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국회 앞에서 열린 어린이집 급·간식비 표준보육료 인상 촉구 기자회견 <사진 제공 = 정치하는엄마들 장하나 활동가>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어린이집 하루 급·간식비 기준이 20년 넘게 2000원이 채 되지 않는 금액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를 인상해달라는 엄마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지난 2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22년째 동결된 어린이집 급·간식비 기준 1745원 인상 촉구’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게재됐다.

청원자는 “올해 초 어린이집 1일 급·간식비(급식1회+간식2회) 기준이 1745원이라는 것을 알고 충격에 빠졌다. 요즘 물가에 하루 1754원으로 뭘 어떻게 먹일 수 있는지, 1997년부터 지금까지 22년간 이 기준을 인상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여러 차례 정권이 바뀌었지만 정녕 아이들을 위한 정치는 없었다”며 “지자체별 지원금을 전수조사한 결과 전체 1/3에 달하는 80여개 지자체에서 지원금이 없었다. 해당 지역의 어린이집 영유아들은 하루 1745원짜리 급·간식을 먹고 있는 현실”이라고 비난했다.

또 “반면 전국 300여개 공공기관 직장어린이집 급·간식비를 전수조사한 결과 300여개 공공기관 직장어린이집 중 20개 기관에서 하루 급·간식비가 4000원 이상이었고, 가장 낮은 곳도 2000원대 후반이다. 공공기관 직장어린이집과 나머지 기관에 다니는 아이들 간의 급식 양극화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 청원자는 “아이들은 어린이집에서 하루 7~8시간 동안 1745원으로 점심 급식과 오전·오후 간식까지 모두 해결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찢어질 듯 아프다”며 “정부는 어린이집 급·간식비 기준을 지금 당장 인상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의 건강권, 기본권에 있어 차별해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보건복지부 1997년 보육사업지침 <사진 제공 = 정치하는엄마들 장하나 활동가><br>
보건복지부 1997년 보육사업지침 <사진 제공 = 정치하는엄마들 장하나 활동가>

어린이집 급·간식비는 점심 식사와 더불어 오전과 오후 두 번에 걸쳐 제공되는 간식을 모두 포함한 금액이다.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2019년도 보육사업안내’에 따르면 급식비는 아동 1인당 적정 수준의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데, 이 기준이 최소 1745원 이상이다. 이는 시·군·구에서 시설별·지역별·보육아동 구성 등을 고려해 설정한다.

다만 누리과정을 실시하는 반(독립반, 혼합반 모두 포함)의 경우 2000원 이상이다. 이 비용은 조리원 인건비 등을 제외한 순수한 식재료비라고 명시돼 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에 따르면 보육아동급식비 기준은 1745원으로, 1997년부터  22년째 동결이다. 

정치하는엄마들 급식팀이 지난 5월 전국 243개 지자체의 어린이집 급·간식비 지원금을 전수조사한 결과 △충북 괴산군이 1190원(총 2935원)으로 1위를 차지했으며 △전남 신안군 1147원(총 2892원) △전남 여수시 1019원(총 2765원) △전남 곡성군 1004원(총 274원) △충북 단양군 1000원(총 2745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지원금이 0원인 지자체도 80여곳에 달했다. 결국 지원금이 하나도 없는 지자체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은 매일 1745원짜리 급·간식을 먹고 있는 셈이다.

전국의 모든 어린이집에 해당되는 얘기일까. 그렇지만도 않다.

이 단체가 지난 7월 24일 공개한 전국 300여개 공공기관 직장어린이집 급·간식비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특별시청 6391원 △광주광역시 서구청 △5000원 △서울특별시 종로구청은 △4940원 △서울특별시 중구청 4878원 △국방부 4848원으로 일반 어린이집 보다 높게 측정됐다. 4000원이 넘는 곳도 20여곳으로 무응답 기관까지 고려한다면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게 이 단체의 설명이다.

정치하는엄마들 장하나 활동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 기준 금액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금액이다. 학부모들뿐만 아니라 어린이집 원장님들도 이 문제를 지적해 왔다. 그 영향으로 지자체별 지원금이 생겼지만 여전히 금액은 부족하다”며 “직장인어린이집의 경우 기준 금액은 똑같지만 직원 복지 차원 등으로 별도의 지원금이 있다 보니 상황이 더 나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와 관련해 복지부와는 소통을 했다. 공무원 월급은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어린이집 급·간식비는 수십년째 똑같은데 무슨 변명의 여지가 있겠는가. ‘노력은 하고 있지만 예산이 부족하다. 엄마들이 조금 더 목소리를 내달라’는 입장”이라고 부연했다.

장 활동가는 “2016년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의 ‘어린이집 식자재 품질관리 및 적정급식단가 산정연구’에 따르면 일반급식 적정단가는 2616원이다”라며 “이를 토대로 내년에는 어린이집 급·간식비 기준을 최소 지금보다 약 1.5배 높인 2617원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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