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ndscape in Cyan, Magenta, Yellow, 130x127.5cm, oil on canvas, 2019 / 제공=영은미술관
▲ Landscape in Cyan, Magenta, Yellow, 130x127.5cm, oil on canvas, 2019 / 제공=영은미술관

【투데이신문 김지현 기자】  영은미술관 창작스튜디오의 11기 입주작가, 현종광의 개인전이 오는 4월 21일까지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영은미술관 2전시실에서 열린다.

<잔상After-image>이라는 전시명으로 개최되는 이번 개인전은 그리드(grid)라는 도구를 통해 캔버스 안에서 재구성하는 현종광 작가의 독창성이 잘 나타난 작품들로 구성됐다.

우리는 항상 눈으로 자연스럽게 시각적 정보를 수집한다. 이렇게 수집된 이미지는 눈에서 인식할 수는 없지만 그리드(grid)라는 격자를 통해 보고, 뇌의 처리과정을 거치면서 각자의 기억 속에 주관적으로 남게 된다. 작가는 이렇듯 주관적이고 유동적이며, 소멸되거나 새롭게 무언가를 만들어 내기도 하는 기억의 일종인 잔상(after-image)에 주목했다. 사람이 가진 본능적인 이 감각은 실제의 고정적인 이미지를 우리의 기억 속에서 다양하게 변형시킬 수 있다. 작가는 이러한 감각적인 현상(과정)을 그리드(grid)라는 도구를 가져와 캔버스 안에 다시 늘어놓는 작업을 했다.

르네상스 시대 화가들은 그리드의 한 종류라 할 수 있는 원근법을 회화에 도입하여 새로운 시대를 열었고, 20세기 몬드리안은 그림 속에서 노골적인 그리드 사용으로 자신만의 독창성을 완성했다. 그리드는 눈으로 사물을 보는 가장 보편적인 방식이다.

현종광은 이렇듯 가장 보편적이고 전통적인 방식인 그리드(grid)를 사용해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그리기를 전개한다. 먼저 눈으로 보았거나, 볼 수 있는 장면을 사진으로 촬영한다. 실제를 가장 가깝게 묘사한 이 이미지를 다시 파랑(cyan) 빨강(magenta) 노랑(yellow)의 세 가지 색으로 기계적 분리를 한다. 그리고 이를 캔버스에 옮겨 그리는데 다시 빨강, 파랑, 노랑이라는 세 가지의 색만을 사용한다. 칠하는 과정에서는 각각의 색을 겹치기만 할 뿐, 서로 섞지는 않는다. 섞는 것은 예측할 수 있는 변화이지만, 겹쳐지는 것은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이다. 작가는 그리는 과정의 이런 우연하고 예측 불가능한 변화를 추구한다. 이처럼 작가는 “무엇을” “왜” 그리는 지보다는 “어떻게” 라는 방법, 방식, 과정에 집중한다. 누구나 보는 것을 그리는 보편적인 주제와 가장 고전적인 보는 방식인 그리드를 차용한 회화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현종광만의 가장 독특한 작품으로 완성된다.

현종광 작가는 자신의 창작에 대해 “가로세로 1인치 격자선 안에서 잔상들을 고정시키고 각각의 좌표 사이의 공간에서 기술적 또는 서술적 모순을 순차적으로 허용하고 그 범위 안에서 파편화된 결과물을 재확인한다. 따라서 그리드 체계 안에서의 실험적 제작과정은 보편적이나, 일시적이고 유동적이다. 이것은 나에게 풍경 또는 인체를 둘러싼 사실적 화면과 연관시키지 않으며, 구체적이지도 않고, 회화의 절대적 자율성을 강조하지 않으며, 단순히 과거 또는 현재의 어느 ‘발견’으로 언급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거대한 모더니티의 유산인 그리드는 구조적, 신화적 특성과 결합하여 역설과 모순적인 회화적 잔상들을 그리드 안에서 재배열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작가는 한 캔버스 위에 여러 번의 드로잉을 겹치는 과정에서 예측할 수 없는 변화가 생기고 이런 과정의 결과물에 더 의미를 둔다. 눈으로 보는 과정과 그 장면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각자의 잔상으로 남은 그것을 예측 불가능한 과정으로 표현한 결과물을 바로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현종광 작가는 1971년 생으로, 홍익대학교에서 회화학과 학사, 석사, 박사를 거쳐 2017년 MFA, SCAD(Savannah College of Art and Design)를 졸업했다.

▲ Landscape in Cyan, 130x127.5cm, oil on canvas, 2019 / 제공=영은미술관
▲ Landscape in Cyan, 130x127.5cm, oil on canvas, 2019 / 제공=영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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