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회장과 모친, 장남 등기임원…사내이사 8명 중 3명 오너일가
부인 이운경씨 경영참여, 주식부자 10대 손자 이름 변경 뒷말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최근 어린이 음료 아이꼬야 이물질 사태 등 거듭되는 논란에 홍원식 회장 등 오너일가에 대한 책임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홍 회장은 지난 2003년 건설사로부터 거액의 리베이트를 받아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경영 일선에서 퇴진했다. 남양유업은 현재 공식적으로는 전문경영인 체제인 셈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홍 회장 일가가 막대한 지분과 이사회 등을 활용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남양유업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보면 사내이사로 홍 회장과 홍 회장의 아들인 홍진석 경영전략본부 상무, 그리고 홍두영 창업주의 아내이자 홍 회장의 모친인 지송죽 고문이 등기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현재 등기임원에는 양동훈, 이상우 사외이사와 사내이사로 심호근 상근 감사와 이광범 대표, 박종수 연구소장, 서호수 공장장, 이창원 공장장이 등재돼 있다. 사외이사를 재외하면 8명 중 3명이 홍 회장 일가다.

홍 회장은 지분율 51.68%나 되는 최대주주고 홍진석 상무는 회사 지분은 없지만 사실상 경영 3세 승계 수순을 밟고 있다. 여기에 홍두영 남양유업 창업주의 아내이자 홍원식 회장의 모친인 90세의 지송죽 고문도 등기임원에 등재돼 있어 사실상 오너일가의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등기임원으로 등재된 고령의 노모의 경우 사내이사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1929년생으로 올해 90세인 지 고문은 지난 2009년부터 남양유업 이사회 등기임원으로 등재돼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 고문은 지난 1986년부터 현재까지 남양유업 비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남양유업 경영 전반에 대한 조언 등의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지위나 담당업무는 확인되지 않는다. 게다가 현행 상법상 사외이사 이사회 출석률만 공개되고 있어 사내이사인 지 고문의 출석여부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보고서 상으로는 30년 이상 경영에 참여해온 셈이다. 현재는 보수를 따로 받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세무조사를 받기 전인 지난 2013년까지만해도 보수가 지급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남양유업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명예직 의미의 등기임원으로 사업과 관련한 활동은 없다”고 설명했다. 

경영 참여 논란이 일고 있는 오너일가는 또 있다. 지 고문과 달리 등기임원에 올라있지 않지만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홍 회장의 부인 이운경씨다. 지 고문은 등기임원임에도 별다른 업무를 하지 않는 것과 달리 이씨는 남양유업 외식사업부 전무 직급의 고문역으로 실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 고문이 차량과 법인카드를 받고 고액 급여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 게시판 등에 올라오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남양유업에 따르면 이 고문의 직급은 전무로 실제 업무도 하고 있다. 외식사업부는 홍 회장 상무가 진두지휘하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어머니인 이 고문이 사실상 이끌고 있다 등 오너일가의 과도한 경영 참여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논란이 되자 남양유업 측은 이 고문의 급여는 내부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하고 있고 실제 업무도 수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남양유업 오너일가 중 홍 회장의 유일한 손자인 홍승의 군에 대한 업계 관심도 높다. 홍 군은 홍 회장의 주식 증여로 만 1세부터 어린이 주식부자로 이목을 끌었다. 홍 회장이 특별사면을 받은지 1년만인 지난 2008년에 홍 군에게 당시 가치 20억원대에 달하는 주식 1794주를 증여하면서 화제가 됐다. 홍군은 지난 2013년 12월 27일 자신의 보유한 주식가운데 1363주를 매도해 현재는 431주만(0.06%)을 보유하고 있지만 여전히 남양유업의 주요 주주다.

홍군의 이름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2007년 생인 홍 군은 지난 2012년까지만 해도 윌리엄 홍(William Hong)이름으로 주주명단에 올라있다. 2013년 사업보고서부터 지금의 홍승의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일각에서 외국식 이름에 홍 군의 원정출산 가능성이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최근 홍 군의 이름 변화를 두고 국적에 변화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남양유업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개인적인 부분이라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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