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방문 권유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초청해주시면 언제라도 가겠다”고 답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전 정상회담 종료 이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양 정상의 첫 만남부터 정상회담 전 환담까지의 대화 내용을 밝혔다.
윤 수석에 따르면 이후 전통의장대와 같이 행렬을 하면서 문 대통령은 “외국 사람들도 우리 전통 의장대를 좋아한다. 그런데 오늘 보여드린 전통 의장대는 약식이라 아쉽다. 청와대에 오시면 훨씬 좋은 장면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아, 그런가요. 대통령께서 초청해 주시면 언제라도 청와대에 가겠다”라고 화답했다.
앞서 양 정상의 첫 만남에서 나온 문 대통령의 깜짝 방북 사연도 공개됐다. 문 대통령은 군사분계선을 지나 남측 지역으로 넘어온 김 위원장에게 “남측으로 오시는 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그러면 지금 넘어가 볼까요”라면서 문 대통령의 손을 이끌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 지역 땅을 밟았다.
이어진 환담에서 김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우리 때문에 NSC에 참석하시느라 새벽잠을 많이 설쳤다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됐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께서 우리 특사단이 갔을 때 선제적으로 말씀을 해 주셔서 앞으로 발 뻗고 자겠다”고 답하자 김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새벽잠을 설치지 않도록 내가 확인하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오면서 보니 실향민들과 탈북자, 연평도 주민 등 언제 북한군의 폭격이 날아오지 않을까 불안해하던 분들도 오늘 우리 만남에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을 봤다”며 “이 기회를 소중히 해서 남북 사이의 상처가 치유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분단선이 높지도 않은데 많은 사람들이 밟고 지나다 보면 없어지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오는데 도로변에 많은 주민들이 환송을 해줬다. 그만큼 오늘 우리 만남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오늘 판문점을 시작으로 평양과 서울, 제주도, 백두산으로 만남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백두산과 관련해 환담을 나누면서 “나는 북측을 통해 꼭 백두산에 가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김 위원장은 “솔직히 걱정스러운 것이 우리 교통이 불비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 평창올림픽에 갔다 온 분들이 말하는데 평창 고속열차가 다 좋다고 하더라”면서 “남측의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으로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 우리도 준비해 대통령이 오시면 편히 모실 수 있게 하겠다”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북측과 철도가 연결되면 남북이 모두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것이 6.15, 10.4 합의서에 담겨 있는데 10년 세월 동안 그리 실천을 하지 못했다”며 “남북 관계가 완전히 달라져 그 맥이 끊어진 것이 한스럽다. 김 위원장께서 큰 용단으로 10년 동안 끊어졌던 혈맥을 오늘 다시 이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기대가 큰 만큼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큰 합의를 해놓고 10년 이상 실천을 못 했다”며 “짧게 걸어오면서 정말 11년이나 걸렸나라고 생각했다. 그럼 우리가 11년간 못한 것을 100여 일 만에 줄기차게 달려왔다. 굳은 의지로 함께 손잡고 가면 지금보다야 못해질 수 있겠나”라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잘할 것이다. 과거에는 정권 중간이나 말에 늦게 합의가 이뤄져 정권이 바뀌면 실천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제 임기 내에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달려온 속도를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김여정 부부장의 부서에서 ‘만리마 속도전’이라는 말을 만들었는데 남과 북의 통일의 속도로 삼자”고 전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과거를 돌아봤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고 말했고, 김 위원장은 “이제 자주 만나자. 이제 마음 단단히 굳게 먹고 다시 원점으로 오는 일이 없어야겠다. 기대에 부응해 좋은 세상을 만들어보자. 앞으로 우리도 잘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양 정상은 오전 10시 15분~11시 55분여까지 약 100분간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양 정상은 별도의 장소에서 각자 오찬과 휴식을 취한 뒤 공동기념식수 행사와 친교 산책을 한 이후 오후 정상회담을 다시 실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