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갈등 ‘최악’·계파 모임 ‘꿈틀’…여당발 정계개편은
민주당, 지방선거 압승에도 여러 갈등 요소 남아있어
홍영표-김영주 갈등, 노동부 장관 교체설까지 나돌아
친문 의원 부엉이-초선 토론회 등 계파 모임 꿈틀꿈틀
개혁입법연대가 여당발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홍영표 원내대표 ⓒ뉴시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홍영표 원내대표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8.25 전당대회를 앞두고 내우외환에 빠졌다. 6.13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민주당이지만, 당정 갈등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으며, 계파 모임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또한 여당발 정계개편이라고 불리는 ‘개혁입법연대’가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추미애 당 대표가 있다고는 하지만,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는 것에 매몰되면서 당 내부가 컨트롤 되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6.13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이후 더욱 조심스러운 언행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8.25 전당대회로 접어들면서 당은 점차 시끄러워지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때를 조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당정 갈등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고, 계파 모임은 꿈틀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개혁입법연대’라는 카드가 외부에서 제시되면서 과연 여당발 정계개편이 현실화되느냐를 놓고도 첨예한 대립을 낳고 있다.

홍영표 vs. 김영주 갈등은

집권여당의 역할은 현 정부의 성공을 위해 든든한 오른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벌어진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의 갈등은 당정 관계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25일 홍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김영주 장관을 향해 “청와대가 아무리 말을 해도 장관이 말을 안 듣는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는 청와대가 김 장관에게 최저임금 문제를 설명하라고 했는데, 김 장관이 말을 듣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에 홍 원내대표가 비판을 가한 것이다. 이를 두고 집권여당과 김 장관이 갈등을 빚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곧 갈등은 또다시 표출됐다. 홍 원내대표가 지난달 28일 대한상공회의소와의 간담회 등에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해 김 장관은 다음날 브리핑을 열고 “6개월을 하면 노동시간 단축의 의미가 없다고 본다”며 홍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반박한 것이다. 이를 두고 민주당 일각에서는 김 장관의 경질을 요구하는 성토까지 나오고 있다. 이처럼 민주당과 김 장관의 갈등이 증폭되는 이유는 최근 나빠진 경제지표에 대한 책임론 때문이다.

최근 경제지표 악화와 관련해 최저임금 대폭인상이 주요 원인이라는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는 것에 대해 민주당은 노동부가 나서서 설득시키지 못한 것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것이 갈등의 발단이 됐고, 점차 갈등이 표출되면서 급기야 김 장관 경질론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무리 답답한 일이 있었다고 해도 공개적인 자리에서 집권여당이 정부부처 장관을 비판했다는 점은 섣부른 언행이었다는 비판도 있다. 서운한 감정 등이 있었다면 서로 만나서 풀어야 하는데 각각 언론을 통해 풀려고 하다 보니 오히려 갈등은 더욱 증폭되는 모양새가 됐다는 것이다. 이런 갈등은 결국 문재인 정부에게 상당한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홍 원내대표와 김 장관 모두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6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이낙연 총리,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홍영표 원내대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뉴시스
지난 6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이낙연 총리,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홍영표 원내대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뉴시스

시동 걸린 계파 모임

민주당의 또 다른 문제는 계파 모임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이 분당되고, 더불어민주당이 탄생되는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로서 자리매김하고, 대선 주자로 나서 당선되면서 계파색이 상당히 옅어졌다는 평가가 당 안팎에서 나왔다. 때문에 친문, 비문도 계파색을 띄우는 것에 대해 상당히 경계하고 있고, 지난 6.13 지방선거 때에도 가급적 계파색을 띠지 않게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하지만 8.25 전당대회를 앞두고 점차 계파색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오는 5일 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토론회를 갖기로 했고, 친문 성향 의원들은 ‘부엉이’라는 모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물론 자신들은 계파색을 띠지 않고 있는 당을 위한 모임이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결국 친문 지지층을 기반으로 비문 세력을 배제하기 위한 모임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처음에는 친분 혹은 당을 위한 모임이지만 결국 모임이 장기화·정례화되면 계파색을 띠면서 상대 계파에 대한 배척으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전대를 앞두고 이런 모임을 갖는다는 점에서 결국 전대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처럼 위험해지고 망해갈 수 있다”면서 우려감을 표시했다. 소위 친박-비박의 갈등은 처음에는 친이와 친박이라는 조그마한 모임에서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10년의 세월을 지나면서 양측은 엄청난 갈등을 양산하기 시작했고, 결국 오늘날 자유한국당을 완전히 망하게 만드는 요소가 됐다. 이런 이유로 민주당 내부에서 계파 모임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은 앞으로 계파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이제 영남에서도 민주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될 것이라는 확신이 생기면서 차기 총선 공천권을 누가 틀어쥐느냐를 놓고 신경전을 벌일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계파 갈등으로 이어지게 된다.

여당발 정계개편의 향방은

여당발 정계개편 역시 민주당에게는 고민거리 중 하나다. 민주평화당 천정배 의원이 제안한 개혁입법연대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130석, 평화당 16석, 정의당 4석, 민중당 1석, 무소속 3석, 바른미래당 비례대표 3석 등을 더하면 157석으로 국회 과반을 넘기게 된다. 따라서 개혁입법연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천 의원의 구상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결국 여당발 정계개편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이 문제에 대해 상당히 신경 쓰는 모습이다. 바른미래당은 개혁입법연대에 대한 당내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국민의당 출신은 찬성하는 반면, 바른정당 출신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자유한국당은 ‘개헌입법연대’라는 카드를 꺼내 들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은 개혁입법연대가 일단은 입법 문제를 갖고 범진보 진영이 하나로 뭉치는 것이지만, 결국 여당발 정계개편을 통해 거대공룡 여당을 탄생시키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개혁입법연대를 놓고 상당한 고민에 빠졌다. 입법 문제를 놓고 연대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를 빌미로 통합정당으로 나아가자는 논의가 나오게 되면 민주당으로서도 골치 아플 수 있기 때문이다. 비문 세력은 통합정당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친문의 생각은 다르다. 특히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분당 사태를 겪었기 때문에 평화당이나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을 쉽게 받아들일 수는 없는 문제다. 실제로 민주당은 입당 요청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 무소속 강길부·손금주·이용호 의원에 대해 아직까지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이들을 받아들였을 경우, 강성 친문 지지층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새로운 지도부의 판단에 맡길 가능성이 높다. 이와 마찬가지로 개혁입법연대가 여당발 정계개편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도부가 누가 앉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됐다. 때문에 여당발 정계개편의 색깔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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