다. 그만큼 홍 대표가 공식 회의를 제대로 열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홍준표 사당화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였던 것은 지방선거 공천이었다. 전략공천을 하겠다고 밝히면서 홍준표 사당화 논란은 거세지기 시작했다. 공천권을 틀어쥐고 놓지 않겠다는 의도라면서 중진들이 반발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면 지방선거는 필패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홍 대표는 눈 닫고 귀도 닫아버렸다. 중진들의 요구는 보기 좋게 걷어찼다. 그러면서 감정섞인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홍 대표는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방선거 끝나고 다음 총선 때 당을 위해 헌신하도록 중진들을 서울 강북 험지로 차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자 중진들이 반발하기 시작했고, 홍 대표를 향해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라고 압박했다. 이는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됐지만 이 전 처장이 불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인재 영입에 난항을 겪자 중진이 홍 대표를 향해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라고 압박한 것이다. 그러자 홍 대표는 곧바로 “한 줌도 안되는 그들이 당을 이 지경까지 만들고도 반성하지 않고 틈만 있으면 연탄가스처럼 비집고 올라와 당을 흔드는 것을 이제 용납하지 않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중진을 향해 ‘바퀴벌레’, ‘연탄가스’ 운운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중진들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홍 대표의 독주 체제에 대해 강력 성토했다. 이들은 ▲당 운영을 당헌·당규에 맞춰 민주적으로 하고 ▲오랫동안 답보 상태인 지지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대책을 제시하며 ▲당 결속을 위해 언행을 진중하게 하고 ▲모든 것을 걸고 인재 영입에 전력투구해야 한다는 4개 요구사항을 채택했다. 그리고 홍 대표에게 답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

중진의 분노

지난 25일 저녁 기자들에게 ‘확대원내대책회의’를 한다는 다음날 일정 문자메시지가 도착했을 때 홍 대표가 중진들과의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제스처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쏟아졌다. 하지만 26일 오전에 열린 확대원내대책회의는 그 예상을 보기 좋게 빗나가게 했다. 이날 참석한 인원은 4선 이상 중진 20명 중 김무성·강길부·김재경·조경태 의원 등 4명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아예 참석도 하지 않았다. 그동안 홍 대표가 공식회의 석상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을 살펴볼 때 이날 회의는 확실히 이례적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중진의 미참석도 이례적이다. 중진들이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는 ‘확대원내대책회의’를 열 것이 아니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재개하라는 것이다. 즉, 확대원내대책회의는 ‘일회성’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는 정기적으로 열어야 하는 회의다. 다시 말하면 중진들은 일회성 회의에 참석해서 홍 대표 성토만 하다가 끝나는 것은 아예 참석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는 중진들이 자신들도 당 운영에 역할을 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회성 회의에 들러리로 참석해서 사진만 찍는 그런 회의에 대해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결국 홍 대표와 중진과의 갈등에 대해 어떤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다. 중진과의 갈등을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홍 대표와 중진의 갈등은 장기전으로 갈 수밖에 없다. 오는 29일 중진들은 간담회를 가지기로 했다. 이 간담회에서 구체적인 향후 일정이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그 이전에라도 홍 대표가 어떤 식으로든 중진의 요구에 대해 반응을 보인다면 아마도 상황은 또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홍 대표의 의지는 확고하다. 더 이상 중진에게 역할을 맡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중진 역시 홍 대표가 지방선거에서 역할을 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당 안팎에서는 홍 대표 불가론이 불거지고 있다. 홍 대표가 워낙 막말 파문 등으로 인해 이미지가 나빠진 상태이다. 이런 홍 대표가 선거유세를 다니기 시작하면 오히려 후보들에게는 마이너스 요소가 되기 때문에 홍 대표의 선거유세를 거부하는 사태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중진은 홍 대표를 지방선거에서 뒷전으로 물러나게 하고 새로운 인물에게 선거 지휘권을 넘겨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자유한국당의 미래

문제는 홍 대표와 중진의 갈등이 확산될 것인가 여부다. 이에 대해 홍 대표나 중진 모두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자칫하면 지난 2016년 총선 당시 김무성 대표와 친박의 공천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갈등이 재연되면 결국 양쪽 모두 망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홍 대표와 중진 모두 갈등을 오래 끌거나 확산시킬 생각은 없다. 하지만 현실은 쉬운 것은 아니다. 홍 대표가 계속 혼자 독주 체제로 당을 이끌 경우 결국 중진은 폭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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