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자체, 조례 등 마련해 생계·의료·주거 등 지원
‘재활용품 수거’ 공익 기여…국가 차원 지원방안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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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주택가에는 유모차, 리어카 등을 끌며 폐지를 줍는 노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폐지수집 노인’은 빈곤 노인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지난 2017년 9월 서울시가 만 65세 이상 폐지수집 노인 24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폐지수집 노인의 82.3%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폐지를 줍는다고 응답했다. 또 이 중 74.5%는 만 76세 이상이었으며 기초생활 수급자 비율은 35%로 나타났다.

또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지난 3월 발표한 <폐지수집 노인 실태에 관한 기초연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폐지수집 노인은 전체 노인(만 65세 이상)의 0.9%인 약 6만6000명으로 추정된다.

폐지수집 노인 중 기초보장수급자(의료급여 수급자 포함)는 26%로 나타났으며 폐지수집을 통해 얻는 수익은 월평균 20여만원으로 조사됐다.

폐지수입 노인들은 경제적 어려움뿐 아니라 사고의 위험도 안고 살아간다. 유모차나 리어카 등을 끌며 교통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골목길에서 폐지를 수집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폐지수집 노인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이 연구를 수행한 연구진은 “기초보장 수급 폐지수집 노인의 경우 생계급여의 급여 수준을 높이는 등의 소득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비수급자이면서 폐지수집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노인의 경우 긴급생계지원 등을 통해 우선 보호하고 국민기초보장급여를 신청하도록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 폐지수집 노인들에게 폐지수집 이외에 다른 소득원을 찾도록 연계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광역·기초 자치단체는 폐지수집 노인 지원을 위한 조례를 마련해 지원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생계, 일자리, 돌봄, 안전 등 4개 부문에 걸쳐 폐지수집 노인 지원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매달 주민센터에서 관리하는 폐지수집 노인을 대상으로 생계비, 의료비, 주거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노노(老-老)케어, 공공시설 봉사활동, 제품 포장 등 공공 일자리 사업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또 독거노인생활관리사를 파견해 주 3회 이상 폐지수집 노인의 안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연계한다.

일부 지자체에서 이처럼 폐지수집 노인을 위한 지원을 하고 있으나 전국적 규모로 보면 이들에 대한 지원은 미비한 상황이다.

한 폐지수집 노인이 지난 2014년 1월 13일 서울 영등포구 연남동의 한 골목에서 리어카를 끌고 있다. ⓒ뉴시스
한 폐지수집 노인이 지난 2014년 1월 13일 서울 영등포구 연남동의 한 골목에서 리어카를 끌고 있다. ⓒ뉴시스

이명수 의원, ‘재활용품수거노인 지원법’ 대표발의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폐지수집 노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은 지난 3일 ‘재활용품수거노인 지원에 관한 법률안(재활용품수거노인 지원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률안은 국가와 지자체에 폐지수집 노인의 생활안정 지원 시책 수립·시행의 책임을 명기하고 이들을 위한 고용·의료·심리상담·안전 지원 등의 사업을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법률안 제7조는 ‘보건복지부장관은 재활용품수거노인의 안전 및 생활안정 등을 지원하기 위해 5년마다 재활용품수거노인 지원 종합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 제8조는 보건복지부장관 및 시·도지사가 매해 재활용품수거노인 지원정책에 관한 시행계획을 매해 수립·시행하도록 명기하고 있다.

아울러 보건복지부장관 소속의 ‘재활용품수거노인지원위원회’를 둬 종합계획을 심의하도록 했다.

특히 폐지수집 노인들의 환경보호·자원재활용에 기여한 폐지수집 노인들의 공적 근로를 인정해 이들이 재활용품을 수거해 판매한 금액 이상의 수거보상금을 지원하도록 했다.

또 수거보상금은 소득인정액으로 인정하지 않도록 해 기초생활수급, 연금 등의 혜택에서 탈락하는 일이 없도록 방지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이와 함께 폐지수집 노인들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고용정보 제공, 직업훈련 등의 지원과 함께 심리·건강상담, 건강관리 서비스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폐지수집 노인이 재활용품 수거 중 사고를 당한 경우에는 치료비 본인일부부담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조항을 마련했다.

지난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재활용품수거노인 지원법’ 통과 촉구 청원. 이 청원에는 31일 오후 5시 기준 318명이 동의했다. 사진출처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지난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재활용품수거노인 지원법’ 통과 촉구 청원. 이 청원에는 31일 오후 5시 기준 318명이 동의했다. <사진출처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포퓰리즘 정책’ 반대의견도…“국가가 보듬어야”

그러나 재활용품수거노인 지원법률안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이 법률안의 입법예고 등록의견 143건은 모두 반대 의견이다.

이들은 모두 ‘국가부채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재활용품 수거한다고 세금으로 복지 증진이라니’라는 의견을 달았다. 포퓰리즘성 법안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분들에게 복지혜택을 주자는 것이 아니라 노동을 통해 공익에 기여하는 분들에게 국가나 지자체가 수거보상금 형태로 소득을 보장하자는 차원에서 입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은 대부분 생활고를 이유로 폐지를 수집하는데, 폐지 값 하락 등의 이유로 노동강도에 비해 대가가 너무 형편없이 이뤄진다”며 “기초생활수급대상자 등 복지혜택을 받는 분들도 수거보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활용품 수거에 있어 공익에 이바지하는 측면도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시각에 따라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생활고를 겪고 있는 폐지수집 노인들은 정부가 보듬어야 할 지원대상이다”라고 덧붙였다.

재활용품수거노인 지원법률안의 통과를 촉구하는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지난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폐지 수거 노인 지원법 제정을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에서 청원자는 “이 법안은 여야 간의 비쟁점 법률안”이라며 “조속히 국회를 통과하고 입법화 돼 전국 폐지수집 노인들에게 보다 안정된 지원이 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재활용품수거노인 지원법의 통과로 생활고와 고강도의 노동으로 힘들게 생활하고 있는 폐지수집 노인들의 고통을 줄일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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