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직장인 신춘문예 당선자 인터뷰] 한영희 작가 “시, 글로 마음 나누는 것”
[투데이신문 직장인 신춘문예 당선자 인터뷰] 한영희 작가 “시, 글로 마음 나누는 것”
  • 김태규 기자
  • 승인 2018.03.30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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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회사 재직하며 시 공부…‘응시’로 신춘문예 당선
시 쓰며 진정한 자아 발견 ‘속 털어놓을 수 있는 창구’
당선작 수상에 책임감 “세상에 풀 한 포기 심는 글 쓸 것”
한영희 작가 ⓒ투데이신문
한영희 작가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시상이 떠오르면 그때그때 핸드폰으로 메모를 해두거나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둬요. 핸드폰에 저장된 메모와 사진이 수백개는 될 거예요.”

올해로 시를 공부한 지 6년째를 맞는 한영희 작가는 시에 푹 빠져 지내고 있다. 건설회사에 재직하던 중 시를 쓰기 시작한 한 작가는 시를 쓰면서 비로소 진정한 자아를 찾았다고 말한다.

한 작가는 ‘2018 투데이신문 직장인 신춘문예’ 시 부문에 ‘응시’ 외 3편을 출품해 당선됐다. 심사위원은 한 작가의 네 작품 모두 ‘시적 견고함을 지녔다’고 비평했다. 특히 당선작 ‘응시’는 현실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고 끝까지 객관성을 유지해 바라보려는 태도가 전달됐다는 평을 받았다.

<투데이신문>은 한 작가가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자주 찾는다는 광주 풍암저수지에서 그를 만나 시를 쓰게 된 과정과 그가 생각하는 시에 대해 들어봤다.

Q. 당선작 수상을 축하드린다. 소감이 어떤가.

처음에 전화를 받았을 때는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오기는 하는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나서는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부터는 시를 어떻게 써야 하나. 시에 대한 책임감 부담감이 커졌다.

Q. 당선되기까지 과정이 궁금하다.

2013년 1월부터 시 공부를 시작했다. 그 전부터 혼자 낙서처럼 써보곤 했지만 누구에게 보여주거나 합평을 해보지는 않았다. 우연한 계기로 인터넷 비공개 카페에서 시인 한 분과 시를 쓰고자 하는 몇 분이 모여서 문장연습, 필사, 시 창작 이론, 시 읽기·쓰기 등 3년 동안 시에 매달렸다. 최근 2년 동안은 풍물을 배우느라 띄엄띄엄 꼭 쓰고 싶은 시가 있을 때만 쓰다가 지난해 후반부터는 신춘문예를 목표로 열심히 쓰고 퇴고했다.

Q. 어떤 계기로 글을 쓰게 됐는지 궁금하다.

중학교 시절까지 산골 동네에서 살았다. 그때까지는 교과서 외에 책 구경을 못하고 살았다. 도시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학교 공부보다는 책을 더 열심히 읽었다. 소설, 수필, 시 구분 없이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읽거나 구입해 읽었다. 그리고 글의 매력에 빠졌고 막연하게나마 나도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후로는 이런저런 일들로 미뤄뒀던 시를 아들 수능시험이 끝나고 나서야 시작 할 수 있었다. 좀 늦은 편이다.

한영희 작가 ⓒ투데이신문
한영희 작가 ⓒ투데이신문

Q. 시상(詩想)은 어디서 얻는지.

주변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그때그때 메모하거나, 사진을 찍어 두었다가 시로 쓴다. 가족에 대한 시도 꽤 많이 쓴다. 제 주변의 모든 사람들도 모티브가 된다. 종종 회사 근처의 풍암저수지를 걸으며 시상을 얻기도 하고 생각을 정리한다.

Q. 본인의 시 ‘응시’, ‘왼손잡이’, ‘떨림’, ‘개똥수박’에 대해 소개 바란다.

이번 신춘문예에 응모한 네 편 모두 관찰이다. ‘응시’는 5·18민주묘지를 다녀와서 기록한 작품이다. ‘왼손잡이’는 담쟁이, 돌멩이 등을 의인화 한 시고, ‘떨림’은 전봇대 사이에 거미집을 짓고 잠자리를 사냥하는 모습을 기록한 것이다. ‘개똥수박’은 음식물 쓰레기장 옆에 수박이 열린 것을 보고 기록한 작품이다.

한영희 작가는 거미줄에 걸린 잠자리를 보고 시 '떨림'을 썼다 사진제공 = 한영희 작가
한영희 작가는 거미줄에 걸린 잠자리를 보고 시 '떨림'을 썼다 <사진제공 = 한영희 작가>

Q. 이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물론 당선작인 ‘응시’다. 응시는 2014년도에 초고를 쓴 후 수십번 퇴고를 거듭한 작품이다. 가장 공들인 만큼 애정이 크다.

Q. 작품을 쓰면서 에피소드 같은 것은 없나.

모든 사물에 이름을 붙이는 버릇이 생겼다. 예를 들면 집에서 키우는 식물이 40여개 정도 되는데 하나하나 이름을 지어줬다. 또 인형들에 이름을 붙여 불러주고 대화를 한다. 밥을 챙겨주는 길고양이들에게도 이름을 지어주고 말을 건다. 그리고 그것들을 가져다 시로 쓴다. 그 모습을 지켜본 가족들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든다.

Q. 스스로 평가하기에 응시작이 아닌 작품 중 좋은 작품이 있다면.

함께 응모한 작품 중에는 왼손잡이가 있고 미발표작 중에 몇 편이 더 있다.

Q. 특별히 좋아하는 작가, 또는 창작에 도움을 준 작가가 있나.

‘서울로 가는 전봉준’, ‘스며드는 것’ 등 안도현 시인의 시를 좋아한다. 또 이름을 밝힐 순 없지만 스승으로 생각하는 시인이 두 분 있다.

지난 9일 열린 '2018년 제3회 투데이신문 직장인 신춘문예 시상식'에서 한영희 작가가 당선작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투데이신문
지난 9일 열린 '2018년 제3회 투데이신문 직장인 신춘문예 시상식'에서 한영희 작가가 당선작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투데이신문

Q. 글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나.

세상이 갈수록 삭막해지고 건조해진다. 그곳에 따뜻한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를 심어주고 싶었다.

Q. 가장 좋아하는 책과 그 이유는.

백석 시집을 좋아한다. 그의 시 중 특히 ‘국수’를 좋아한다. 그의 시를 읽으면 마치 할머니가 옛날 얘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따뜻하고 정겹다. 어렸을 적 시골마당에 큰 솥단지를 걸어놓고 엄마가 멸치국수를 삶아 주시던 생각이 난다.

Q. 글 쓰는 일이 자신에게 가장 큰 힘이 된 순간은 언제인가.

가정주부, 엄마, 딸, 직장인으로 책임감과 바쁜 일상 속에서 ‘이렇게 늙어 죽어야 하는구나’하는 생각에 우울감이 몰려왔다. 시를 쓸 때만이 오롯이 내가 될 수 있었고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정신과 육체가 힘들수록 시를 붙잡고 있었고 숨통이 트였다. 마치 속을 다 털어놓을 수 있는 친한 친구 같은 존재다.

Q. 한 작가가 생각하는 시란 무엇인가.

나는 시를 잘 모른다. 다만 글로써 마음을 나누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Q. 앞으로는 어떤 글을 쓰고 싶나.

좀 막막하지만 지금까지 써왔던 것처럼 주변의 소리를 듣고 보고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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