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홍세기 기자

【투데이신문 홍세기 기자】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라는 말이 있다. 사람 쓰기만 잘하면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뜻이다. SH공사를 이끌고 있는 김세용 사장에게 지금 꼭 필요한 얘기가 아닌가 싶다.

지난해 SH가 인사혁신 명목으로 보직해임시킨 28명의 간부들로부터 김세용 사장이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하거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과정에서 불거지고 있는 노조와의 마찰, 사내 성희롱 등을 감시하고 예방을 담당하는 임원의 성희롱 추문까지 끊임없이 인사참사가 이어지고 있다.

먼저 지난해 비리 및 협력업체에 대해 갑질을 일삼을 사실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드러나면서 내부관리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을 받자 김 사장은 내부혁신 및 조직문화 쇄신을 이유로 간부급 직원 28명을 보직해임 시켰다가 명예훼손 등으로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당시 해당 간부들은 비리와 문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김 사장의 내부혁신이라는 이유로 보직해임을 시킴으로 해서 당사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

이로 인해 김 사장의 무능에서 비롯된 조직관리 실패에 대한 경영책임을 간부급 직원들에게만 전가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게 됐다.  

또 김 사장은 지난달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노조와의 갈등을 제대로 해소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취임 당시 ‘화합의 조직 문화를 만들어 가겠다’고 약속했지만 소통능력 부족을 드러내며 갈등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SH공사는 지난해 7월 비정규직 임대주택 관리직원 384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정원내 별도 직군인 ‘주거복지직’을 신설해 편입하기로 했다. 

당시 SH공사 내에는 정규직 노조인 제1노조 서울주택도시공사노조와 제2노조인 SH서울주택도시공사노동조합, 제3노조인 서울주택도시공사통합노동조합 등이 있었지만 비정규직 전환 문제로 이견차가 커 노조간 갈등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전환당사자 384명 중 231명이 소속된 제2노조가 합의사항에 동의하지 않으며 강하게 반발하곤 임대주택 관리직원은 별도 직군이 아닌 일반직으로 편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3노조는 정규직 전환에 긍정적이었다. 정규직 노조인 1노조의 반대가 심해 차선책으로 별도 직군으로 정규직이 되도록 사측에 요구해 호봉, 진급 체계 개편 등 정원내 편입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노조간 갈등이 컸지만 김세용 사장은 일방적으로 전환을 추진하면서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노조간 갈등에 대해 당시 한 노조 관계자는 “노조 간 갈등이 심한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대화로 풀어갈 의지를 보여야 직원들의 신뢰가 높아질텐데 김세용 사장이 독단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김 사장의 행보를 비판하기도 했다. 

아울러 조직내 성희롱 예방교육 등을 담당하며 직장 내 성희롱ㆍ성추행을 막아야 할 책임자가 불미스러운 일을 자초해 정작 본인이 성추행의 가해자로 지목받으면서 인사 참사의 방점을 찍었다. 

해당 간부는 인사혁신을 총괄하는 인사노무처장으로 지난해 하반기 ‘61년생 숙청’ 사건으로 불린 파격적 물갈이 인사 조치를 실행한 담당자다. 

문제는 의혹이 불거지자 이 간부는 경위를 묻는 김세용 사장에게 “격려 차원에서 손을 두드렸는데 직원이 불쾌감을 느꼈던 것 같아 사과했다”고 해명하곤 다음 날 독일로 일주일간 공로 연수를 떠난 것.

성추행 가해자가 해외 연수를 떠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부가 시끄러워졌고, 이후 서울시의회 임시회에서 SH공사의 안이한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경영자에게 있어 인사관리에 대한 올바른 의사결정은 조직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수단이 된다. 인사관리에 대한 의사결정은 수장이 얼마나 유능한지, 수장의 가치관은 무엇인지, 그가 직무를 얼마나 진지하게 수행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SH공사에서 터지고 있는 각종 사건사고 이면에는 ‘인사 참사’라는 불명예스런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잇따른 ‘인사 참사’ 원인이 김세용 사장이 아닌지 따져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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