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매출 최고점 찍은 후 지속 하락
부산 시장점유율 75%에서 50% 이하로
무리한 공장 증설, 실적악화에 가동율↓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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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홍세기 기자】 ‘좋은데이’로 서울에 야심차게 진출한 지역소주 명가 ‘무학’의 매출실적이 눈에 띄게 악화되고 있다. 수출은 다소 증가하는 반면 내수 매출은 급격히 하락하고 있는 것. 특히, 텃밭인 부산‧경남 지역에서 경쟁사인 대선주조에 밀리면서 점유율이 하락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집토끼마저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학은 한때 부산·경남 소주 시장에서 점유율 80~90% 자랑할 정도로 지역의 대표적인 소주였다. 하지만 2015년부터 수도권 공략에 집중하는 사이, 안방인 경남 지역에서 입지가 흔들리는 뼈아픈 결과를 맞이했다. 

지난 1분기 무학의 연결매출액과 영업손실은 각각 458억원, 18억원을 기록했다. 이같은 무학의 실적 악화는 예견된 일이라는 지적이다.

경쟁사 대선주조의 부산지역 점유율 확대에 따른 소주 판매량 감소가 매출 부진의 주 요인으로 분석된다. 또 경남(창원)지역에서도 하이트진로의 공세로 판매량이 감소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2017년 초 75% 수준이던 부산지역 시장 점유율이 대선주조의 공세에 밀려 2017년 2분기 50% 밑으로 하락한 이후 아직까지 뚜렷한 반전의 기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경남지역에서도 하이트진로의 비수도권 영업 확대 영향으로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추세다. 

반면, 야심차게 진출한 수도권 지역에서는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의 2강구도로 고착화돼 ‘좋은데이’의 점유율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업이익 감소는 이같은 매출 감소에 따른 고정비 부담 증가, 부산‧경남 시장 점유율 방어를 위한 마케팅 증가, 수도권 진출에 따른 판촉 활동 확대에 기인한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기존 주력 시장에서의 점유율 방어 및 수도권 시장 개척을 위한 비용을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매출이 줄고 있어 비용 투입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또 지난 2016년 임시주주총회에서 사업목적에 ‘주류 수입 및 판매’를 추가해 수입맥주 유통 확대를 추진하고, 지난해 11월 하이트맥주 마산공장 인수 의사를 표명하는 등 맥주 사업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지만 현재는 소주 사업정상화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실적 개선은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텃밭 부산 ‘대선’에 밀려 점유율 50% 아래로

앞서 무학은 2006년 11월 좋은데이 출시 이후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소주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다. 2007년 매출 1125억원, 영업이익 174억원을 기록한 이후 실적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4년 매출 2901억원과 영업이익 814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에는 2957억원의 매출과 영업이익 656억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 영업이익이 287억원으로 떨어지더니 지난해에는 15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대선주조가 신제품 ‘대선’을 대대적인 마케팅해 젊은층 고객 잡기에 성공하며 부산에서 무학을 밀어내기 시작한 시점이다.

대선은 대선주조가 지난 2017년 출시한 제품으로 기존 주력제품인 ‘C1’ 대신 대선을 출시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이 덕분에 대선은 출시 2년 만에 누적판매량 2억병을 돌파하면서 작년 부산지역 소주시장 점유율 56.7%를 기록했다. 반면 좋은데이의 점유율은 50% 아래로 떨어졌다. 

실적 악화에 공장가동율도 하락 

지난해 무학의 공장가동률 역시 급락했다. 소주 수요가 증가하지 않는데 무리하게 공장 신·증설을 한 탓이다. 

공장가동률은 지난 2014년 99.0%, 2015년 91.8%, 2016년 73.3%, 2017년 67.3%를 기록했다. 

무학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창원1공장 49.3%, 창원2공장 54.7%, 울산공장 73.2% 등을 기록했다. 리큐르주 생산을 담당하는 용인공장의 가동율은 더 처참하다. 과일소주의 열풍이 하락하면서 1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올해 1분기 무학의 경기도 용인시 소재 공장가동률은 11.9%로 지난해 동기 16.4%보다 4.5%포인트 더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용인공장 가동가능시간 472시간 중 실제가동시간이 56시간에 불과하다. 월평균 가동일 2.3일, 200만 병 생산에 매출액은 49억7600만 원 수준에 그친 것.

무학 “매출 하락? 경기가 어려워서”

지속적인 실적악화에 대해 무학은 경기 침체를 이유를 들며 상황을 애써 외면하는 모습이다. 

