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복학생의 역사
[칼럼] 복학생의 역사
  • 이종우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8.2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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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우 칼럼니스트▸철학박사▸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필자의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다른 온라인 쇼핑몰은 몰라도 온라인서점에서 새 책을 소개해주는 메일은 수신을 허가하는 편이다. 며칠 전 이메일을 확인하다가 한 온라인서점에서 새 책을 소개해주는 메일을 열었는데, 『복학생의 사회학』이라는 책이 보였다.

책 제목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복학생이 호구인가?’라는 것이었다. 나에게 복학생은 보통 “군대에서 제대하고 학교에 돌아온 선배”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사회적으로 낙인찍힌 복학생의 상징이 있었다. 옷 입는 스타일이 촌스럽다는 뜻의 “복학생 패션”이라는 단어부터, 여자 후배에게 치근덕거리는 모습, 권위적이고 강압적이며 심지어는 폭력까지 행사는 모습 등·······. 필자도 한 때 복학생이었기 때문일까? 2~3년 동안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와서 뒷담화의 대상이 되는 복학생의 현실이 나의 머릿속을 지배해서 책 제목에 불만이 생겼던 것 같다. 심지어는 기안84라는 작가의 웹툰 제목도 “복학왕” 아닌가? 그래서 이번 칼럼에서는 복학생의 역사를 되짚어 보겠다는 생각을 했다.(그러기 위해서 『복학생의 사회학』이라는 책이 어떤 책인지 살펴보았고, 그 과정에서 두 가지 충격을 받았다. 하나는 내가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투데이신문』에서 이 책의 저자와의 인터뷰를 기사화 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 책의 저자가 나의 대학원 선배이자, 종교사회학에서 주목할만한 연구와 번역을 했던 계명대 사회학과 최종렬 교수라는 것이었다. 필자가 대학원생일 때 최종렬 교수가 담당했던 강의를 수강한 경험이 있다.)

보통 “복학생”이라는 단어는 대학생에게만 쓴다. 중고등학교에도 복학생은 있었다. 그런데 중고등학교에서 “복학생”이라는 단어는 교무실에서만 사용되고, 학생들은 이들에게 “꿇었다”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과거에 중고등학교에서 소위 “꿇은” 학생은 문제를 일으켜서 퇴학 조치를 당한 학생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외국에 어학연수를 다녀오거나 부모님을 따라 외국에 살다가 온 학생들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즉 복학생이라는 단어는 대학생 가운데 학업을 일정기간 쉬다가(휴학) 다시 학교로 돌아온 학생들을 지칭한다.

복학생들이 학업을 일정기간 쉬는 이유를 살펴보면 한국의 현대사를 살펴볼 수 있다. 시대에 상관없이 대학생이 학업을 일정기간 쉬는 대다수의 이유는 아마도 병역의 의무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병역 기간이 줄어들면서 재학생과 복학생 사이의 나이 차이가 줄어들고, 병영의 문화가 예전보다는 덜 권위적으로 변하면서, 복학생을 희화하는 문화도 조금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복학생을 희화하는 문화 속에서 병역 문화의 변화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추가로 병역 기간이 연 단위로 끊어지지 않을 때는 복학 전까지 기다리는 시간 동안 아르바이트 등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1970~80년대에는 학생운동도 복학생 양산의 중요한 이유였다. 민주화운동, 노동운동, 통일운동에서 대학생의 역할은 매우 컸다. 이 과정에서 민주화운동을 위해서, 공안 당국에 의해 연행된 뒤 일정 기간 옥고를 치르느라, 아니면 징역형을 받지 않는 조건으로 군에 입대하느라 잠시 휴학했다가 복학하는 경우가 있었다. 1980년대 격변의 시대를 그렸던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주인공 중 한 명이었던 윤혜린(고현정) 역시 학생 시위에 참여했다가 구속되어서 복학했다.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휴학의 형태가 유행했다. 그것은 바로 “어학연수”와 “배낭여행”이었다. 배낭여행의 경우 방학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어학연수의 경우 방학 동안 연수를 받는 것으로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인지 6개월~1년 정도 어학연수를 가는 학생들도 많았다. 물론 일정 기간 어학연수와 배낭여행을 동시에 경험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아마도 이 때부터 병역의 의무를 마친 남학생이 복학생의 대명사가 되는 경우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 같다. 이 시기는 IMF 금융위기 직전 한국 경제가 고도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불합리하고 불공평한 경제발전이었다.)의 정점에 다다랐고, 해외여행이 자율화되던 시기였다. 한국의 민주화가 시작되는 시기였고, 발전 중심 경제 시스템이 절정에 이르렀던 시대라는 의미다.

2000년대 이후 복학생은 어떤 사람들일까? 앞에서 언급했듯이 병역의 의무나 배낭여행, 어학연수 때문에 휴학하는 학생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데 새롭게 추가된 학생들이 바로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휴학하는 학생들이다. 이전에도 돈을 벌기 위해 휴학하는 학생들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방학 중 잠시, 혹은 학기 중에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휴학의 이유도 생활비나 학비를 벌기 위해서 외에도 경험을 쌓거나 가지고 싶은 물건을 사기 위해서 등 다양했다. 그런데 지금 상당수의 학생은 아예 학업을 잠시 쉬고 일을 하는 학생들이 상당수이다. 짧은 기간의 아르바이트는 목돈을 벌기 힘들고, 학업을 병행하기에는 대학교 내의 학점 경쟁이 매우 치열하기 때문이다. 또한 경험을 쌓는 것도 단순히 새로운 체험을 해보기 위했던 이전 시기와는 달리 취업에 도움이 되는 소위 “스펙을 쌓기 위해” 휴학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대학 졸업 후 “무직”이라는 딱지를 달고 싶지 않기 때문에 학생 신분을 유지할 수 있는 “휴학생” 신분을 선택한 뒤, 공무원 시험이나 각종 고시나 입사 시험을 준비하는 경우도 생겼다. 결국 IMF 경제위기 이후 “정규직”이라는 단어의 실종되고 무한경쟁과 적자생존 등 야생의 법칙이 한국 사회를 지배하며, “88만원 세대”, “오포세대” 등 청년층의 고통을 상징하는 단어가 유행하는 현재의 경제 상황과 사회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추가로 “복학생”이라는 단어가 대학생들을 상징한다는 말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대입의 관문이 워낙 좁았던 시절, 대학생의 문화는 많은 층이 향유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복학생”이라는 단어가 웹툰이나 책의 제목으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은 이 단어를 아는 사람이 많아지고, 거부감을 가질만한 사람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이제 대학생이 된다는 것이 예전처럼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대학 진학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적 이유 등으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겪을 차별과 소외감은 더 커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