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경영실태평가서 내부통제 '양호', 빈틈 많은 점검 시스템
삼성증권 전산교체작업에서도 문제 짚어 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유령주식 배당사고 사태로 검찰로부터 기소된 삼성증권 직원 8명이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중 3명이 보석 판결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에는 금융감독원이 삼성증권의 내부통제 점검에 ‘양호하다’라는 평가를 준 것으로 드러나 제대로 된 사회적 책임을 물을 수 있겠냐는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1일 <투데이신문>이 서울남부지방법원 관계자로부터 확인한 바에 따르면 삼성증권 배당사고로 구속 기소된 구모 전 과장과 직원 최모씨, 지모씨의 보석이 결정됐다. 법원은 최 씨와 지 씨의 경우 13일, 구 씨의 경우 18일에 각각 보석판결을 내렸다. 앞서 검찰은 이들을 포함한 8명을 자본시장법상 사기적부정거래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유령주식 배당사고는 삼성증권이 지난 4월 6일 전산 실수로 우리사주 282만주에 대해 주당 1000원씩 입력할 것을 1000주로 잘못 배당하면서 불거졌다. 이로 인해 존재하지 않는 유령 주식 28억1000만주가 입고 됐는데 당시 검찰과 금감원에 따르면 유령주식이 배당된 그날, 직원 21명이 1820억원에 달하는 주식 501만주를 매도 주문해 삼성증권의 주가는 전일 종가 대비 최대 11.7%까지 폭락했다.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사고 경위 ⓒ 금융감독원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사고 경위 ⓒ 금융감독원

 

현재 유령주식 매도로 기소된 8명은 모두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삼성증권 전 과장 구모씨 등 8명은 지난달 29일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남기주 판사 심리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컴퓨터 등 사용 사기, 배임 등 혐의 2차 공판에서 변호인을 통해 “주식을 매도한 건 사실”이지만 “이익을 취할 목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피고인의 변호인은 ▲입고된 주식이 실제 존재하는 주식인지 확인하기 위해 시험 삼아 매도한 정황이 있는 점 ▲주식 매매 계약이 체결돼도 결제 대금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 실제로 이익을 취하는 게 불가능했던 점 ▲주식 배당 사고를 인지하고 삼성증권에 계좌 권한 일체를 위임한 점 ▲검찰 공소내용 중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는 금융상품이 포함될 뿐 잘못 입고된 주식은 포함되지 않는 점 등을 들어 이들을 변호했다.

검찰은 그러나 “피고인 측은 ‘주식 매도금은 매매 이틀 뒤에 입금되기 때문에 경제적 이익을 본 게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매도 주식 금액 자체로 담보대출이 가능하고 또 다른 주식을 매수할 수 있다”며 “이는 명백한 경제적 이익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가운데 금감원이 지난해 경영실태평가에서 삼성증권의 내부통제에 ‘양호’를 준 것으로 드러나 금융당국의 부실한 점검 실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건이 터져 나오기 전에 점검을 실시했음에도 내부통제의 부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만큼 제2의 삼성증권 사태를 막아낼 수 있겠냐는 우려가 깊어지는 것이다.

증권선물위원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2017년 경영실태평가에서 삼성증권 내부통제부문에 2등급에 해당하는 ‘양호’를 줬다. 이는 ‘우수’ 다음으로 좋은 평가인데 국내 증권사가 1등급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어 사실상 최고 등급이라고 볼 수 있다. 금감원은 이후 사태가 불거지자 5월 압수수색을 거쳐, 7월 경 ‘업무 일부정지 6개월 및 과태료 1억4400만원’을 부과하고 당시 구성훈 대표이사에게 ‘직무정지 3월’을 내렸다.

점검 부실은 금감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삼성증권은 배당사고에 앞서 2월 경 대대적인 전산 교체작업을 실시했지만 우리사주 배당시스템을 짚어내지 못했다. 이밖에도 사고 발행 후 최소한 휴대전화 문자를 보내기만 했어도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매도 주문을 냈던 직원 21명 중 18명이 휴대전화로 거래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의 배당사고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업계에서도 아직 삼성증권의 지속적인 주가하락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은 사건의 일부를 일단락 지었지만 아직 관련 직원들의 재판이 남아있는 만큼 시장의 신뢰를 온전히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삼성증권의 주가는 2018년 초만 해도 4만원 내외를 오갔다. 하지만 지난 20일 종가 기준 3만1550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삼성증권의 주가는 4월 배당사고가 발생한 이후 6월 경만해도 3만원 중반 대에 머물렀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모양새다.

증권가에는 삼성증권의 주가가 하락세 이후 현상유지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배당사고로 인한 여파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증권가 관계자 역시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부로부터 내려진 제재 조치가 현재까지 주가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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