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특검, 남북정상회담 앞에 ‘촛불’
야3당, 드루킹 특검 도입 합의…생각은 제각각
민주당, 나흘 후면 남북정상회담 이슈 속으로
정권안정론 vs. 정권심판론, 남북정상회담 결과는
종전 협정 국회 비준 놓고도 여야 신경전 예상돼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정세균 국회의장과의 회동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앞에서 부터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동철, 평화와정의 노회찬 원내대표 ⓒ뉴시스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정세균 국회의장과의 회동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앞에서 부터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동철, 평화와정의 노회찬 원내대표 ⓒ뉴시스

야3당 대표와 원내대표는 23일 회동을 갖고 드루킹 사건에 대한 특검 도입을 합의했다. 문제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이 나흘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시간을 끌게 되면 남북정상회담 이슈에 묻혀 정권심판론의 불씨가 사그라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핵심은 드루킹 사건으로 인해 ‘정권심판론’의 불씨가 살아나느냐 죽느냐다. 이는 곧 지방선거 승패와도 연결되는 대목이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야3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23일 전격적으로 국회에서 회동을 가졌다. 그만큼 야3당으로서는 시간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대표와 원내대표는 이날 드루킹 사건에 대한 특검을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이들 정당의 의석수를 모두 합하면 160석이다. 따라서 특검법은 국회 본회의에서 충분히 통과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야3당이 이번 회동에서 특검 도입을 합의한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문제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날 합의는 특검을 도입하기로 합의한 것뿐이지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지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드루킹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이 세 정당 모두 다르다는 것도 문제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인터넷 여론조작이라는 점을 강조해 ‘정권심판론’의 불씨를 활활 타오르게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바른미래당은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인터넷 여론조작을 통해 피해를 입었다는 피해자 모드로 가고 있다. 민주평화당은 호남을 텃밭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와 연결고리를 맺는 것에 대해 다소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특검 도입 대한 여야의 시선 차

이처럼 드루킹 사건을 바라보는 야3당의 시선은 모두 다르다. 이런 이유로 특검을 도입하기로 합의했지만 특검법에 담을 내용은 서로 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합의가 쉽지 않아 보인다. 특검 도입에 대한 야3당의 목적은 똑같다. 지방선거에서 정권심판론의 바람이 불어 최소한 민주당의 압승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정권심판론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특검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검은 최장 110일 정도 수사를 할 수 있다. 지방선거가 60일도 남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특검이 도입되고 수사가 진행되는 도중에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그렇다면 야당으로서는 이를 통해 충분히 정치적 공세를 펼칠 수 있다.

반면 특검을 도입하지 않고 검경 수사로 끝난다면 지방선거 이전에 수사 결과가 발표된다. 그렇게 되면 정권심판론 바람이 다소 약화될 수도 있다. 야당들로서는 최대한 의혹의 불씨를 활활 타오르게 해서 정권심판론의 바람을 일으키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검경 수사의 결론이 어떤 식으로 나온다고 해도 정권심판론 바람과는 연결되기 힘들다. 때문에 야권으로서는 특검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거꾸로 민주당은 특검 도입을 검경 수사 이후로 미루고자 하고 있다. 검경 수사를 통해 최대한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는 것이 지방선거에서 정권심판론 바람을 다소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당 입장에서는 특검을 도입하더라도 지금 당장은 아니라 검경 수사가 끝난 시점이 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은 특검 도입 시간을 가급적 늦추고 싶어 하고 있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회동을 갖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박주선 공동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 민주평화당의 조배숙 대표와 장병완 원내대표 등 야3당 지도부가 ‘드루킹 사건’ 특검 도입 등에 합의했다. ⓒ뉴시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회동을 갖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박주선 공동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 민주평화당의 조배숙 대표와 장병완 원내대표 등 야3당 지도부가 ‘드루킹 사건’ 특검 도입 등에 합의했다. ⓒ뉴시스

시간 촉박한 野

하지만 야당들은 시간이 촉박하다. 남북정상회담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지게 되면 그 이후에는 북미정상회담 등이 차례로 예고돼 있다. 다시 말해 앞으로 남북정상회담 관련 이슈가 정국을 강타하게 된다는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에서 종전 협정을 뛰어넘는 새로운 이슈가 등장하게 될 경우, 이에 대한 논의로 정국은 더욱 혼란스럽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종전 협정도 조약이기 때문에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 야당들은 특검과 종전 협정 비준을 빅딜하려고 할 수도 있다. 이를 민주당이 역으로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정국은 더욱 혼란에 빠지게 된다. 남북 간에 합의된 종전 협정 등에 대해 야당들이 특검을 매개로 해 비준을 거부하게 된다면 야당들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남북정상회담 이슈로 가급적 드루킹 사건이 파묻히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야당들의 입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오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게 되면 합의된 조약에 대한 비준 때문에 5월 임시국회가 소집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될 경우 5월 임시국회는 남북정상회담 이슈에 묻히게 된다. 더욱이 6월 1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남북정상회담 조약 비준을 위한 원포인트 국회를 열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6월 지방선거에서 남북정상회담은 핵심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의 후속 조치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문재인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정권안정론이 강타할 수 있다. 드루킹 사건으로 인해 겨우 정권심판론 불씨를 만들었던 야당들로서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형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야당들로서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與, 시간 끌어라

민주당은 시간이 자신들의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어떤 내용이 발표될지 모르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한반도 평화 안정을 위한 내용이 발표된다면 정국 이슈는 남북정상회담 블랙홀에 모두 빨려 들어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바탕으로 정권안정론이 지방선거 이슈로 급부상하게 될 것이다. 이런 이유로 민주당은 가급적 시간을 길게 잡으려고 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여야 모두 시간 싸움에 들어가게 된 형국이다. 나흘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현 정국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된다. 이 나흘이 정국을 움직이는 시간이 되는 셈이다. 야3당은 나흘 안에 특검 도입을 완전히 해결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민주당은 이 나흘 이후 시간은 자신들의 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이 나흘간 여야의 대치 국면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야3당은 23일 남북정상회담 성공을 위해 정쟁을 중단하기로 했지만 특검 도입을 놓고 정쟁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계속 정국은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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