무학은 지난해 193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2017년 2505억원, 2016년 2701억원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한 실적이다. 

특히, 판관비는 매출이 하락세에도 증가세를 멈추지 않았다. 2016년 768억원이었던 판관비는 2017년 850억원, 2018년 869억원으로 증가했다. 

그러면서 영업이익은 2016년 519억에 달했다가 2017년 287억원 지난해에는 100억원 손실을 냈다. 

무학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전체적인 경기 여파로 매출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타 회사도 마찬가지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부산 소주시장에서의 경쟁업체 대선주조는 지난해 매출 812억원 영업이익 10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매출 506억원, 영업이익 40억원) 대비 큰 폭으로 상승했다. 

또 경남지역에 영업력을 강화시키고 있는 하이트진로도 지난 1분기 소주매출이 2595억원으로 전분기 2499억원보다 소폭 상승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186억원으로 284억원보다 하락했다. 이는 경쟁이 심화되면서 판관비 등이 증가한 탓으로 보인다. 

▲무학 최재호 회장 ⓒ뉴시스
▲무학 최재호 회장 ⓒ뉴시스

오너일가 중심 지배구조가 원인?

실적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면서 고착화된 오너일가 중심의 지배구조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창업주 2세, 3세로 내려오면서 지분이 복잡하게 엮여 있어 시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창업주인 최위승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 최재호 무학 회장은 셋째 최동호 MH에탄올 부회장, 넷째 최정호 용원개발 대표와 지분 관계로 얽혀 있다. 

용원개발은 회원제 골프장 사업이 주 목적인 회사로 진해오션리조트 용원건설(옛 용원씨에스) 등을 자회사로 갖고 있다.

무학은 용원씨에스 주식 6000주를 보유하고 있다. 2018년 말 용원씨에스 장부가액은 최초 취득가액과 같은 1억1180만원이다. 진해오션리조트에 3억원을 장기 대여해주기도 했다.

MH에탄올(옛 무학주정)은 소주의 주원료인 주정의 제조, 판매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로 현재 용원개발의 지분 51%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2세 뿐만 아니라 3세로 내려와서 더 복잡해졌다. 입사 4년 만에 무학 사장직에 오른 최재호 회장의 아들인 최낙준 사장은 무학 비상장 금융 계열사인 토카이인베스트번트 지분 95%를 소유하고 있다. 토카이인베스트먼트는 다시 무학의 광고 계열사 화이트플러스 지분 61.68%, 금속 계열사 엔팩 지분 99.99%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무학의 지분구조는 창업주 2세를 비롯해 3세에 이르기까지 복잡하게 엮여있는 것.

이 때문일까. 무학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공시에서 누락해 금감원으로부터 지난 2월 4년 치 공시 정정 조치를 받기도 했다. 무학 측은 ‘단순 착오’라며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제출 기준을 혼용하면서 난 실수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재반등 가능할까

무학은 신제품을 쏟아내며 돌파구 마련에 나섰지만 젊은층의 반응을 이끌어내기엔 부족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에 올해 초 대표제품 좋은데이를 전면 리뉴얼 출시해 젊은층 고객 잡기에 나섰다. 

무학이 리뉴얼 출시한 ‘딱 좋은데이’를 최근 2개월간 트렌트 형성의 주체가 되는 대학생과 20대 소비자 2000여명을 대상으로 주질에 대한 선호도를 철저하게 조사해 완성했다.

‘딱 좋은데이’는 ‘청순’과 ‘순수’라는 컨셉을 모티브로 첨가물로 단맛을 내기 보다 가장 순수한 상태의 소주의 맛을 만들기 위해 소량의 첨가물과 고도화된 기술, 섬세한 여과 과정을 통해 만든 최적의 깨끗함을 가진 소주를 구현해 냈다는 설명이다. 

무학 측은 리뉴얼 제품을 내놓으며 “올해 창립 90주년을 맞은 무학의 노하우를 집약한 제품으로 주류 시장 속에서 확실한 브랜드 색깔로 소비자에게 신선하고 직관적인 경험을 전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전하기도 했다. 

악화된 실적 개선을 위해서 조직도 대대적인 재정비를 실시했다. 서울 지역의 마케팅, 홍보 조직을 철수시키고, 영업 조직 개편을 통해 경남을 포함한 지방 영업을 강화시켰다.

이처럼 무학은 여러가지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돌파구 찾기에 돌입해 앞으로 다시 한 번 지역소주 명가답게 자존심을 되찾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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