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울림, 소울(Soul) 음악 이야기⑦] 흐름의 변화를 이끈 ‘네오 소울’
[영혼의 울림, 소울(Soul) 음악 이야기⑦] 흐름의 변화를 이끈 ‘네오 소울’
  • 정휴 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19.03.29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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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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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의 기억

내 뇌리에 새겨진 ‘90년대 알엔비의 인상을 나열해보면, ‘뉴 잭 스윙(New Jack Swing)’과 ‘프로듀서’가 맨 앞에 자리한다. 뉴잭스윙은 당시 크게 유행했던 댄스 양식이고, 댈러스 오스틴(Dallas Austin), 저메인 듀프리(Jermaine Dupri), 지미 잼과 테리 루이스(Jimmy Jam & Terri Lewis) 같은 스타 프로듀서들이 시장을 이끌었다. 따라서, 앨범에 누가 프로듀서로 참여했느냐는 큰 관건이었다. 음악을 들을 때마다 앨범 크레디트를 뒤적이며 어떤 프로듀서가 제작에 참여했는지 예상해보고 확인하는 습관이 절로 생길 만큼 말이다.

실력 있는 프로듀서들이 좋은 음악을 만들어 대중의 호응을 이끌었지만, 그로 말미암아 ‘시장의 획일화’라는 비판이 따르기도 했다. 보컬리스트는 다양한 구성으로 조합이 가능했지만, 프로듀서는 제한되어 정해진 처지였기 때문이다. 물론 색다른 태도로 두각을 나타낸 이들도 있었다. 블랙스트리트(Blackstreet), 조데시(Jodeci)는 직접 고유의 소리를 만드는 그룹이었고, 베이비페이스(Babyface), 조(Joe), 키스 스웨트(Keith Sweat) 등은 뚜렷한 개성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싱어송라이터였다. 민트 컨디션(Mint Condition), 토니토니토니(Tony! Toni! Toné!) 등은 구성원 모두가 연주자이면서 앨범을 직접 제작하는 밴드라는 걸 대중에 각인시켰다.

신(新) 기조의 등장

‘90년대 중반, 맥스웰(Maxwell)은 그룹 샤데이(Sade)로 이름을 알린 스튜어트 매튜맨(Stuart Matthewman)과 마빈 게이(Marvin Gaye)의 명반 [I Want You (1976)]를 작업했던 싱어송라이터 리온 웨어(Leon Ware) 등의 도움에 힘입어 복고와 현대가 공존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앨범 [Maxwell’s Urban Hang Suite (1996)]을 완성했다. 습기 가득한 편곡에 파장이 큰 팔세토(Falsetto) 창법으로 사랑을 노래하는 맥스웰의 음악은 도회적인 분위기와 관능미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같은 시기에 디안젤로(D’Angelo)는 훵크(Funk)와 가스펠(Gospel), 힙합(Hip-Hop)을 섞은 [Brown Sugar (1995)]를 발표했다. 남부 소울(Southern Soul) 특유의 팔세토를 활용해 능수능란한 은유와 환유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그는, 발음을 뭉개며 읊조리듯 노래하는 방식으로 예스러운 연주에 힙합 특유의 스웨그(Swag)를 얹은 듯한 전대미문의 분위기를 풍겼다. 불행한 치정가를 아름답게 부르는 “Sh*t, Damn, Motherf*cker”는 그러한 성격을 오롯이 보여준다.

에리카 바두(Erykah Badu)는 블루스(Blues), 소울(Soul), 힙합(Hip-Hop)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총체적인 양식을 선보였다. 그녀는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를 떠올리게 하는 초연하면서도 처연한 음색에 몽롱하고 주술적인 분위기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삶을 꼼꼼하게 들추어냈다.

“모든 음악이 과거로부터 영향이나 영감을 받아 나옵니다. 엄청나게 신선한 창조가 아닌 셈이죠. 역사에 기대지 않는다면 어찌 미래로 나아갈 수 있겠어요? 아이가 부모를 쳐다볼 때 나오는 동경의 눈빛과 같은 거죠.”

- 맥스웰(Maxwell)

나무에서 떨어진 낙엽이 썩어 그 나무의 거름으로 환원하듯, 이 명민한 음악가들은 과거를 새로운 음악의 거름으로 환원시켰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당시 나는 어떠한 암시를 받은 느낌이 들었다. 하나의 새로운 기조가 뚜렷하게 드러날 조짐 말이다. 음악이 환기하는 형상 그대로 낯익으면서도 낯선 그들의 독특한 스타일은, 결국 스타 프로듀서와 뉴잭스윙으로 조밀하게 엮은 알엔비 시장에 대뜸 불거져 들어와 순식간에 퍼졌다.

네오 소울(Neo Soul)

“많은 사람이 과거를 떠오르게 하는 이들의 음악을 하나의 장르로써 바라보는 걸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음악에 어떠한 정의가 따르면 유행이 되고 사라지곤 했으니까요. 두 개의 태양이 없듯, 소울은 소울이죠. 그러나 모두가 아는 것처럼 시장 관점에서 카테고리화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부족하긴 하지만, ‘네오 소울’이라고 한 거죠.”

- 케다 메센버그(Kedar Messenburg)

디안젤로와 에리카 바두를 데뷔시킨 케다 메센버그(Kedar Messenburg)는 그들의 음악을 시장 논리에 따라 ‘네오 소울’이라고 공식적으로 정의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동의하건 안 하건, 나는 소리와 창법뿐만 아니라 분위기와 정서 등 관련된 모든 것을 관장하는 옛 소울에 시선을 두고 영감을 받아 단순한 복제가 아니라 과거 속에 미래를 끄집어냈다는 점에서 꽤 알맞은 정의라고 여겼다. 

“정의에 따르면, ‘Neo’는 새롭다는 뜻이고 ‘Soul’은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것이기에 네오 소울(Neo Soul)은 역설적이다. 모든 네오 소울 음악인이 가지각색으로 옛 소울의 특징을 탐구하면서 동시에 세월을 초월하는 형식으로 살아 숨 쉬도록 영향력을 불어넣고 있다. 그들은 공산품으로 격하된 알엔비(R&B)에 인간미를 담았다. 네오 소울은 마치 초밥처럼 날것으로 내놓아도 충분할 정도로 신선하다.”

- 디미트리 에를리히(Dimitri Ehrlich)

결국 질 스콧(Jill Scott), 드웰레(Dwele), 인디아 아리(India.Arie) 등으로 번져 하나의 커다란 흐름이 된 네오 소울은, 지향하는 음악인이 우후죽순 나타나면서 현재까지 통용되는 스타일로 정착했다. 비록 시간이 흐르고 해석이 분분해지면서 그것도 낡고 닳아졌지만 말이다. 관성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고, 그마저도 관성이 되어버리기 마련이다.

▲ 정휴 음악칼럼니스트
▲ 정휴 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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