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치형 부사장 반민특위 다큐멘터리 제작 중단 의혹
EBS 지부 임명철회 요구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것”

ⓒ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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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EBS 신임 부사장에게 제기된 반민특위 다큐멘터리 제작 중단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5일 임명된 박치형 신임 부사장은 과거 반민특위 다큐멘터리 제작 과정에서 담당자를 전보시키는 등 부당행위를 통해 사실상 제작을 중단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EBS 노사는 이 같은 논란을 봉합하기 위해 노사동수로 진상규명을 진행하고 부사장의 신임투표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사측의 일방적인 입장 선회로 신임투표를 포함한 중재안이 불발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30일 EBS지부에 따르면 지부는 EBS 경영진과 함께 박 부사장 신임투표를 두고 중재안 협상을 진행, 지난주까지 긍정적인 검토를 이어왔지만 사측이 돌연 거부의사를 밝히면서 무산됐다. 

지부 관계자는 “지난주만 해도 사장은 신임투표를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보여 어떻게는 문제가 해결 되겠구나 했는데 중재안이 깨져버렸다”라며 “지부는 중재안 협상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했는데, (사측은) 지부가 동의하지 않아 특별감사를 청구한다고 호도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부는 박 부사장이 지난 2013년 ‘다큐프라임 - 나는 독립유공자의 후손입니다’를 제작 중이던 김진혁 PD를 부당하게 인사 조치해 프로그램 제작을 중단시켰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사자인 김 전 PD는 지난 16일 ‘EBS 반민특위 다큐멘터리 제작 중단에 책임이 있는 인사의 EBS 부사장 임명 철회와 EBS의 반민특위 다큐멘터리 제작 재개를 요구합니다’라는 제하의 국민청원을 통해 지부의 주장에 힘을 싣기도 했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재직 중인 김 전 PD는 “갑자기 수학 교육팀으로 발령이 나는 바람이 중단이 됐다. 인사 발령에 대한 항의로 잠시 원 제작 부서로 파견 명령이 나기도 했으나 다시 수학교육팀으로 발령이 나며 결국 제작은 완전히 중단이 되고 말았다”라며 “그 때 제작을 총괄하던 제작 본부장이 이번에 새로 임명된 부사장이다”라고 증언했다. 

이어 “박근혜 정권 당시 일어난 방송사 제작 자율성 침해와 역사 관련 아이템들의 제작 중단은 굳이 다시 설명을 하지 않아도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 한다”라며 “당시 이야기를 반복하고자 함이 아니다. 문제는 정권이 바뀐 상태에서 당시 이러한 문제에 책임이 있는 인사가 EBS라는 공영방송의 부사장으로 새롭게 임명이 됐다는 사실이다”라고 강조했다. 

김 전 PD는 또 “당시 제가 당한 부당한 인사는 부차적 문제다. 본질은 다큐멘터리의 내용과 의미, 무엇보다 반민특위 후손이신 당사자분들이다”라며 “다큐멘터리 완성을 간절하게 기다리던 이분들의 바람이 한 순간에 사라진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꼬집었다.

EBS는 이처럼 박 부사장 임명철회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자 지부에 진상조사를 진행하자고 요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노사 동수의 진실규명위원회를 구성해 논란이 되는 지점을 되짚자는 제안이었다. 

지부는 그러나 타 언론사 등 과거 사례에 비춰봤을 때 진상조사는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시간끌기 용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 진상조사 초안을 거부했다. 

지부는 사측과 의견 조율을 이어가며 노사동수로 진상조사를 진행하고 조사에 대한 결과를 발표한 후 박 부사장의 구성원 신임투표를 실시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아갔다고 설명했다.  

지부에 따르면 지난주까지만 해도 방송통신위원회와 언론노조의 중재 아래 이 같은 조율이 거의 확실시 되는 분위기였지만, 지난 29일 EBS가 입장을 선회하면서 사실상 중재안이 깨졌다. 지부 참여 없이 자체 감사를 진행하고 신임투표는 실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EBS가 30일 내놓은 보도자료에도 신임투표에 대한 내용은 없으며 지부를 제외한 특별감사를 청구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EBS는 보도자료에서 “김명중 사장은 최근 제기되고 있는 방송의 공영성 훼손 논란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지난 29일 감사 규정에 따라 EBS 독립기구인 EBS 감사에 특별감사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 사장은 지난 29일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부사장 동의 없는 신임투표는 월권에 해당한다며 신임투표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각에서는 당시 회의에서 노사동수 진실 규명 위원회 구성의 결렬을 지부의 탓으로 몰고 가는 발언도 나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부는 이에 따라 신임투표 중재안 불발에 대한 사측의 책임을 묻고 추가 행동에 나설 방침이다. 특히 중재안이 결렬 된 것을 지부의 탓으로 몰고 가는 행위를 규탄하고 경영진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겠다는 입장이다. 

EBS지부 이종풍 위원장은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잘못된 인사를 빨리 바로잡고 다시 앞으로 나가자고 선언하는 게 EBS를 위한 것이다. 촛불혁명은 적폐청산과 방송공정성을 훼손하지 말라는 주문인데 이를 훼손한 인물을 옹호하고 비호하는 건 시대흐름을 역행하는 것이다”라며 “직원들에게 잘못된 인사를 사과하고 나아갈 앞길을 제시하는 게 리더로서의 모습이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EBS 관계자는 이와 관련 “보도자료 내용 외에 별도의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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