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투데이신문 직장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 변압기變壓器 / 이상근
[2019 투데이신문 직장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 변압기變壓器 / 이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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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15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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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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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강렬한 힘을 품어서, 그는

늘 울고 있다

 

처음으로 밀물을 들일 때

심장이 울컥, 수축을 접었다

이제부터 홑몸의 호흡이 시작된다

 

그는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 그에게

오는 에너지와 그에게 기댄 저항 사이

적당한 거래, 팽팽한 긴장은 덤으로 주어지는 책무이므로

내부에 흐르는 피의 밀도를 긴밀하게 유지해야 한다

그는 벼락의 세기를 제한하는 등급에 따라

그의 품격을 결정짓는다 그를 감싼 철갑은

견딜 수 있는 최소한의 떨림과 자극을 허용하므로

체온을 조절하여 시간의 기울기로 세운다

 

그에게는, 순종하지 못하는 까다로운 신경망이 존재한다

그들은 자신을 부풀리는 변형된 돌연변이,

예민한 촉각으로 낯선 진동을 끼워 넣었다 언제부터인가

그에게 기댄 저항들이 그의 위상과 어긋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에게 의존하지 않는 스스로의 터전을 만들어

그의 견고한 영역에서 공명共鳴하고 있다

 

그는,

그가 버거워하는 힘을 수긍할 수 없어 울음에 조바심을 실었다

홀로 남겨진 아버지의 들판처럼 그의

곱아 굳어버린 열 손가락은 허허로운 확장을 꿈꾸지만

들판은 마지막 노역勞役, 바람이 왜곡된 파장으로 찾아왔다

 

서숙*이 바람에 뒤척이는 소리를 들으며

그는 울음을 멈추었다

그를 둘러싼 곁가지들이 파편으로 흩어진다

 

* : 조의 방언(경기,경상,전라,충남)

 


당선소감

이상근 (시 부문)

-1967년 경북 예천 출생

-1991년 숭실대 전기공학과 졸업

-한국전기안전공사 서울지역본부 재직

 

경춘선 숲길을 걸었다. 기차가 달릴 때보다 사람이 지나는 철로의 품이 훨씬 넓었다. 경적을 멈춘 기차 한 칸이 호시탐탐 도망가기를 원했고, 사람들은 기차에 빚지고 온 추억을 더듬고 있었다. 따로 배우지 않아 생짜로 쓰인 글에는 자꾸만 욕망이 불거져 나왔다. 사람과 길이 어우러지듯, 나무와 길이 서로에게 안위하듯, 그런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늦은 나이이지만 이대로 날이 저문다면 부끄러운 일이므로, 다잡아 다시 길을 걸어야겠다.

거칠고 둔탁한 글을 뽑아주신 장석남 교수님께, 오래도록 세상과 공감할 수 있는 시를 쓰겠다는 다짐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문학의 확장성 측면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투데이신문사와 세월의 켜가 두터워 이제는 믿음이 된 직장 선후배님들께도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늘 미덥지 못해 걱정을 앞세우시는 양가 부모님, 나와 함께여서 힘겨웠을 식구들에게도 작은 위안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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