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대 혈액백 녹십자MS 낙찰
품질 평가 기준 자의적 적용 논란
참가자격 기준 등 특혜의혹 반복
적십자 “품질평가 기준 문제없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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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녹십자와 대한적십자사의 밀월관계가 재조명되고 있다. 사실상 혈액백 납품을 독점하다시피 해온 녹십자가 올해도 혈액백 입찰을 따내는 과정에서 또 다시 ‘밀어주기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발단은 대한적십자사의 올해 100억원대 규모의 혈액백 사업 입찰건이다. 이번 구매 입찰에는 녹십자와 올해 처음 한국 시장 진출 의사를 밝힌 독일계 다국적 기업인 프레지니우스 카비(이하 카비)가 경쟁을 벌였다. 해당 입찰건에 지난 4월 10일 최종 낙찰자로 녹십자MS(이하 녹십자)가 선정됐다. 최종 낙찰 규모는 95억 4872만원에 달했다.

반면 카비는 품질평가에서 포도당 함량미달로 탈락했다. 이 결과에 카비는 반발했다. 이미 130여 개 국에서 자사가 제조한 혈액백을 사용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식약처에 의해 허가된 제품이라 함량미달이라는 결과가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논란의 포도당 검출 기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적십자사가 통상적 기준을 제시했던 입찰공고와 다르게 자의적 기준을 적용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8일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성명을 통해 “적십자사는 입찰에 참가한 업체의 혈액백 평가를 입찰공고와는 다르게 자의적 기준을 적용했다”며 “국내 학계나 해외 대부분의 혈액백 사용국은 포도당과 분리된 과당 전체량을 합산하는데 유독 적십자사는 과당을 불순물로 보고 제외시킴으로써 전체 포도당 함량이 미달된다는 이유를 들어 탈락시켰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혈액백은 미국 약전(USP)에 따라 제조되고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품질 평가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다. USP에 따라 제조된 혈액백(CPDA-1)은 특정 범위(30.33~33.50g/ℓ)내에서 함량을 유지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적십자사가 포도당 함량시험을 USP시험법에 따라 하기로 사전에 공지해 놓고 HPLC(고속액체트로마토그래프)시험법으로 품질평가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적십자사에 따르면 USP법은 모든 단당류를 포함하는 환원당을 검출하는 방법이고 HPLC는 포도당 등을 포함한 각각의 단당류를 구별하는 측정 방법이다. HPLC도 USP법과 마찬가지로 세계적으로 공인된 포도당 함량 시험법이다.

측정 방법은 다르지만 두 시험법의 결과값이 달라질 수 없다는 게 학계 공통적 의견이다. 문제는 적십자사가 일반적인 포도당과 과당을 포함한 환원당이 아닌 과당을 제외한 포도당의 결과값만을 반영한 것이다. 그결과 녹십자는 적합판정을, 키바는 ‘부적합’ 판정을 받고 탈락하게 됐다.

하지만 포도당만의 결과값이 기준치에 부합됐다면 과당 등을 포함한 환원당을 기준으로하는 USP법에 따르면 기준치를 넘어설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결국 통상적인 USP법을 적용했다면 정반대의 입찰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녹십자가 이번 입찰을 따내기 위해 혈액백의 최초 포도당 함량을 USP기준보다 초과 투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입찰에 참여했다가 탈락한 회사의 혈액백은USP 약전에 의해 엄격히 31.9g을 넣고 제조해 이미 130여 개 국에서 사용하고 있을 뿐더러 국내에서도 식약처에 의해 허가된 제품이라 함량미달이라는 결과가 나올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라며 “그 결과로 30년 동안 혈액백을 거의 독점 공급하다시피 적십자사와 밀월 관계를 유지해 온 녹십자MS가 낙찰자로 선정됐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적십자는 품질평가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적십자사는 본지에 보내온 해명자료를 통해 “탈락업체는 ‘포도당 함량시험은 USP 시험법에 따라 하기로 공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HPLC 시험법으로 품질평가를 한 것은 잘못된 것이다’라는 취지로 민원을 제기했지만 표준업무지침에 따라 품질평가를 한다고 공지했을 뿐 USP검사법에 따라 품질평가를 한다고 공지한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HPLC 검사법은 USP에 의해 적법한 검사법으로 인정받는 검사법이라는 점에서 우리 사의 품질평가는 잘못된 점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적십자사는 과당을 제외한 포도당값만을 적용하는게 도리어 USP기준에 부합하다는 입장이다. 적십자사는 “USP에서는 혈액보존액의 포도당 검출값을 포도당(Dextrose)으로 명확히 제시하고 있고, 원료로 사용하는 포도당에 대해서도 포도당 이외의 과당(fructose) 성분 등은 불순물로 판정하므로, 혈액보존액 내의 포도당 검출값은 기타의 성분을 배제한 순수 포도당 성분만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함께 논란이 되고 있는 녹십자 또한 “입찰 기준에 따라 제품을 제조했을 뿐 문제될 것 없다”고 답했다.

적십자-녹십자, 끈끈한 인연

혈액백 입찰을 둘러싼 공정성 시비는 비단 이번 뿐만은 아니었다. 특히 혈액백 납품을 녹십자가 사실상 도맡아 오면서 ‘밀어주기 의혹’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동안에는 입찰참가 자격을 두고 특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지난 2011년 입찰 공고에서 입찰잠가자격 조건으로 ‘의료기기의 제조, 수입 또는 판매가 가능한 업체’로 규정됐었다. 하지만 2013년 4월 공고된 입찰공고에는 ‘당해 입찰 참가업체의 국내 직접 제조가 가능한 자’로 바뀌면서 해외에 생산시설을 뒀거나, 해외에서 혈액백을 수입하는 업체는 입찰 참가가 원천적으로 배제됐다.

전시비축물자로 분류되고 있는 혈액백 공급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에 지난 2016년 6월에는 ‘의료기기 제조(수입)업 허가를 보유한 자’로 조건이 다시 변경됐다. 녹십자로서는 경쟁 범위가 학대된 것이다.

하지만 적십자사가 ‘혈액저장용기의 보조혈액저장용기에 한해 가소제가 비(非)프탈레이트계로 명시된 품목 허가증 포함’이라는 조항을 넣었다. 국내 제한은 푼 대신 혈액백 소재 조항을 추가한 것이다. 유해성이 적은 물질로 혈액백을 만들더라도 프탈레이트계를 사용했다면 자격이 안된다.

적십자사에서 고시한 혈액백 규격서가 녹십자의 규격서에 제시한 채혈 바늘길이는 물론 채혈바늘 지름, 채혈관의 규격이 동일하다. 특히 재질의 경우 혈액백의 보조혈액저장용기에 한해 비프탈레이트계 가소제 사용 등으로 제한한 점까지 동일한 것으로 드러나 특혜 의혹이 촉발됐다.

공교롭게도 올해도 녹십자가 혈액백 입찰에 성공했고 입찰 참가 자격이 대신 품질 검사 평가 기준을 두고 또 다시 ‘밀어주기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적십자사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사용 제한 입찰기준과 관련해 복지부 혈액안전소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했고 혈액 안전성을 고려할 때 타당한 규격이라는 심의결과를 얻었다”며 “특정업체 특혜논란과 전혀 관련 없는 혈액의 안전과 관련된 입찰 규격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번 혈액백의 포도당함량시험 또한 입찰공고한 내용대로 시험 및 적부판정 절차가 진행됐다”며 재차 의혹을 부인했다. 녹십자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입장 없다”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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