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형폐기물 사용 승인 거부 담양군 갈등
직무유기 등 경찰 고소·고발전으로 확대

전남 담양군 주민 50여명이 18일 전남도청 앞에서 한솔페이퍼텍㈜ 이전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환경대책연대 제공)
전남 담양군 주민 50여명이 18일 전남도청 앞에서 한솔페이퍼텍㈜ 이전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환경대책연대 제공)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한솔그룹 계열사 한솔페이퍼텍이 고형폐기물(SRF) 사용 문제를 둘러싸고 담양군, 지역민과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한솔페이퍼텍은 주민들의 공장 이전과 폐쇄 요구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에도 관할 지자체인 담양군과 고소‧고발 등을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18일 담양군에 따르면 한솔페이퍼텍은 최근 최형식 담양군수를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담양군이 한솔페이퍼텍의 SRF 불승인 조치와 관련한 전남도의 행정심판 결정을 따르지 않고 보복행정을 벌이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담양군과 한솔페이퍼텍의 갈등은 한솔페이퍼텍의 SRF 연료 확대 승인을 군이 거부하면서 촉발됐다.

한솔페이퍼텍은 지난해 10월 전제 연료의 30%를 차지했던 SRF를 100%로 확대하겠다고 신고하고 수리를 요청했다. 완화된 자원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 개정에 따른 조치였다. 하지만 이에 따른 환경오염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발이 확산됐고 담양군은 환경권을 이유로 한솔 측의 신고를 승인하지 않았다.

담양군은 사업장이 제1종 일반주거지역에 입지해 악취와 소음, 폐수, 특히 소각시설 굴뚝에서 배출되는 다이옥신 등으로 인해 회사의 사적 이익보다 지역 생활환경과 주민 건강을 지키고 보호해야하는 공적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 불수리 처분했다. 공장 주변이 개발제한구역인 점도 이 같은 결정의 요인이 됐다. 공장이 위치한 대전면은 90% 정도가 개발제한 구역이다.

이에 불복한 한솔페이퍼텍은 담양군의 불수리 결정이 부당하다며 상급기관인 전남도에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문제는 전남도 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은 담양군과 갈리면서 갈등은 증폭됐다. 지난 3월 도 행심위는 “승인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며 한솔 측 손을 들어줬다. 도는 SRF의 위해성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담양군이 신고 수리 불허를 취소해야한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군은 한솔페이퍼텍이 법령에 따라 허가절차를 밟을 것을 요청하자 한솔페이퍼텍은 도의 결정을 근거로 군을 상대로 ‘1일 500만원의 손해배상을 지급하라’는 ‘간접강제 신청서’를 도에 제출하며 맞불을 놓았다.

도 행심위 결정 이후 양측의 갈등은 더욱 격화됐다. 한솔 측의 직무유기 고발 조치와 맞물려 담양군은 한솔의 불법 야적행위에 대해 수천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영산강물을 공업용수로 사용할 수 없도록 영산강 홍수통제소에 의견을 제출했다. 여기에 국유지를 무단사용했다며 경찰에 회사 대표 등을 고발하는 등 한솔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주민들은 도의 결정과 한솔페이퍼텍의 태도에 분개하며 거리로 나섰다.

여기에 주민들도 도 결정에 반발하며 행동에 나섰다. 지난해 담양군 대전면 주민들은 한솔페이퍼텍의 SRF 사용을 두고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공장 이전과 폐쇄 등을 요구해왔다.

주민들은 30여 년간 한솔페이퍼텍의 전신인 양영제지 시절부터 수질오염과 악취, 분진과 쓰레기 소각으로 다이옥신이 배출 되는 등 환경오염 속에서 살아왔다고 토로하고 있다.

담양 환경대책연대 소속 주민 50여명은 지난 18일 오전 전남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한솔 측 손을 들어준 도의 행정심판위원회 판결을 규탄했다. 이들은 도가 도민의 건강과 환경권은고려하지 않고 한솔페이퍼텍이 처리하는 폐기물을 중요한 사회간접시설로 간주한 편파적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대책연대는 “행심위는 지난 3월 대전고법 판결과 대법원 확정 판결이 있었음에도 헌법이 보장한 최소한의 환경권도 무시한 채 현 정부의 생태환경 정책에 반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한솔 측의 태도에 대해서도 강하게 규탄했다. 이들은 한솔 측이 지난해 4월 SRF 품질검사 부적합으로 1개월 사용금지와 두 차례 악취 기준 초과로 개선권고 등을 받은 사실을 거론하며 지역민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한솔 측이 시설개선 등과 관련한 자료조차 전혀 제출하지 않은 채 행정심판 인용 결정만을 근거로 SRF 사용허가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공장이 위치한 담양군 대전면 주민들을 한솔이 자회사를 만들어 SRF 연료를 생산하고 하루 30톤 이상 외부쓰레기를 들여와 소각한다며 반발해왔다.

이와 관련해 담양 환경연대는 한솔 측이 ‘외부 쓰레기는 반입하지 않겠다’는 주민과의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환경대책연대는 이번 시위에서 전남도에 한솔페이퍼텍의 각종 불법 사안에 대한 즉각적인 행정조치와 외부 쓰레기 반입 등 여러 사안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하고 결과를 도민에게 밝히라고 요구했다.

한솔페이퍼텍의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SRF 사용인가와 관련한 일련의 갈등과 관련한 입장을 듣지 못했다.

한편, 한솔페이퍼텍은 이 같은 갈등과 별개로 실적호조를 보이며 한솔그룹 계열사 중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솔페이퍼텍은 1983년 설립된 양영제지를 시작으로, 두림제지, 대한페이퍼텍을 거쳐 지난 2011년 한솔제지가 인수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한솔페이퍼는 지난 2015년 영업손실 64억원을 기록하다 지난 2016년 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흑자전환한 뒤 지난 2018년에는 영업이익이 98억원으로 뛰어올랐다.

한솔그룹은 이 같은 성장기조에 올해 한솔페이퍼텍의 IPO(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모기업인 한솔그룹은 태림포장그룹 인수까지 추진, 골판지 부문 사업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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